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지원자 4명 중 1명은 '자연계 수험생'...문이과 통합수능의 부메랑
2022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지원자 4명 중 1명은 '자연계 수험생'...문이과 통합수능의 부메랑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2.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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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2022.01.28.기준)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정시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과탐 응시자 비율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2022.01.28.기준)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정시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과탐 응시자 비율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지난해 2022학년도 대학입시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문·이과 통합수능'이다.

문과 따로, 이과 따로 등급을 매겨 '과목 합'으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던 방식에서 계열 구분 없이 과목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융복합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가 적용된 방식인데 수학영역처럼 문과와 이과의 실력 차이가 뚜렷한 과목에서 등급 격차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우려됐다. 문과 수학 1등급이던 학생이 2등급 아래로 밀리면서 과목 합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입시업체 진학사의 합격예측 및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의 4분의 1이 자연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틈 자연계 학생들이 유리했고, 교차지원 비율이 높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초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려면 '제2외국어/한문'을 반드시 응시하도록 한 조건 때문에 교차지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진학사의 분석은 예상을 깬 결과다.

■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 서울대 인문계열 교차지원 가능성 염두

통합수능 전인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자연계열 수험생(수학'가'+과탐 응시자)는 '제2외국어/한문'을 응시하지 않더라도 서울대 인문계열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었다.

서울대가 인문계열 모집단위의 수능 응시 영역 기준을 '국어, 수학(나),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한문' 또는 '국어, 수학(가), 영어, 한국사, 과학/사회탐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학년도는 통합수능으로 치러지면서 서울대 인문계열 수능 응시영역 기준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한문'으로 변경됐다.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려면 '제2외국어/한문'이 필수가 됐다.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진학사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 이용자 중 서울대에 모의지원한 자연계열 수험생(과탐 응시자)을 분석한 결과, '제2외국어/한문'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28.06%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2.2%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상위권 대학 중 정시에서 '제2외국어/한문'을 활용하는 곳은 서울대 인문계열이 유일하기 때문에 수능원서를 접수할 때 이미 서울대 인문계열로의 교차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자연계열 수험생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던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기존 대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 서울대 교차지원, 실제로도 많았을까?

실제로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 중 자연계열(과탐 응시자)의 비율을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1학년도에는 0%였지만 2022학년도에는 27.04%로 대폭 증가했다.

연세대 및 고려대의 45.90%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제2외국어/한문'이라는 장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4명 중 1명 이상이 자연계열 수험생이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자연계열 수험생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지원 가능했음에도 이공계 선호 등의 이유로 지원하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통합수능의 영향으로 자연계열 학생들이 수학 영역에서 상대적 유리함을 가져감에 따라 교차지원이 활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의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시 모집에서 교과평가 항목이 도입돼 주목된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서울대의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시 모집에서 교과평가 항목이 도입돼 주목된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 2023학년도 정시 서울대 교차지원은 어떻게 될까?

입시전문가들은 최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의 문과 지원 경향은 올해 대입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서울대만 놓고 보면 정시에서 교과평가가 반영되면서 교차지원 비율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정시모집에서 교과평가를 실시해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인 ▲교과 이수 현황 ▲교과 학업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반영해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에 필요한 교과이수 및 학업수행의 충실도를 평가한다.

교과평가 A등급의 기준을 '모집단위 학문 분야 관련 교과(목)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이수하고 전 교과 성취도가 우수하며 교과별 수업에서 주도적 학업태도가 나타남'으로 규정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2023학년도에는 서울대 정시 선발 방법에 교과평가가 반영되고,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교과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사회 교과 이수단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연계열 학생이 교과 이수 현황의 불리함을 안고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