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수능 첫해 '서·연·고' 인문계 합격선 대폭 하락..."통합수능=깜깜이 전형 우려"
통합수능 첫해 '서·연·고' 인문계 합격선 대폭 하락..."통합수능=깜깜이 전형 우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6.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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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수능 첫해였던 지난해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국내 최고학부인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의  인문계 모든 학과의 합격선 큰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에서 지난달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입에서 서울대 인문계열 국어·수학·탐구영역 기준 백분위 합격자 평균점수(300점 기준, 70%컷)는 2021학년도 293.8점에서 288.3점으로 5.5점 하락했다.

연세대는 2021학년도 287.9점에서 2022학년도 269.0점으로 18.8점 떨어졌고, 고려대 287.7점에서 280.0점으로 7.7점 하락했다.

이는 통합수능으로 인한 문이과간 점수차가 실제 대학들의 합격선 공개로 사실상 확인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지난해 통합수능 첫해를 맞아 선택과목간 유불리 문제와 이과생 문과 교차지원 등 복합요인이 작용하면서 국·수·탐 백분위 점수 20-30점 이상 하락 학과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학내 학과간 합격점수 격차도 통합수능 이전보다 커졌고, 선택과목간 점수 미공개로 수험생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했다.

'통합수능=정시 깜깜이 전형'이 굳어질 경우, 올해 2023학년도 대입에서도 선택과목간 점수차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고, 대학 합격점수가 요동치면서 실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서·연·고 인문계열 전 학과 합격선 하락

'어디가(adiga)' 발표에 따르면 2022대입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인문계열 전 학과 합격점수도 전년대비 큰폭으로 떨어졌다.

서울대 16개 학과, 연세대 27개 학과, 고려대 31개 학과 모두 2021학년보다 합격점수가 하락해 사실상 전 학과가 지난해보다 합격선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학과별로는 연세대 문헌정보학과가 289.5점에서 258.0점으로 31.5점 하락해 가장 큰 폭을 보였고, 연세대 독어독문학과(289.0점에서 264.8점) 24.2점 하락, 연세대 교육학부(288.0점에서 265.5점) 22.5점 하락 등 연세대 9개학과에서 지난해보다 20점 이상 하락했다.

고려대는 교육학과 12점 하락, 한국사학과 11.8점 하락, 영어교육 10.7점 하락 등을 보였고, 서울대는 지리교육과 9.5점 하락, 심리학과 9.0점 하락, 소비자학 전공 6.5점 하락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연계열은 사정이 달랐다.

서울대는 286.1점에서 285.8점으로 평균 0.3점 하락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고려대는 280.5점에서 282.0점으로 평균 1.5점 상승했다.

반면, 연세대는 284.6점에서 281.3점으로 평균 3.3점 하락했다.

■ 문과 합격선 하락 원인..."선택과목 문이과 점수차"

입시전문가들은 문과 합격선이 대폭 낮아진 원인으로 통합수능 첫해 선택과목에서 문이과간 점수차가 큰 폭으로 발생했고, 실제 문과 합격선에도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택과목간 점수 미공개로 문과 수험생들은 합격점수 예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학과별 점수 대이변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연·고 문이과 대학내 합격점수 최고점과 최저점 격차 역시 통합수능 이전보다 대부분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문과 학과간 합격점수 격차는 2021학년도 5.5점에서 2022학년도 8.0점으로 커졌고, 연세대는 같은 기간 14.5점에서 19.5점으로 학과간 점수편차가 벌어졌다.

자연계열에서도 연세대는 18.0점에서 30.0점으로 학과간 점수편차가 크게 커졌고, 고려대도 21.9점에서 32.4점으로 격차가 확대됐다.

■ SKY 합격자 성적 1위 학과도 인문·자연 격차 발생

문·이과 통합수능은 계열별 상위권 학과의 합격점수에서도 문과와 이과간 격차를 발생시켰다는 해석이다. 

합격자 성적을 기준으로 서울대 인문 1위 학과는 경제학부와 경영대학(292.0점), 3위는 사회복지학과와 자유전공학부(291.5점), 자연 1위는 의예과(297.5점), 2위 컴퓨터공학부(292.5점), 3위 전기·정보공학부(292.0점) 순이다.

연세대 인문 1위는 문화인류학과(277.5점), 2위 사회학과(276.0점), 3위 언론홍보영상학부(275.3점), 자연 1위 의예과(297.8점), 2위 치의예과(294.8점), 3위 약학과(286.5점) 순이며 고려대는 인문 1위 경제학과(284.9점), 2위 경영대학(283.0점), 3위 컴퓨터학과(교차)(282.3점), 자연 1위 의과대학(293.9점), 2위 반도체공학과(289.4점), 3위 사이버국방학과(287.5점) 순으로 조사됐다.

김진환 콩코디아국제대학 진로진학센터장(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이과생들의 문과 교차지원 상황도 합격점수 하락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획득한 이과 수험생들이 탐구영억이나 국어영역 점수가 낮더라도 수학에 대한 가중치 등이 작동돼 결과적으로 문과와 이과의 합격점수 격차를 벌이른 요인으로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