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전국 으뜸 ‘대전형’ 민주시민교육–④학교폭력 피·가해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특별기획] 전국 으뜸 ‘대전형’ 민주시민교육–④학교폭력 피·가해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11.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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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과 관계회복을 넘어 “우리는 깐부”
문재인 정부의 교육이념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민주시민교육'이다.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워 개인적 욕망과 집단의 필요를 이해하고,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대전교육청은 학교폭력예방 및 학교 교육활동 지원인력 시스템 구축, 위(Wee)클래스와 위(Wee)센터, 가정형 위(Wee)센터 등 '위(Wee) 프로젝트'를 통한 위기 학생 보호, 각종 학생생활교육 프로그램에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이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민주시민교육을 뿌리내렸다는 평가다. 충청헤럴드는 5회에 걸쳐 전국 시·도교육청의 수범사례로 꼽히는 '대전형‘ 민주시민교육 현장을 돌아본다.
대전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예방'과 '관계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모두 성장시키는 관계회복은 맞춤형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사진은 꼴라쥬를 통한 긍정부정이미지 활동.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대전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예방'과 '관계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모두 성장시키는 관계회복은 맞춤형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사진은 꼴라쥬를 통한 긍정부정이미지 활동.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전세계 K-드라마 열풍에 정점을 찍은 가운데 외국인 시청자들의 귀를 파고들며 심금을 울린 단어가 있다. 바로 ‘깐부’다.

깐부는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다. 딱지나 구슬 등도 공동관리하는 한 팀을 의미한다. 온라인게임이나 각종 스포츠게임이 생활 곳곳에 뿌리내리기 전 마을 어귀나 동네 골목길에서 성행하던 딱지와 구슬치기의 동료애를 살필 수 있는 말이니 아마도 20세기 용어 쯤 되겠다.

21세기는 청소년에게 많은 변화를 줬다. 변화에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한다. 전세계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긍정의 변화가 있다며 그 속에 개인주의와 지능범죄의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학교 현장의 명암도 비슷하다. 그중 ‘학교폭력’은 변화를 넘어 ‘진화’를 하고 있다. 대상 연령은 낮아졌고, 물리적인 신체폭력에서 언어폭력이나 집단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매체가 발달할수록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협박과 악성 댓글이 익명성의 뒤에서 더욱 교활해지고, 원치 않는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사이버상의 갈취·성희롱·성추행 등으로 확대되는 모순을 낳았다.

성(性)과 관련된 폭력은 더욱 수위가 높아지고, 집단화되는 양상까지 보인다.

대전교육청, 예방과 관계회복에서 학교폭력 답을 찾다

죄와 벌은 톰과 제리처럼 하나의 세트다. 학교폭력이 진화하는 만큼 학교와 교육계의 대응도 치밀해진다.

대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는 학교폭력의 해결책을 놀랍게도 ‘예방’과 ‘관계회복’에서 찾아냈다. 죄를 벌하는 후처리 대신 선택한 '예방'이라는 선제적 대응과 '관계회복'은 타 시·도교육청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대전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인 ‘어울림 프로그램 및 친구사랑 3운동’은 관계회복을 통한 선한 영향력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친구사랑 3운동의 핵심 과제가 ‘고운 말씨’, ‘바른 예의’, ‘따뜻한 소통’이라는 점도 학생과 학교폭력에 대한 대전교육청의 따뜻한 시선을 짐작할 수 있다.

대전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에 앞서 학생들의 심리부터 살폈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차 대전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도 피해 학생들은 ‘스스로 해결하려고(26.6%)’,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5.9%)’,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서(17.3%)’ 등의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현장 컨설팅지원단을 통해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각급 학교에 대한 장학을 실시했다.

학교와 교육청, 경찰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심리상담기관 등 유관기관 모두가 학교폭력에 대한 공정한 사안 처리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았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위해 위클래스와 위센터 등을 연계한 심리상담과 치유 등을 적극 지원했다.

