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대규모 미달사태, 정부는 뭐했나"
"대학 대규모 미달사태, 정부는 뭐했나"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5.10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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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조 등 11일 기자회견 예고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주장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이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대규모 미달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하며 집회를 예고해 주목된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이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대규모 미달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하며 집회를 예고해 주목된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지난해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학교수 등 대학종사자들이 정부의 무대책에 항의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대학무상화-평준화추진본부 등은 10일 성명을 내고, "대학 위기에 대한 정부대책 수립 및 고등교육재정의 획기적 확충, 대학의 무상화를 위한 정부 고등교육정책 대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1일 오후 2시 대전시청 앞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올해 대학 입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대학들의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발생했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며 "지방대학의 위기는 이미 통계상으로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대전·충남지역도 최근 5년 이내 입학생 급감 현상이 뚜렷하다"며 "대학재정의 위기와 학교 운영의 어려움, 대학의 여건 악화에 따른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 상실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미약하고 등록금에 대학재정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학생 감소가 곧 재정수입 급감으로 이어졌다"며 "대학위기의 현상은 서울을 중심으로 서열화 된 우리나라의 대학 체제에서 지방대학과 도심 외곽, 소규모 대학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도심권에서 멀리 위치한 대학일수록 학생을 모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와 같은 학령인구 감소와 서울 집중 현상이 계속된다면 지역대학의 몰락과 지역의 붕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학위기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시대가 요구하는 후속 인재의 양성 기능과 학문·연구역량의 실종이 가장 크다"며 "OECD 주요 회원국이 매년 우리나라보다 1.5배 이상 많은 국가 재정을 고등교육에 투여하는 것처럼 정부가 대학운영비를 책임지는 대학위기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의 재원 비율은 GDP 대비 0.6%로 OECD 국가 평균인 1.0%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1년 전인 2016년에 비해서도 격차가  더 커졌고,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역시 1만 633달러로 OECD 국가 평균인 1만 6327달러의 2/3수준이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OECD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의 재원 비율은 GDP 대비 0.6%로 OECD 국가 평균인 1.0%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1년 전인 2016년에 비해서도 격차가 더 커졌고,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역시 1만 633달러로 OECD 국가 평균인 1만 6327달러의 2/3수준이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아래는 전국교수노조 등이 요구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 대책이다.

1. 학령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대학의 위기,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 상황은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크다. 앞으로도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장기간의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상시적 대학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나서 대학의 위기에 대응하는 중장기적 고등교육 대책과 함께 지방대학의 지원과 육성, 지역의 균형 발전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해당 지역 대학생에 대한 교육비지원, 지역인재 채용의 의무 할당 및 채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위기 사립대학의 공립화 등 대학위기에 대한 다각도의 대책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2. 현재의 대학위기는 대학재정의 위기에서 기인하는 학교 운영의 위기이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 수입의 감소로 이어졌고, 특히 지방대학들의 경우 운영의 위기로 내몰렸다. 이미 10여 년의 등록금 동결과 함께 입학정원의 지속적인 감소는 대학의 재정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많은 대학들이 존립의 위기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 대학 교육의 질과 교육여건 악화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대학에 대한 정부 교육재정의 대폭 확충과 뒷받침을 통해 초중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 수 감소가 대학들을 위기와 폐교상황으로 내몰기 보다는 고등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대학 정책의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
3. 우리나라 대학의 87%가 사립대학이고 위기 상황에 놓인 대다수 지방대학이 사립대학이다. 교육부는 매년 1조원 이상을 사립대학에 재정지원 사업의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대학 운영비로의 직접적 지원이 아닌 대학이 제출하는 특정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비로만 지원이 한정된다. 총 금액도 대학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매우 미흡하지만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가 아닌 사업비로만 한정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대학운영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 대학운영자금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립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교사 인건비와 학교운영비를 정부 예산으로 교육청이 직접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운영경비를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만큼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공적 통제에 따라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사전에 마련하고 사립대학들이 이를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4. 보다 더 나아가서는 고등교육재정의 대폭 확충과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 대학운영비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초중등학교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한 안정적 재원 마련과 함께 교육의 질이 높아져온 것처럼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정부의 재정 교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수생을 포함했을 때 한 해 대학 진학률이 90%에 달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상황에서 OECD국가 평균 수준인 GDP 1% 이상의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재정 교부를 발판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교육복지 확대 차원에서 대학 교육의 무상화로까지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재 기준, 8조원의 재원만 추가로 확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5.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에서부터 먼 지역의 대학부터, 대학서열이 낮은 순서부터 폐교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 위기 대책에 있어 대학서열 해소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대학을 비롯해 전국 대학의 일률적 정원 감축과 함께 재학생 규모가 1만 내지 1만 5천 이상으로 과밀화되어 있는 전국 대학들에 대한 규모 축소 방안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물론 정원 축소에 따른 재정적 뒷받침 등 정부의 지원방안 마련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6. 향후 20~30년 이상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폐교로만 내모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므로 지양해야 한다. 대학폐교가 지방대학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학 폐교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의 틀을 허물고 지역의 공동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학폐교가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가급적 대학을 살리고 교육과 연구의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자생력이 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전제로 인근 대학들 간의 통합을 유인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대학과 지역, 교육을 다함께 살리는 정책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폐교로 해고되는 교직원의 피해와 지역 공동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유휴 교육시설을 활용함으로써 교육여건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정부도 폐교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대학위기가 오래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교육체제를 바꾸는 기회일 수 있다. 대학위기 대책을 넘어 고등교육 정책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중장기 실질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