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한민국 ‘세계적’유산 여행지... 충남 대표 어디? - ① 공주 마곡사
[특별기획] 대한민국 ‘세계적’유산 여행지... 충남 대표 어디? - ① 공주 마곡사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10.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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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19' 발길 이어질 ‘명품 관광지 빅3’
충남도 관광진흥과가 ‘강추’하는 청소년 여행코스
국내외 여행을 준비할 때 우선순위로 꼽는 여행지 키워드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이지만 생각해 보면 한국에도 세계유산이 제법 많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은 충남의 백제역사지구를 포함해 15개나 되고, 관련된 세부 탐방지는 85곳에 달한다. 굳이 세계유산이 아니라도 이름난 ‘세계적’ 유산 코스는 전국 방방곡곡에 즐비하다. 충남도 관광진흥과가 꼽은 코로나19 이후 문전성시를 이룰 명품 관광지 3곳을 알아봤다.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 봄에는 마곡사의 경치가 으뜸이고, 가을에는 갑사의 풍경이 좋다는 말이다.

보통 절을 말할 때 ‘길 위의 절’이 있고, ‘산 속의 절’이 있다고 한다. 마곡사는 대표적인 ‘산중 사찰’이다.

충남 공주 마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本寺)이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정한 ‘한국의 전통산사’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공주 마곡사와 충북 보은 법주사, 전남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경북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경남 양산 통도사 등 6곳이다. 지난 2018년 6월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세계유산 등재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유네스코는 마곡사 등이 인도에서 비롯된 불교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적인 요소를 계승하면서도 한국의 토착성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과 공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마곡사는 산지(山地)라는 지형적 요인과 독특한 가람 배치가 돋보인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 내·외부 공간미는 한국 불교만이 갖는 통불교적 사상과 의식, 승려들의 산사에서의 생활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산사 문화가 살아 숨쉰다.

공주 마곡사는 서기 643년 신라의 고승인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신라시대 보철화상이 설법을 하는데 몰려든 사람들로 계곡을 가득 메운 모습이 삼밭의 ‘삼대(麻)’처럼 보였다고 해서 마곡사(麻谷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곡사는 사찰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단순히 정신 수양과 종교적 체험을 하는 공간을 넘어 고미술과 고건축물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충남을 대표하는 명품 관광지로 손꼽는 이유다.

보물인 대웅보전(제801호)과 대광보전(제802호), 영산전(제800호)과 도지정문화재인 응진전, 명부전, 국사당, 천왕문, 해탈문, 범종루, 홍성루 등 20여동의 건물과 암자부터 남다르다.

350m 능선의 높지 않은 태화산에 자리한 마곡사는 산 아래를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의 두 공간으로 나뉜다.

북원은 대광보전을, 남원은 영산전을 중심으로 각각 불전과 요사, 누각 등을 배치해 마치 두 개의 사찰처럼 보인다.

남원은 마곡사 입구부터 오른쪽 해탈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연결되고, 영산전과 명부전, 산신각이 자리했다. 영산전 앞은 홍성루가 있고, 북쪽은 매화당, 남쪽은 연향각이다. 연향각은 스님들의 요사채로 쓰이는 지금의 수선사다.

해탈문은 마곡사의 정문이다. 말 그대로 이 문을 넘으면 속세를 벗어나 불교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천왕문은 두 번째 문이다. 동서남북의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모셔져 있다.

문을 너머 해탈교를 건너면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산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중기 목조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영산전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담은 팔상도를 모신 법당이다. 천불을 모시고있어서 천불전으로도 부른다. 앞줄에 모셔진 일곱위의 부처님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과거칠불’이다.

마곡사 칠불좌상은 1681년 수화승 단응을 중심으로 계천, 성환, 탁밀 등 20여명의 조각승이 함께 제작했다. 오늘날 전하는 조선후기 불상 가운에 칠불이 천불상의 주존불로 제작된 것은 영산전 뿐이다. 마곡사가 목불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이유다.

영산전 천불 앞에서 기도한 후 눈을 뜰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부처님과 닮은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다고 하니 ‘싱글’ 청춘남녀들이 한번쯤 다녀가도 좋을 듯하다. 영산전 현판은 세조대왕이 쓰셨다.

