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시 확대 정책' 재수생만 늘렸나?... 지난해 인서울 대학 재수생 비율 '역대 2위'
정부 '정시 확대 정책' 재수생만 늘렸나?... 지난해 인서울 대학 재수생 비율 '역대 2위'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1.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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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 소재 4년제 일반 대학 입학자 중 재수생(N수생) 비율이 3명 중 1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4년 수능 실시 이후 역대 2위이고, 최근 10년 동안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때문에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이 재수생 수만 늘린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이 9일 교육통계서비스(2021년)와 1994년부터 2020년까지 교육통계연보(대학 입학자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서울 소재 대학 기준 전체 입학자(8만 4771명) 중 재수자수는 2만 9898명으로 35.3%에 달했다. 같은 조건의 2020학년도 재수생 비율보다 1.3%p 증가한 수치다. 기존 최고는 지난 2002학년도 대입에서 재수생 비율 39.4%였다.

해당 통계는 4년제 서울 소재 대학 중 일반대학을 기준으로 했고, 교육대학, 산업대학, 각종 대학은 제외했다. 또 재수생은 대입을 2번 이상 치룬 학생으로 반수생, 삼수생, 사수생 이상을 포함했다.

인서울 대학 가운데 서울시립대는 2021년 대학 입학자 중 재수자 비율이 39.4%(전체 대학 입학자 1867명 중 재수자 736명)으로 1994 수능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전국 4년제 일반 대학 기준도 재수생 비율 역대급

2021학년도 대입 재수생 입학자 비율은 국내 모든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한 집계에서도 역대 2위인 25.7%로 나타났다.

종로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전체 일반대학 입학자 중 재수생 비율은 1994년 수능 첫 실시 때 25.9%를 기록한 이후 이번이 역대 2번째로 높은 기록이 됐다"며 "최근 11년간 수능 지원자 추이에서도 졸업생 비율이 높아진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1학년도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비율은 27.0%(32만 9306명 중 8만 4792명)로 최근 10년간 기록에서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2.1%p 늘어났다. 올해 2022학년도 수능 지원자의 졸업생 비율은 26.4%로 전년대비 소폭 감소(0.6%p↓)했지만 지원자수(13만 4834명)는 1764명 증가해 N수생들이 대거 정시 전형으로 몰리고 있음을 알수 있다.

■ 올해 2022학년도 대입도 재수생 비율 높을 것으로 예상  

입시전문가들은 2022학년도 정시전형 최종 결과가 나와야 서울 소재 대학 입학자 중 재수생 비율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년보다 비율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2022학년도 수능 전체 지원자(50만 9821명) 중 졸업생 지원자(13만 4834명)가 1764명 늘었고, 서울 소재 대학 중심으로 정시 모집 비율이 전년(2021 정시)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에 따라 올해 인서울 대학들의 정시 모집비율은 38.4%로 전년도 정시 모집비율 32.3%에 비해 6.1%p나 증가했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N수생 등 졸업생들은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에 강세를 보인다"며 "올해 서울 소재 대학 입학자 중 재수생 비율은 전년보다 더 높은 36%대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시 확대는 재수생 확대 정책?

입시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이 재수생 수를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접수자 중 '검정고시 등 기타' 수험생 비율의 증가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접수 인원 중 ‘검정고시 등 기타’ 비중은 2018년(1.87%) 이후 매년 증가했다. 올해 2022학년도 수능 응시자 50만 9821명 중에서도 '기타' 수험생 비율은 전체 응시자의 2.8%(1만 4277명)에 달했다.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다.

학생들이 검정고시 등에 몰리는 이유는 인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시모집은 수능 성적을 위주로 모집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은 34만 6553명으로 지난해보다 894명이 감소했지만 정시 모집 인원은 8만 4175명으로 전년대비 4102명 늘었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 방안'과 '대입공정성 제고 방안'에 따른 결과다.

결국 수험생들이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것은 3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교과와 비교과, 수능 준비까지 해야 하는 '고난의 트라이앵글' 대신 수능을 통해 원하는 대학을 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인 셈이다. 인서울 대학들의 수능 비율이 낮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에 남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10년간 서울 소재 대학의 재수생 비율(평균 30%)과 전국 평균(20%)이 10%p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인서울 대학의 정책에 수험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재수'나 '반수'(대학에 합격해 등록을 한 뒤 또 다른 대학에 도전하는 형태)를 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재수를 결심할 당시 수능 등급이 대체로 2-4등급대의 중상위권이 많은게 현실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전이문고 김동춘 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고등학교에 15년 전으로 회귀하라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능을 위해 교육과정을 교과만 하고, 교과 외 각종 활동은 하지 말고, 다양한 선택과목은 포기하고 수능 선택과목만 수업하라고 한다"며 "공정 운운하면서 혹세무민하고, 수능 확대를 주도한 대통령과 국가교육위, 수능 업자 출신들, 교육부 정치꾼들이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을 말살시켜 공교육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썼다.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에 대한 학교 현장의 고민을 '대전진학지도협의회' 창립 등으로 이끌었던 대전이문고 김동춘 교장이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올려 주목된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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