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대입 이슈] 학종전형 축소 맞아?...교과전형에 정성평가 도입 증가
[2023대입 이슈] 학종전형 축소 맞아?...교과전형에 정성평가 도입 증가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1.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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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표적인 정량평가인 정시 수능비율을 40%까지 확대하고, 정성평가 중심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서울 주요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에 정성평가 요소를 대거 도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정부가 대표적인 정량평가인 정시 수능비율을 40%까지 확대하고, 정성평가 중심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서울 주요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에 정성평가 요소를 대거 도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정시확대, 수시축소' 기조다. 수시전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시키면서 정시 40%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결론부터 말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은 정부의 입맛대로 '숫자'는 맞춰주는 분위기다. 정시전형을 의인화하면 "살려는 드릴께"라는 식으로 언제 도태될 지 모르는 정시전형에 호흡기를 갖다 댄 모양새다.

비율만 맞춰주는 대학들의 분위기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교육부가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을 확대하고, 학생부중심전형 및 수능중심주전형으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도록 유도하자 해당 대학들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정성평가 요인을 대거 늘리고 있다.

와이튜브 서지원 대표는 "수시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와 비교과 등을 아우르는 정성평가가 지배적이고, 학생부교과는 수시 안의 정시라고 할 정도로 학교 내신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며 "결국 학종전형을 줄이랬더니 교과전형의 학종전형화가 진행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 2023 교과전형에 정성평가 도입하는 '인서울 대학'은 어디?

건국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인 KU지역균형전형 선발 방법을 '학생부(교과) 100%'에서 '학생부(교과) 70%+서류평가 30%'로 변경해 2023학년도에 반영한다. 서류평가는 대학 자체적인 종합평가시스템을 활용한 정성평가를 실시한다.

경희대는 2022학년도에 수시에서 선발하던 '학생부교과(고교연계전형)'을 '학생부교과(지역균형전형)'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형 방법도 '학생부 100%' 반영에서 '학생부 70%+교과종합평가 30%'로 변경했다. 전년도 학생부 반영 시에는 반영 교과 별 석차등급과 출결 및 봉사 실적도 반영했지만 정성평가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올해는 동일하게 교과성적 및 출결, 봉사 실적을 반영하면서 교과종합평가 내용을 추가했다. 평가는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교과성적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만을 평가자료로 활용하여 과목별 '교과이수 충실도'와 '학업수행 충실도'를 정성적으로 따진다. 입학사정관 2인이 종합적으로 정성평가하고, 평가위원 간 일정 점수 이상의 점수 차이가 나는 경우 평가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조정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기존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방식과 같다.

건국대와 경희대의 사례처럼 평가 요소 및 평가 항목이 학생부종합전형과 동일하다는 점은 주목된다.

특히 건국대의 경우 2022학년도 수시 모집 시에도 교과 성적 정량 평가 시 등급별 점수 차이가 매우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교과성적이 반영된다고 해도 정성평가가 최종 합격여부를 결정짓는데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려대는 이미 2021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교과전형에 서류를 종합평가해서 반영했다. 2020학년도에는 단계별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1단계에서 교과 성적 100%를 반영한 후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50%와 면접을 50%반영했는데 2021학년도에는 교과 60%, 서류 20%, 면접 20%를 반영하는 일괄전형으로 변경했다. 또 2022학년도부터 면접을 폐지하고, 교과 80%, 서류 20%를 반영했는데 2023학년도에도 동일하게 학생을 선발한다.

동국대도 2022학년도부터 학생부교과전형을 운영했다. 기존에 학생부종합전형이었던 학교장추천인재전형을 교과 전형으로 변경했고, 교과성적 60%와 서류종합 평가 40%를 반영했다. 2023학년도에는 교과 반영비율을 높여 교과성적 70%와 서류 평가 30%를 반영해 추천인원도 확대한다. 동국대는 반영 과목이 타대학과 비교할 때 적고(석차등급 상위 10과목 반영), 1등급부터 4등급까지의 점수차이가 0.1점, 1등급과 5등급 간의 점수차이는 1점에 불과해 교과전형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부종합전형에 가까운 전형이었다. 2023학년도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된다.

성균관대는 진로선택과목 및 전문교과과목의 교과(성적 및 세부능력 특기사항)를 종합적으로 정성평가하는 방식을 2022학년도에 이어 올해도 실시한다. 학업수월성과 학업충실성을 각 10점씩 반영해 공통과목 및 일반선택과목의 정량평가 점수인 80점과 합산한 뒤 최종 선발 인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 교과전형이 학종전형을 끌어 안은 이유는?

학생부교과전형은 학교 내신성적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수시전형에서도 수능과 유사한 점수로 줄을 세우는 정량평가가 중심이다.

정부가 정량평가가 옳다면서 정시 수능 중심의 인재선발을 지시하는데도 인서울 주요 대학들이 교과전형에 정성평가 요소를 속속 반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점수로 줄 세워서 뽑는 '숫자' 중심의 인재선발보다 학교생활을 통한 이력을 확인한 뒤 뽑은 '글자' 중심의 인재들이 대학에 합격한 뒤 전공적합도와 지적호기심 등을 십분 발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성평가 요소를 도입하고 있는 대학들이 이구동성 밝히고 있는 것이 '학교 생활 등의 충실도'다.

경희대는 이 부분을 '교과이수 충실도'와 '학업수행 충실도'라고 부르고, 동국대는 '학교생활충실도', 성균관대는 '학업충실성' 등으로 표현한다.

즉,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나 교육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고 교과목을 이수할 때도 단순히 교과 성적을 얻기 쉬운 과목이 아닌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과목을 수강해 학업과 학업수행을 모두 성실하게 수행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2015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로 이어지는 교육정책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중심의 교육이 실제 대입에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부터 교과전형에 정성평가 요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학년 때부터 학생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바탕으로 관심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학업활동을 이어 나가야 대입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에 정성평가 요소를 넣는 것이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학교 현장 입장에서는 교실 수업에 잘 집중하는 '성실한' 학생을 뽑겠다는 전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교육부가 수십년 동안 외쳤던 '학교 교육 정상화'에 최적화된 입시 전형이 수시전형이고, 정시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할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 정도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이문고 김동춘 교장 등 대입 진로진학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입시를 15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탄식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