명부전은 죽음에 대한 생각과 잘못을 참회하는 기도처다. 구원을 상징하는 지장보살과 사후세계에서 죄의 대소를 가리는 염라대왕 등 10명의 왕인 ‘시왕’을 모시고 있다.

남원에서 극락교를 건너면 북원이다. 대웅보전과 오층석탑 등이 있는 교화의 공간이다.

북원의 가람배치는 독특하다. 오층석탑의 북쪽에 대광보전을 짓고, 다시 축대 위에 대웅보전이 자리했다.

대광보전 뒤편으로 2층의 대웅보전이 모습을 보이는데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은 지형적 여건에 따라 중첩 배치하면서도 대웅보전을 중층(中層)으로 건립해 각 불전의 독자성을 확보했다. 이런 ‘일탑쌍금당’ 방식은 탁월한 구성과 함께 매우 희귀한 가람배치 사례로 꼽힌다.

마곡사의 보물인 오층석탑은 8.4m 높이로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다보탑이다. 3층에서 5층까지 몸체에 우주를 양각으로 새겼고, 2층 기단 위에 오층의 몸돌을 올린 후 머리장식을 얹혔다. 머리장식은 라마탑에서 보이는 풍마동 장식을 뒀는데 매우 독특하면서 세계에서도 희귀한 상륜 형식이다.

삼계불을 모신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법당이다. 대웅보전의 현판은 신라의 명필인 김생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현존하는 목조건축물 가운데 흔치 않은 중층 건물이다. 겉은 이층처럼 보이지만 실내는 통층이다.

대웅보전은 주존불인 석가모니불좌상과 아미타불좌상, 약사불좌상을 모시고 있다. 이 목조삼세불은 17세기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평가된다.

대광보전의 후불탱화는 영산회상도다. 부처님을 중심으로 6대 보상과 10대 제자, 용왕, 용녀, 사천왕으로 빼곡이 묘사됐다. 더욱 눈부신 것은 비로자나불의 뒷벽에 그려진 백의수월관음도다. 18세기 후반 조선 회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불교미술의 수작이다.

마곡사는 남방화소(南方畵所)다. 전문적으로 불화를 그리는 스님들을 교육했던 곳이다. 화승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사찰의 역사와 결과물을 보고 싶다면 마곡사가 으뜸이다.

대광보전은 참나무 박편으로 엮은 ‘삿자리’는 이야기도 품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100일 기도와 함께 삿자리를 짯는데 100일 후 그대로 일어나 걸어나갔다는 전설이다.

 

자녀와 함께 마곡사를 찾는다면 호국불교와 맥이 닿는 백범 김구 선생의 향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마곡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이 집결했던 사찰이다. 호국불교의 산실에서 김구 선생께서 머물렀던 응진전 옆의 백범당을 들러보고, 인근의 백련암까지 돌아보면 자녀에게 좋은 교육적 체험도 만들어 줄수 있다.

김구 주석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분노해 일본군 장교를 척살한 뒤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마곡사에서 잠시 수도했다. 광복 후에 마곡사를 찾은 백범은 대광보전의 주련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돌이켜 세상일을 보니 마치 꿈 속의 일과 같다)’를 보고 향나무를 심었다.

백련암으로 가는 길목에도 의미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불모비림’이다.

사찰에서 불화를 제작하고, 불상을 조각하거나 단청을 만드는 사람이 ‘불모’다. 불모의 신앙심은 구도자에 비견된다. 마곡사 출신의 불모들은 ‘계룡산화파’를 이뤘다. 이들이 남긴 작품은 성보로 경배받고, 국가적인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다.

신심으로 불사에 평생을 공양한 불모들의 혼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불모비림이다. 마곡사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불모비림을 조성하고, 금호, 정연, 보응, 일섭, 회응, 우일 불모등의 비를 세운 것도 선대 불모들의 훌륭한 업적을 전하고, 한국의 불교미술의 면면한 맥을 간직하려는 마음이 담겼다.

허창덕 충남도 관광진흥과장은 “마곡사는 독특한 가람 양식과 오층석탑, 불모다례제,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화승들의 발자취, 호국 승병에서 백범 김구 선생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며 “산사의 여유로움과 힐링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도 최고의 명품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