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코로나19 넘은 학교스포츠,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
[특별기획] 코로나19 넘은 학교스포츠,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11.2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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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스포츠클럽 '동Go동락' - 법동중학교 사제동행 걷기 대회
학교스포츠클럽의 긍정적 효과는 학교 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등 신체활동 능력 향상은 물론 교우관계 개선, 사회성 및 협동심 배가, 학습의욕 고취 등 전인교육의 방편으로까지 평가받는다. 1999년 대전에서 태동한 이후 교육부 주최 전국대회로 확대되면서 전국 17개 시·도 학생들의 축제로 거듭난 것만 해도 학교스포츠클럽의 필요성은 입증됐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젝트는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마을단위까지 연계하는 ‘동고동락(同Go同樂)’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매년 개최되는 대전교육감배와 동·서부교육장배, 전국체전 등의 일정이 전면 조정되면서 학교스포츠클럽이 주춤했지만 함께 뛰고 싶은 학생들의 열망은 학교와 교실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다양한 현장을 담아봤다.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 사제동행 걷기대회를 기획한 법동중학교 서유정 교사와 학년별 1위를 차지한 김태희, 한도담, 방유은 학생이 그동안의 기록을 살펴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걷는 것 만으로 누릴 수 있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일단 모든 사망 위험을 낮추고 비만을 줄여준다. 특히 8대 암과 심장병, 뇌졸중, 치매, 당뇨병 등 질환 발병을 현저히 감소해주는 효과가 있다.

걷기가 우울증 위험을 낮추고, 수면의 질을 높여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의료계의 보고도 많다.

무엇보다 걷기는 언제, 어디서나, 일상생활 속에서 쉽고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신체활동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대전법동중학교는 ‘걷기’로 코로나19 블루를 극복했다. 서유정 예체능부장교사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라는 코믹한 타이틀을 건 사제동행 걷기대회가 학생과 학부모, 학교 안팎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것.

시작은 단순했다. 예년같으면 각종 학교스포츠클럽으로 뛰어 놀아야 할 사춘기 제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갇혀 있다는 안쓰러움이 사제동행 걷기대회의 출발선이 됐다.

“원래 점심시간마다 학생들의 스포츠클럽 활동이 활발했어요. 축구, 농구, 피구, 넷볼, 컵쌓기, 넷볼 등 남녀 학생을 가리지 않고 연중 점심리그가 펼쳐질 정도지요. 체육관이 없는 학교지만 학교스포츠에 대한 열정 만큼은 대전 최고니까요.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스포츠활동이 멈췄어요. 매년 해오던 점심리그가 없어지고, 10월 15일로 예정됐던 체육대회도 취소됐어요. 학급 단위, 학년 단위 스포츠클럽 활동이나 대회에 대한 갈증 때문에 아이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수만은 없더라구요. 올해 부임 4년째인데 제자들을 위해 뭔가 돌파구를 찾고 싶었습니다.”

법동중학교 학생들은 오픈경쟁으로 실시된 사제동행 걷기대회에 참여하면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체력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맛봤다.

서 교사는 평소 사용하던 스포츠앱인 ‘나이키런클럽’을 활용해 학생들이 하루 일과 시간 동안 걸은 양과 동선을 올리면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자발적인’ 걷기 대회 초안을 짰다.

“일단 앱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GPS 이동경로가 확인됩니다. A학생이 한 시간에 몇 km를 걸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방법은 쉽습니다. 매일 학생 자신의 동선과 수치를 학년별로 마련된 모임앱(체육밴드)에 캡처해서 올리기만 하면 되거든요.”

아이디어를 보고 받자마자 윤석원 교장도 흔쾌히 동의했다.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일석이조라는 생각에 모든 학년에서 추진할 것을 권했다.

10월 한 달만이라도 학생들에게 체육활동의 기회를 주자는 생각에 추진한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 사제동행 걷기 대회’는 곧장 이슈가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몇가지 재미 코드가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 추석 연휴가 맞물리면서 대회가 시작됐고, 오픈경쟁이라는 점도 동기부여를 자극했다.

