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입 '신설 학과'에 주목..."채용연계, 분야 다양성, 융복합 특징"
2023 대입 '신설 학과'에 주목..."채용연계, 분야 다양성, 융복합 특징"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5.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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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권성하 기자] 2023학년도 대학입시 대학별 전형계획에서 눈여겨 봐야 할 변경사항이 있다. 바로 '신설 학과'다.

올해 '신설 학과'는 대학들이 지난해 발표한 전형계획에서 학문 단위를 재조정하거나 모집단위를 바꾸면서 기존에 제공된 신설학과 목록이 실제 모집단위와 달라진 부분이다.

대입 전문기업 ㈜유웨이에 따르면 올해 대학들의 '신설 학과'는 특징이 있다. 보통 두가지 경우에서 발생하는데 대학이 기업과 손을 잡고 채용을 전제로 학과를 신설하거나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과를 통폐합하는 경우다.

이 중 채용조건형(채용연계형) 계약학과는 기업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대학(원)에 관련 학과를 만들고 해당 기업에 채용을 보장하고, 입학생들은 재학 기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 것을 말한다.

■ 신설 학과 키워드1, "채용 연계"

연세대는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 분야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신설했다.

고려대와 KAIST, 포항공대는 삼성전자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신설한다. 고려대는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를, KAIST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설립한다. 포항공대는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한다.

서강대와 한양대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스템반도체공학과(서강대)', '반도체공학과(한양대)'를 신설한다.

이들 대학은 모두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몇 년 전만해도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관련 분야 인재를 독식했지만 지난해 고려대와 연세대에 반도체 관련학과가 생기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올해는 서강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한양대 등에 반도체학과가 신입생을 선발하기 시작하면 성균관대로 가던 우수 자원들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와이튜브 서지원 대표는 "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최대 산업 중 하나여서 관련 인재 확보가 꾸준하게 요구된다"며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및 IT기기 수요가 늘어나고, 자율주행차의 발전 등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신설 학과 키워드2, "분야 다양성"

신설 학과의 흐름인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반도체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AI(인공지능), 차세대통신 등으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에 분산해서 개설되는 경우도 많다.

교육부가 첨단분야 입학 정원 규제를 완화하면서 반도체 외에도 인공지능, 데이터사이언스, 핀테크, 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가 꾸준히 신설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 신설학과 가운데 80% 이상이 자연계열 학과이며, 전기·전자·컴퓨터계열 신설학과 중 절반 정도가 수도권 대학에 몰려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최근 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양성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인문계열은 점차 축소하는 추세다.

첨단분야의 신설 학과 이외에도 2023학년도 대입에는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최근 취업상황이 녹록지 않으면서 4년제 대학들의 신설 학과도 전문대에서 취업을 목적으로 만든 학과들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반려동물' 관련 신설 학과다.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식품관리사, 동물행동상담사, 애견훈련사, 동물재활치료사, 특수동물관리사, 반려동물미용사, 펫코디등 동물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물 관련 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주로 지방대학에서 신설되고 있는데 2021학년도 경성대 반려생물학과, 광주여대 애완동물보건학과, 세명대 동물바이오헬스학과, 대구한의대 반려동물보건학과 신설에 이어 2022학년도에 신라대 반려동물학과, 칼빈대 반려동물학과,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가 신설됐다.

2023학년도에도 동명대 반려동물보건학과, 애견미용행동교정학과, 세한대 반려동물관리학과가 신설된다.

또 계명대 웹툰 전공, 배재대 스마트배터리학과도 눈에 띄는 신설 학과다.

■ 신설 학과 키워드3, "융복합"

채용연계형 신설 학과의 세번째 키워드는 '융복합'이다.

이런 특성을 지닌 학과로는 인하대 자유전공학부가 대표적이다. 인하대 자유전공학부는 2학년이 될 때 희망학과 선택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중이다.

한국외대(글로벌)에 신설되는 글로벌자유전공학부도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며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고려대(세종) 표준지식학과도 주목된다. 지식재산권, 표준화 등을 다루는 학과로 주로 대학원에 개설되던 과정이 학부에 개설됐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신설학과는 일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제외하고는 초기 진입 입시성적이 그리 높지 않게 형성되기도 하므로 과감히 지원하는 전략도 좋다"며 "아직 학칙 개정이나 당국의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홈페이지에 공지하지 않은 대학도 있는 만큼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