대전교육청은 ‘피‧가해 학생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 개발’ 교사연구회를 구성해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원래 상태나 일상 생활로 돌아갈수 있는 최선의 방법론을 찾고 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상황에 대한 이해와 소통, 대화 등을 통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 결과를 올해 하반기 중에 초등용 프로그램 1종, 중등용 프로그램 1종을 보급할 예정이다.

대전교육청 권기원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것은 교육의 밑바탕”이라며 “처벌위주가 아닌 피‧가해 학생간 오해를 풀고, 가해 학생의 진실한 사과와 피해 학생의 용서를 통해 화해로 다가서는 회복적 접근을 이뤄내면서 학교폭력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학교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책은 끊임없는 ‘귀 기울이기’에서 출발한다. 소통과 이해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과 어려움을 읽어내지 못하면 어떤 관계회복도 이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대전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책은 끊임없는 ‘귀 기울이기’에서 출발한다. 소통과 이해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과 어려움을 읽어내지 못하면 어떤 관계회복도 이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귀를 기울이면, 사라지는 학교폭력

대전교육청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관계회복’에 힘쓰는 이유는 소통과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생각과 어려움을 알지 못하면 어떤 대책도 공염불이다. 그래서 대전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책은 끊임없는 ‘귀 기울이기’에서 출발한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외상후 스트레스와 불안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상처를 남긴다. 지속적인 피해감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워야 할 학교생활이 고통과 불안, 좌절의 시기가 되고, 자칫 성인이 돼더라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하는 후유증이 될 수 있다.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의 상처를 극복하고, 빠르게 학교적응력을 키워내려면 학교현장이 귀를 열어야 한다.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와 치유, 성장을 이끄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관계회복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끼리만 해결한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어른들이 귀를 기울여야 학생들이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게된다.

대전교육청이 피·가해학생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올해 4곳의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을 선정하고, 피해학생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맞춤형교육을 운영했다. 동시에 가해학생 선도를 위한 특별교육 4개 기관을 지정해 체험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재발방지와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전개했다.

피해학생 맞춤형교육은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070-4490-7100), 대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042-257-2000), 해맑음센터(070-7119-4119),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042-254-3038) 등이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학부모의 심리·정서적 치유와 회복을 돕기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다양한 체험활동·교육·상담을 포함한 통학형 프로그램과 심리검사 및 맞춤형 개인 프로그램, 교우관계 개선 프로그램, 병원 연계 프로그램, 학부모 대상 자녀 이해 프로그램 등을 전액 무료로 실시했다.

가해학생 특별교육은 (사)행복한동행(042-487-3480), 도화청소년문화의집(042-528-1318), 우리마당상담센터(042-622-1703), 동구나무심리상담센터(042-485-1143) 등이 맡았다.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의 긍정적인 관계 회복과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예방교육과 의사소통·대인관계·자기통제 등의 훈련, 예술 치료 등 기관별로 발달 수준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전교육청은 피·가해학생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대전교육청은 피·가해학생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학교폭력 해결책, 남은 과제는?

대전형 학교폭력 예방이 수범사례로 꼽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 피해학생 맞춤형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해학생 특별교육을 위한 예산 확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맞춤형교육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학폭심의위에서 보호조치가 나와도 피해학생에 대한 낙인, 비밀보장에 대한 우려, 치유 교육에 대한 학생 및 보호자의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피해학생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혜택인 맞춤형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수요는 매우 적다.

반면 가해학생 특별교육은 의무교육이다. 학교폭력 발생에 비례해 교육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학생 개인별 특성을 고려하면서 수준 높은 맞춤형 재발방지 교육 등을 진행하기 위한 넉넉한 예산 확보는 필수다.

민주시민교육과 고현주 장학사는 “학교폭력 피·가해학생 모두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듬는 것은 학교와 교육당국, 학부모 등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피해학생 맞춤형교육과 가해학생 특별교육이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