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공', 대학별 환산점수에 달렸다
'수능 성공', 대학별 환산점수에 달렸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10.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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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수, 표준점수, 백위위 총합은 의미없어
대학들이 제시하는 수능 반영지표와 환산점수 주목

수능이 끝나면 많은 수험생들이 가채점한 원점수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따져보고, 수능 성적표에 드러난 표준점수나 백분위 총합으로 합격·불합격을 가늠한다.

하지만 실제 정시 지원에서는 이런 총합은 의미가 없다. 원점수나 표준점수, 백분위 총합 대신 대학들이 저마다 수능 성적 산출방법에 맞게 내놓은 '대학별 환산점수'가 더 중요하다.

대학별 환산점수는 각 대학의 수능 반영지표와 영역별 반영비율, 가산점, 학생부 반영 여부가 반영된 수치다. 대학들이 뽑고 싶은 인재상에 따라 같은 원점수 총점을 가진 학생이라도 합·불 결과가 달라진다.

보통 수능 성적표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백분위/등급 등으로 기재되는데 대학들이 반영지표를 만들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는 "백분위는 단순한 '위치'를 보여주고, 표준점수는 해당 위치의 '분포'를 살펴볼수 있는 지표여서 대체로 상위권 대학들은 백분위보다 표준점수를 선호한다"며 "탐구영역의 경우는 난이도에 따라 과목별 유불리가 생기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백분위를 기반으로 하는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시 수능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면 대학들이 내놓은 '반영지표'와 '환산점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영역의 점수 반영을 많이 하는 대학들을 살펴보고, 가장 유리한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대학을 찾는 것이 수능 이후 꼭 해야 할 일인 셈이다.

■ 대학별 환산점수 어떻게 적용되나

예를 들어보면 쉽다. 원점수 합이 동일한 자연계열 학생 A, B가 수능시험에서 국어, 수학, 탐구2과목 원점수 합이 238점으로 같다고 가정해보자.

2021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성적표에 적힌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보다는 대학들이 원하는 반영지표와 환산점수를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가상의 A, B학생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진학사 자료)

이중 A의 국어 원점수는 77점이고 B는 85점이다. 수학 영역은 A 85점, B 80점이고, 탐구영역 2과목 합산에서는 A가 B보다 3점이 높고 하자. 영역별 점수는 다르지만 두 학생의 원점수 합은 같다.

때문에 대학의 영역별 비율에 따라 환산점수를 적용하면서 차이가 발생한다. 또 대학은 이 원점수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원점수에 해당하는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급 점수를 활용해서 성적을 산출한다.

단순 원점수의 총합으로는 A, B 학생 중 누가 합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학생 A, B의 원점수를 전년도 2020학년도 수능 점수에 대입해 보면, 학생A는 국어 영역에서 수험생B보다 표준점수로 8점, 백분위 점수로는 13점 뒤쳐진다. 반대로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는 4점, 백분위는 10점이 높았고, 탐구2과목 합에서 1점 앞섰다.

'국수탐(2)합'에서 표준점수는 과목별 표준점수를 그대로 더한 값이고, 백분위는 국어, 수학 백분위에 탐구의 2과목 백분위 평균을 합한 값이다.

A는 표준점수 합으로는 B보다 3점 부족하지만, 백분위 점수로는 단 1점이 낮다. 단순히 수능 활용지표로 볼 대 A는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 유리할 수 있고, B는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 더 유리하다는 셈법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공식은 비교하는 두 대학의 국어, 수학, 탐구 반영비율은 동일하고 수능 활용지표만 다른 경우만 가능하다. 비교 대학 간 영역별 반영비율이 다르면 합산 점수만으로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다.

대학의 영역별 반영비율을 적용한 사례도 따져볼 수 있다. 가 대학은 수학영역 반영비율이 40%로 높고, 나 대학은 모든 영역을 25% 동일비율로 적용하고 있다.

수학 영역과 탐구 영역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A는 국어 비율이 낮고 수학, 탐구 비율이 높은 가 대학이 유리할 것이고, 동일반영비율을 적용하는 나 대학은 상대적으로 국어 성적이 좋은 학생B에게 유리할 수 있다.

실제 대학환산점수로 계산했을 때, A와 B의 격차는 나 대학에서는 5.3625점이었지만 가 대학에서는 0.25점으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두 대학 모두 표준점수를 반영해서 성적을 산출했는데 상대적으로 A에게 유리한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면 A의 합격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셈이다.

다시말해 학생 A에게는 수학 영역과 탐구 반영 비율이 높으면서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의 지원을 고려하는 것이 성공 전략이라는 의미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수능은 당해 년도 시험 난이도에 따라 영역별로 다른 성적 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과년도 입시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본인에게 유리한 수능 조합으로 성적을 산출하는 대학을 '가·나·다' 모집군별로 2-3개씩 찾아보고, 다른 경쟁 지원자들보다 더 높은 환산점수가 나오는 대학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