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유‧초‧중등 학사운영방안’ 철회를 촉구한다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유‧초‧중등 학사운영방안’ 철회를 촉구한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2.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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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의 인력 배치는 훌륭한 리더의 기본 소양"
교육부가 발표한 비상시 대체교원 확보 방안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 학습권을 부정했다는 비판이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교육부가 발표한 비상시 대체교원 확보 방안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 학습권을 부정했다는 비판이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알맞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그에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기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전장에서 병사를 이끄는 장수나 집단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필히 갖추어야 할 기본적이고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사람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조직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7일 교육부(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와 대학의 방역 및 학사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시국에 학교의 교육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문제가 되는 것중 하나가 바로 ‘비상시 대체교원 확보방안’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비상시 대체교원 확보방안을 요약하면 "교원자격증 유무와 관계없이 학사 이상(유치원은 전문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면 담당 과목과 동일 또는 유사한 과목 전공자를 유·초·중·고등학교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사에게 평가와 생기부 작성 권한까지 부여해 교육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교육 전문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교육부 장관이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수영을 잘 한다고 하루아침에 해상구조대에 투입될 수 없고, 제 아무리 100만 유투버라도 합당한 절차 없이 방송국 사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직책과 자리에는 그 자리에 걸맞는 능력과 자격이 있어야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1+1=2’라고 답을 쓰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1과 1이 더해져 2가 되는 과정을 가르치는 건 ‘아무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에 서기 위해 가르침을 위한 과정을 거치게 하였고 교원자격증이라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갖춰 놓았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 방안은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대학만 졸업하면 누구든 교단에 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교원의 전문성을 바닥에 떨어뜨렸으며 학생의 학습권을 무시하였고, 교단에 서기 위해 피땀 흘리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누군가는 "비상시에만 그런 것이지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변경할 텐데 지나친 단견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알고 있다. 이렇게 일시적일 거라 생각한 땜질식 방안 덕분에 10년이 넘게 학교현장을 지키고 있는 자리가 있고, 그로인해 적잖은 문제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 방안은 대체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중에서 가장 손쉽고 간편한 방안을 선택한 것일 뿐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교원자격증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시에 합당한 유인책을 제공하거나 대폭 축소된 교원선발 인원을 늘려 비상수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비상시국이 끝난 후에는 비상 수급된 인력을 ‘기초학력 도우미’인력으로 활용하거나(현재는 초등 기초학력 도우미를 교원 자격증이 없는 외부 인력을 고용하여 활용하고 있다.) 학교업무 정상화를 위한 업무전담팀으로 활용할 수 도 있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비상시 대체교원 확보방안’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보지 않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방안이다. 심지어 앞으로 교육 현장에 암적(癌的)인 존재로 남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교육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은 무자격교사가 학교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 지, 땜질식 방안이 앞으로 불러올 파장이 어떠할 지에 대해 다시한번 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이번 방안으로 교육과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 교사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무겁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적재적소의 원칙을 다시한번 되새겨 혼란에 빠진 교육 현장을 성공으로 이끄는 교육수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대전교사노조 박소영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