대입 원서접수 막판 눈치작전 통할까?...진학사, 최근 3개년 원서접수 일자별 지원자 비율 분석
대입 원서접수 막판 눈치작전 통할까?...진학사, 최근 3개년 원서접수 일자별 지원자 비율 분석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9.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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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서 눈치작전이 통할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최근 3년 동안 수험생들의 일자별 경쟁률를 자체 분석한 내용이다.

진학사는 원서접수 마감 하루전(D-1), 원서접수 마감 당일 오전(D-오전), 원서접수 마감 당일 오후(D-오후), 블라인드(경쟁률 미공개 기간) 등으로 구분해 결과치를 내놓았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대입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경쟁률인데 수험생 및 학부모들은 통상적으로 경쟁률과 최종합격자들의 성적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최종적으로 공개하는 실시간 경쟁률을 확인하면서 막판에 지원하는 경우 많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정시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시 학생부중심전형(학생부교과 및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막판 눈치작전이 통했을까?

분석 결과, 수도권 주요 15개 대학의 학생부중심전형 및 일자별 경쟁률은 원서접수 하루전까지의 지원자가 전체 지원자의 40%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전형별로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원서접수 마감 하루 전에 지원을 마무리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선발인원이 증가했고, 학교장추천을 받는 학생부교과전형은 대부분 지원 대학이 결정돼 있는 상황인 점으로 풀이된다. 특히 학생부교과전형은 고교 내신등급을 중심으로 한 정량평가이기 때문에 전년도 입시결과 등을 통해 '적정 지원' 여부를 손쉽게 알 수 있다는 점도 원서접수 마감 하루전 지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학생부종합전형도 마감 하루전에 원서를 접수하는 학생 비율이 47.3%로 높았다. 다만, 대학에서 최종 실시간 경쟁률 발표한 후 원서 접수 종료까지의 소위 '블라인드' 시간 동안 지원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려대, 서강대, 한국외대 등 2022학년도부터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거나 선택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대학이 증가하고, 전공적합성보다 확장된 개념인 계열적합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이 증가함에 따라 유사 전공의 경쟁률 추이를 지켜보며 지원하려는 학생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대학은 결정하더라도 학과를 선정하지 못한 채 경쟁률에 따라 지원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 막판 지원, 과연 합격률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

수험생들이 막판 지원에 몰리는 것은 결국 합격가능성을 높이려는 이유다.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통해 경쟁률이 낮은 곳에 지원함으로써 합격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매년 원서접수 마감시기가 되면 '00대학교 00학과 경쟁률이 낮은데 지원해도 될까요' 등의 문의가 쏟아진다. 일부 수험생은 학교 선생님 등 전문가와 상담한 내용과 전혀 다른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고 난 뒤 후회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진학사는 이에 대해 지난 2019년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가 발표한 <대입 원서접수 시간 구간별 합격률 및 등록률 차이 분석 연구(입학전형연구 제8권)>의 내용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2018학년도 경희대학교 신입학 모집에 지원한 9만 3031명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전형 및 원서접수 시간대별 지원율, 합격률, 등록률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다.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모집시기별로 수시모집은 원서접수 둘째날(D-1)이 가장 많고, 셋째날 오전(D-오전), 첫째날(D-2), 블라인드 순으로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수시모집 원서접수 시간 및 구간별 지원자 대비 합격자는 대체로 전형유형과 무관하게 원서접수 시간이 빠를수록 지원자 대비 합격률이 높았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첫째날(D-2)이 가장 많았고, 둘째날(D-1), 마감일 오전(D-오전), 블라인드 기간 순으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원서접수 시간 구간별 합격자 수 대비 등록자는 수시와 정시전형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특정 대학에서 1년 데이터(2018학년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여서 올해 2023학년도 대입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과도하게 경쟁률에 의존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경쟁률은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막판 지원을 하는 학생들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합격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진학사의 결론이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모집인원보다 적게 지원해 미달이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대입 결과는 수험생의 경쟁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며 "본인의 학생부와 수능 모의고사 성적 등 객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원전략을 세워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