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신 유성중 교장, '대전 첫 여성교육감' 출마하나?
정상신 유성중 교장, '대전 첫 여성교육감' 출마하나?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6.13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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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發 제3지대론 솔솔... 맘카페, 여성단체 등 적극 지지
"여성교육감 아닌 교육감 후보, 감동있는 학교 만들고 싶다"
내년 6.1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전시교육감 후보군 경쟁이 뜨겁다. 대전유성중 정상신 교장이 첫 여성 교육감 후보로 거론돼 교육발 제3지대론까지 나오는 등 교육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내년 6.1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전시교육감 후보군 경쟁이 뜨겁다. 대전유성중 정상신 교장이 첫 여성 교육감 후보로 거론돼 교육발 제3지대론까지 나오는 등 교육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대전시교육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1지방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제3지대론이 급부상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전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진영의 아이콘인 설동호 대전교육감과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의 대결 구도 속에서 조용히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교육발 제3지대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주인공은 정상신 유성중학교 교장(60)이다.

정 교장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현직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교육계 안팎에서 정상신 교장의 출마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사들의 연구활동모임인 ‘대전미래교육연구회’를 중심으로 장애인학부모단체, 대전지역 5개구 어머니독서회, 다수의 맘카페, 환경운동단체 및 여성단체 등 시민단체와 대전지역 많은 교사들이 정 교장의 등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종의 시민 추대 방식의 교육감 후보가 탄생한 셈이다.

정상신 교장은 지난 11일 <충청헤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전교육감 출마 여부에 대해 내년 초 명예퇴직을 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작년 초부터 대전교육감에 출마하라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권유가 있었어요. 현직에 있으면서 대전교육의 발전방향과 미래비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과연 (출마)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선뜻 용기를 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출마를 권유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 염원에 부응할 수 있는지를 돌아볼 시간을 좀 가져볼 생각입니다.”

정상신 교장에게 주변 사람들이 출마를 권유하는 이유를 물었다. 답은 명확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교육감의 모습은 대동소이합니다. ‘열린교육’이니 ‘행복교육’이니 하는 거창해보이면서 내실없는 구호말고 한번이라도 감동을 달라는 겁니다. 스쿨미투가 발생하면 교육수장이 즉각 고개 숙여 사과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는 리더십을 보여달라는 겁니다. 또 교사들과 일반행정직 간의 갈등과 알력이 있으면 앞장서서 귀를 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달라는 겁니다. 문·이과통합 등 급변하는 대입 흐름 속에서 학부모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시그널을 보여주고, 취업에 목마른 특성화고교 학생과 학부모들과 청년 취업의 현실을 함께 고민해 달라는 겁니다. 교육이 더 이상 책상머리 구호가 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 저에게 출마를 권하는 분들의 한목소리입니다.”

정 교장에게 출마를 하게된다면 어떤 교육 비전과 정책을 선보일 것인지를 물었다.

“몇 군데 언론사에게 했던 답변입니다만 교육 현장에 있는 선후배들이 대전교육에 대해 말할 때 늘 ‘답답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대전교육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사회의 주류가 되고 있는 MZ세대만 해도 뭔가 물건을 고를 때도 미닝아웃(Meaning Out)을 합니다. 그만큼 개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칩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육가족 전체에서 나타날 겁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한 발 앞선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교육가치인 인성과 역량의 기반 위에 다양한 트랜드를 살펴 볼 수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쳐 보고 싶습니다. 구태의연한 쇄신이니 혁신은 떠들지 않겠습니다. 교육생산자인 교직원들의 리더로서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 맘카페,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교육감이 되고자 합니다.”

자연스레 정 교장의 정치적 포지션이 궁금했다.

“교육을 정치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생각합니다. 교육은 미래를 향해있기 때문에 진보적이지만 뿌리는 보수적인 가치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와 중립이 교육감이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조에 대한 입장도 명확했다.

“전교조를 언급하기 전에 현재 설동호 교육감에 대한 이야기가 선행돼야 할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으로 출발해서 국립대 총장을 지낸 뒤 대전교육감이 되신 경력은 누구나 존경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감으로서 보여준 정책과 비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수년동안 이어지는 청렴도 꼴찌, 끊임없는 스쿨미투, 인사 불신, 이도저도 아닌 교육행정에 대해 전교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전교조의 날선 비판과 개선요구는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교육감 선거는 보다 정책적이고, 보다 학생과 학부모 중심의 대결이길 바랍니다. 또 급감하는 학령인구 위기 속에서 교육가족을 위한 고민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닌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 선거를 희망합니다.”

다소 이르지만 그가 구상하는 선거 전략을 물었다.

“(교육감에 출마한다면)선거 전략은 있습니다. 관행을 깨고 싶습니다. 고비용의 오프라인 선거 대신 온라인 소통을 강화하는 선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속에서 교육철학을 교감하는 일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올 들어 2권의 책을 냈습니다. ‘정상신의 단짠단짠’과 ‘정상신의 토닥토닥’입니다. 교단에 선 이후의 에피소드와 감상을 담은 책들입니다. 제 생각과 교육철학,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일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많이 듣겠습니다. 동교 선생님들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또 학부모 운영위 등을 통해 부모님들의 생각도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맘카페 회원들이나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화합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갈라치기 보다는 둘 사이의 윤활유같은 선거 운동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정 교장이 내년에 출마해 정식 후보 등록을 하면 첫 여성 대전시교육감 후보가 된다는 점도 이슈다. ‘여성’에 대한 정 교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여성이라는 젠더의 틀보다는 대전교육현장에 적합하고 필요한 교육감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성평등지수를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여성 교육감’이 아닌 ‘교육감’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도, 교육을 받는 사람도 모두 사람이지 남성이나 여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은 젠더에 차별없이 이뤄져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교육감 선거에 ‘여성’ 타이틀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감 후보로 뛰겠습니다.”

정 교장이 생각하는 내년 교육감 후보군에 대해 물어봤다.

“설동호 교육감과 성광진 소장이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박백범 교육부 전 차관도 언급되고 있더군요. 스쿨미투에 눈 감는 후보, 이념에 치우친 후보, 교원의 지방직화를 주장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유권자들이 알게 되면 과연 소중한 한 표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정상신 교장은 ‘학교 다운 학교’를 언급했다. 키워드는 ‘감동’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곳입니다. 학교와 교실에서 아이들은 학생이 됩니다.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창의적 인재로 거듭납니다. 학교는 미래 역량을 길러주는 곳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부모님들보다 더 많이 지켜봅니다. 학교에 있는 모든 교직원이 아이들에게 삶의 감동을 줄 수 있아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학생 개개인이 작은 성취를 느끼고, 스스로 감동을 하고, 나름의 성장을 하면서 진로와 진학을 고민하는 ‘감동교육’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학창시절에 했던 조그만 활동과 성취감을 통해 힘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행복교육’ 같은 추상적인 말보다는 학교 활동 속에서 몸과 마음으로 감성을 체득하는 감동교육을 만들어내겠습니다. 학교 다운 학교는 학생들만 감동받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을 키워내는 교직원부터 감동받는 공정인사와 청렴의 키워드를 완성하겠습니다.”

한편, 정상신 유성중 교장은 1961년 충남 홍성 출신으로 교육자인 부친을 따라 천안에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대전 성모여고와 충남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교편을 잡았다. 대전중앙고와 대전여자상업고, 법동중, 월평중, 만년중 교감, 외삼중, 갑천중 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