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늦었거나 혹은 틀렸거나'...교육청이 3월에 내놓은 방안들을 돌아보며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늦었거나 혹은 틀렸거나'...교육청이 3월에 내놓은 방안들을 돌아보며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4.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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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사노조와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올해 초 다양한 노사상생 방안을 합의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늦었다."

지난 4월 1일, 대전교육청이 긴급 수업 지원 운영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교사 확진으로 인한학생들의 학습공백을 막기 위해 311명 규모의 대체 인력풀을 구성해 교사 확진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학생 파악과 업무 파악, 각 종 계획 세우기 등으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 쓰고 싶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선생님들이 증가하면서 관리자는 빈자리를 메울 교사들을 찾느라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리느라 바빴고, 교사들은 확진된 선생님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수업 하느라 지쳤으며 확진된 교사(특히 중등교사)는 자가격리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 그동안 밀린 수업을 메울 생각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학생들도 시간마다 달라지는 선생님들에 적응하며 수업을 따라가느라 힘든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의 3월을 보냈다.

이런 상황을 교육청은 예견하지 못했던 걸까?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전교사노조는 올해 1월 교육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교사들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인력풀을 마련해 줄 것을 진작에 요구했다. 하지만 4월이 되어서야 지원방안을 내 놓았다.

"한 달만 빨랐으면 안 되었던 건지"라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내놓았으니 다행인가?"하는 긍정편향적인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내놓은 대체인력 지원방안이 부디 학교 현장에 잘 안착하여 학생들의 교육공백을 막고, 확진된 교사들에게는 병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동료 교사들에게는 수업 가중의 짐을 덜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틀렸다."

3월 중순 대전시 모든 학교에 황당한 선물이 도착했다. 아주 덩치가 큰 공기청정기다. 어느 날 갑자기 하얗고 커다란 공기청정기가 교실에 쑥 들어왔을 때의 황당함이란!

황당함 다음에 찾아온 것은 걱정이었다. 도대체 이 큰 물건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 것인가?

새 학년 시작과 동시에 교실에 있는 덩치 큰 물건들, 예를 들면 책장이나 서랍장, 스마트기기 충전함 등은 학생들의 학습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교사가 학급경영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최적의 위치에 배치해 놓았다.

그런데 성인의 허리 축을 훌쩍 넘는 큰 물건이 들어왔으니 공간배치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실에 공간이 없어 교사 서랍장도 들어내는 판에 학생들의 시선을 방해 하지 않으면서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건 머리에 쥐가 날만큼 어려운 문제였다.

필자 역시 방과후 한시간 넘게 공기청정기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어디에 놓아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위치 선정이 끝나자 공기청정기 플러그를 꽂을 콘센트가 부족해 멀티탭을 추가 구매해야 했다. 다른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으리라.

3월 한 달 동안 대전교육청이 내놓은 여러 방안 중에서 '늦거나 혹은 틀린'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한 달이 늦었을 뿐이고, 최선을 다해 공기청정기의 종류를 선택했다고 항변하지만 덕분에 학교 현장은 총체적 난국이 벌어졌고, 교사들의 업무는 가중 됐고, 피로와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또 학습공백을 메우느라 애를 썼지만 과연 학생들의 학습 공백이 우리의 노력만큼 채워졌을지는 의문이다.

"당부한다."

뒤늦은 대체인력, 애물단지 공기청정기처럼 학교현장에 들이닥칠 혼란의 불씨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부족해진 보결 수당 예산, 점심 지도 보결 수당 미지급, 완화된 방역 지침에 따른 불필요한 학교 방역지침 갈무리, 일방적인 방역인력 선발 강요, 이름만 다른 기초학력지원 사업 증가, 학년말에 갑자기 쏟아져 내려오는 과다 예산 문제, 하나씩 고개를 들고 있는 학교 행사들은 여전하다.

시나브로 차올라서 곧 터질 것 같은 여드름처럼 하나씩 하나씩 불거져 나오게 될 것이다.

앞으로 대전교육청은 최소한 앞서 언급한 사안만이라도 '늦거나 틀린 방안' 대신 '제때, 알맞은'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3월과 같은 총체적 난국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

더이상 일선 교사들의 희생과 학생들의 불편함을 모르쇠하면서 땜질 처방은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이렉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맞춤 신발처럼 현장에 '꼭 맞는' 개선 방안을 '제때' 내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또 강력히 권한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