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나는 오늘도 젊은 선생님이고 싶다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나는 오늘도 젊은 선생님이고 싶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7.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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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희 대전교사노조 초등부위원장(대전동산초 교사)

얼마 전 세계인들이 아이돌 BTS의 컴백을 열광하던 날, 나의 최애 가수도 돌아왔다. 출근길부터 20년째 애정하는 가수의 정규앨범을 들으며 하루가 설렜다. 그리고 수업 시작 전 아이들과 안부를 묻는 인사에서 한 학생이 드디어 BTS의 새 노래가 나왔다며 기분이 좋은 하루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20년 전의 소녀팬 시절이 떠올랐을까. “선생님이 좋아하는 가수도 오늘 10년 만에 8집 정규앨범이 나왔어요!”하고 웃었는데 아이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10년 전이면 저희는 두 살이었는데…너무 옛날 가수 아니에요?”

10여 년 동안 아이들을 만나며 난 항상 젊은 줄 알았다. 해마다 신선한 얼굴의 아이들을 만나고 웃고 떠들다 보니 내가 나이를 먹고 있음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한 번씩 대학생이 된 제자들에게 연락이 올 때, “선생님 다음에 만날 때는 붕어빵 말고 술이나 커피 마셔요” 라는 마지막 인사는 아직도 적응이 어렵다. 벌써 너희들이 이렇게….아니 내가 이렇게….

예전에 친구의 어머니이자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하신 선배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선배님도 젊었을 때는 승진을 생각하지 않으셨는데,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 시점부터는 평교사로 정년까지 일하시기 어려울 것 같다고 느끼셨다고 한다. 그럼 이 시점의 나는 아직 젊은 선생님일까? 나름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가끔은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나 아이돌, 또는 비속어 등 카테고리는 다양해진다. 아이들의 취향은 빠른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내가 하나를 이해했다고 여기면 또 다른 아이템이 나온다. 선배님이 느끼셨던 마음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선생님으로서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내가 언제까지 열정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며 새로운 날들을 보낼 것이다. 행정업무, 민원 등을 제쳐두면 다른 직업에 비해 힘든 점도 많지만, 분명 교사는 다양한 아이들과 만나는 행복한 직업이다. 오랫동안 나의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길, 늘 깨어있는 젊은 선생님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김가희 대전교사노조 초등부위원장(대전동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