평소에는 막연했던 5km를 어떤 친구가 걸었다고 올리면 또 다른 학생이 자신도 걸었다며 올렸고, 도전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학년 1위를 차지한 방유은 학생도 친구들의 기록을 보면서 나도 한 번 1등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처음엔 걷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친구들 기록을 보면 승부욕이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걷다 보니 성취감이 느껴졌어요. 걷지 않으면 불안해질 정도로 의미있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방과후에는 하루 20km씩 걸었어요. 대회 기간에 가족 현장체험으로 제주도에 갔는데 서귀포 올레길과 한라산 정상까지 하루 70km씩 걸었어요. 평소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데 부여와 공주 백제역사유적과 옥천 할머니댁을 방문하면서 걷고 또 걸으면서 새롭고 재미있는 추억을 쌓았습니다.”

반별, 개인별로 순위권에 걸어 놓은 문화상품권과 스마트워치는 학생들의 도전의지에 불꽃을 당겼다. 또 걷는 동안 주변사진을 찍어 올리는 대회 속 대회인 ‘사진 콘테스트’도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좋아하는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법동중 사제동행걷기대회는 다양한 재미 요소로 학생들의 참여의지를 높였다. 사진콘테스트는 학생들이 걷는 내내 너나 없이 참여한 최고의 이벤트로 손꼽힌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꼽은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의 최고 묘미는 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서 평소 못했던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3학년 1위 김태희 학생은 걷기대회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걷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엄마와 함께 하루 20km 씩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엄마가 몸이 약하신데 함께 걷는 것 만으로도 좋은 운동이 됐어요. 무엇보다 평소에 바빠서 못했던 일상의 이야기나 서로에게 속상했던 일, 사춘기가 오면서 싸웠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슴 속의 감정을 푸는 계기가 됐어요. 걷기가 여러모로 저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걷기를 통한 소통의 장은 교실에서도 일어났다. 특수교육대상자인 2학년 한도담 학생이 전체 1위를 하면서 자신의 반 성적까지 끌어올리자 친구들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여동생, 반 친구 구자민과 함께 걸었어요. 건강이 좋아지고, 상쾌했어요. 계족산과 기찻길 아리랑로에 자주 갔어요. 할머니랑 함께 걸으면서 도토리를 봤는데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저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요. 사진을 찍으면 할머니가 칭찬을 해줬어요. 대회에 참여하면서 나만의 앨범이 생겼어요.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이번에 전교 1등(700km 달성)을 해서 꼭 경찰이 될수 있을 거예요. 반 친구들 모두 격려해주고, 우리반이 1등을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법동중 걷기대회는 친구끼리, 가족끼리, 스스와 제사 사이의 정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서 교사는 걷기대회를 진행한 10월 한달이 내내 ‘축제’ 같았다고 회상했다.

“전교생의 95% 이상이 참여했고, 전체 선생님의 85% 이상이 함께 했습니다. 무려 2만 5000km를 걸었더라구요.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지쳐있었지만 법동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은 모두 밝은 에너지를 공유했다고 자부합니다. 함께 걸으면서 사춘기 자녀의 고민을 알게됐다는 부모님의 말씀과 제자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회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기록이 모여서 학급의 기록이 되는 과정을 통해 코로나19로 자주 마주하지 못했지만 학급과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협동심을 키워낸 것이 걷기대회를 통해 이뤄낸 진정한 학교스포츠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법동아! 우리 함께 걷자! 사제동행 걷기대회’의 미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법동중학교 학생들은 걷기대회를 통해 적립된 킬로수 만큼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위한 쌀을 모았다. 법동종합복지관에 200kg의 쌀을 기부했다.

법동중학교 학생들은 걷기대회를 통해 적립된 Km 만큼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위한 쌀을 마련해 전달했다.

쌀 기부는 3년 전부터 시작한 법동중 학교스포츠클럽의 전통이다. 원래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진과 심판진, 도우미 학생들에게 제공하도록 대전교육청이 교부한 체육활성화 예산인데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기부를 결심했다.

“학생들이 배가 부른 것 보다 마음이 부른게 더 뿌듯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올해도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복지관에 전달된 쌀은 독거노인과 한부모 아동 등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도시락이 됩니다. 저 역시 아이들의 선한 마음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서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