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년 대전교사노조, "교사를 위한 진짜 노조 되겠다"
창립 1년 대전교사노조, "교사를 위한 진짜 노조 되겠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5.14 10: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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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 위원장, 김영진 수석부위원장 인터뷰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풀뿌리' 모임을 만들겠다"
교직 사회에 새로운 노조의 탄생을 알린 대전교사노동조합(이하 대전교사노조)이 최근 창립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일선 교사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교사 단일 단체로는 대전지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빠르게 듣고, 그에 맞는 대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해 온 덕분이다. 이윤경 위원장은 현장에 기반을 둔 교육 정책 제시와 교실 안팎의 다양한 문제 해결이 대전교사노조의 설립과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윤경 위원장과 김영진 수석부위원장을 만났다. 대전교사노조의 설립 배경과 주요 역할,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전교사노동조합 이윤경 위원장(왼쪽)과 김영진 수석부위원장.
대전교사노동조합 이윤경 위원장(왼쪽)과 김영진 수석부위원장.

Q.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대전교사노동조합 창립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대전교사노동조합이 지난 1년 동안 활동한 내용을 큰 틀에서 소개해 주세요.

"대전교사노조는 지난 2020년 3월 15일에 창립돼 이제 막 1주년을 넘긴 교사단체입니다. 교사만이 조합원 가입 조건이 되는 유일한 교원단체입니다. 대전교사노조는 설립 후 제일 먼저 교원 보호와 교원 업무경감을 골자로 한 대전시교육청과의 단체교섭을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체결을 목표로 매달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학교 운영 및 정책에 대한 제안, 돌봄 지자체-학교 통합운영을 위한 대 교육부, 교육청 활동 및 서명 운동, 교육과 관련한 각종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 교육 현안 홍보 및 캠페인 등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일에 참여하고 주도해 활동했습니다. 무엇보다 대전교사노조의 가장 큰 활동은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현실적 문제점과 부당함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지원해드리는 교권 보호 및 민원 처리 지원 활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대전교사노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학생이 존중받는 행복한 학교, 교사가 존경받는 바로 선 학교, 학부모가 안심하고 보내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자는 생각으로 보통의 교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교사노동조합입니다. 무엇보다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이 현장의 문제점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 문화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모아 전달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이에 대전교사노조는 학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더 나은 교육활동을 위한 버팀목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보자 하여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2020 대전교사노조-대전시교육청 단체교섭 상견례 모습.
2020 대전교사노조-대전시교육청 단체교섭 상견례 모습.

Q.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이전에도 있었는데 어떤 차별성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하고 쉽게 설명하자면 교총은 관리자 및 교직원이 모두 가입 가능한 교원단체고, 전교조는 기간제 포함 모든 교사들이 가입 가능한 교원노조입니다. 대전교사노조의 경우 대전의 국·공립 유치원 및 국공사립 초·중·고·특수 정교사가 가입 가능한 교원노조입니다. 또 대전교사노조는 17개 시도 지역노조 및 10개의 전국노조와 함께 교사노조연맹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분권 시대에 적합한 풀뿌리형 노조 형태로 각 노조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합니다. 따라서 지역 현안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가고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필요할 때에는 각 노조와 협력하며 ‘따로 또 같이’를 실현하는 구조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보통의 현장 선생님들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선생님들의 입장을 제일 잘 이해하며 대변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입니다."

Q. 조합이 결성된 후 교직 사회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미 교총과 전교조를 비롯한 기존의 다양하고 큰 조직이 있었고 또 교사 집단이 보수적인 성향을 띄는 곳이기에 과연 '새로운 노조에 관심을 기울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듣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결성하게 된 만큼, 선생님들이 알아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예상처럼 큰 홍보 없이도 결성 반 년도 되지 않아 입소문만으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의 선생님들께서 폭발적으로 가입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교사노조가 생겨서 너무 반갑다’, ‘정말 필요했는데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습니다. 늘어나는 조합원 수와 응원의 메시지가 반갑기도 했지만 그만큼 노조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음을 느끼며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Q. 지난 1년 동안 조합에서 해결한 주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돌봄교실의 지자체-학교 통합 운영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교육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의견 제출 및 정책 토론, 성명서 발표, 서명 운동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대전교사노조 단독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각 지역 교사노조가 연대해 목소리를 내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문제점과 지자체 통합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년에는 수능감독 의자 배치를 이뤄냈으며 얼마전에는 학원발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책임을 학교 및 교사에게 물으려 했던 것에 대해 항의 및 성명서를 발표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교사들이 무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Q. 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조합의 설립 이유로 꼽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인가요?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3항에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전교사노조에서는 법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교사가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바로 잡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단체협약 및 정책협의회, 단위학교업무표준화 가이드 라인 제안 등을 통해 교육 활동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경감시키고, 교육활동 침해에 즉각 대응 및 대안 제시로 교사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대전교사노조가 돌봄교실의 지자체-학교 통합 운영을 제시하며 내건 플래카드.
대전교사노조가 돌봄교실의 지자체-학교 통합 운영을 제시하며 내건 플래카드.

Q. 올해 또는 중단기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이 있으신가요?

"작년부터 시작해 1년 정도 지난 단체교섭이 올해 상반기에는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체협약 후에는 지속적인 정책협의회를 통해 교육 현안의 문제를 교육청과 같이 논의하며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또 기후위기 대응의 해를 맞이해 ‘기대해(기후위기대응의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대전환경교육센터 및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업무협약식을 체결했고 매달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환경교육 자료 개발 및 환경운동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공무원보수위원회 교사 참여 보장 요구 및 교원연구비 급별 차별 철폐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 중이며, 하반기에는 교사 연수 및 힐링 프로그램 운영과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와 교실에서도 힘든 나날이 연속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크신 것으로 아는데 대전교육청이나 교육부 등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청 및 교육부도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청이 어떤 일을 시행하고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는 학생들이 있는 곳이고 교육활동을 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론가들의 의견만 듣기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교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현장에서 진짜로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또 학교구성원간의 갈등 상황을 학교장의 재량이라는 명목으로 학교 내부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태도는 구성원갈의 갈등을 야기할 뿐입니다. 따라서 명확한 학교업무표준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는 구성원간의 명확한 업무 분장으로 갈등을 줄이고 학교 업무의 효율적 운영, 질 높은 교육환경 구성을 위한 바탕이 될 것입니다."

Q. 노동조합으로서 교직사회와 학부모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있으신가요?

"대전교사노조는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보통의 선생님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선생님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학교 문화를 바로 세우고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선생님이 존경받고 학생들이 존중받으며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러기에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이 조합원으로 함께 해 목소리를 내는데 힘을 보태준다면 대전교사노조는 더욱 든든하고 탄탄한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또 대전교사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가장 노력했던 것이 노조라는 단어가 가진 거부감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학교 환경을 바꾸고 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들이 교사 집단의 이기주의로 비춰지지 않도록 늘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대전교사노조는 교육청, 지역단체, 학생 및 시민들과 함께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 활동을 통해 대전 교육 발전의 주축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