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수능 끝나고 뭐해? “올해는 메리 올림픽스 해요~”
[특별기획] 수능 끝나고 뭐해? “올해는 메리 올림픽스 해요~”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9.12.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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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란여고, 수능 이후 고교체육 활동 ‘눈길’

 

학교스포츠클럽의 긍정적 효과는 학교 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등 신체활동 능력 향상은 물론 교우관계 개선, 사회성 및 협동심 배가, 학습의욕 고취 등 전인교육의 방편으로까지 평가받는다. 1999년 대전에서 태동한 이후 교육부 주최 전국대회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16개 시·도 학생들의 축제로 거듭난 상황만으로도 학교스포츠클럽의 절대적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젝트는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는 대전에서 초·중·고 20개 학교가 참여한다. 고교 두런두런 프로젝트 지원도 올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마을단위로까지 확대 운영한다. 올해는 대덕구를 대상으로 모델링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 매년 개최되는 대전 동·서부교육장배 대회와 교육감배 대회, 전국대회를 비롯해 올해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다양한 현장을 담아본다.

“올해는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메리 올림픽스(Merry Olympics)할 거예요~”

졸업을 앞둔 청란여고 3학년 학생들의 이구동성이다.

이제 막 대입 수능과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교 3년. 꼬박 12년을 달려온 긴 입시 레이스의 마침표가 찍히는 날, 청란여고에서 축제가 시작됐다.

벌써 3년째다. 배광수 교사(3학년 부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수능 이후 학년 특색사업’이 올해는 대전시교육청의 ‘수능 이후 고교체육활동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진화했다.

지난 23일 ‘랫츠 부기 온 앤 온!(Let`s Boogie On & On)’을 타이틀 삼아 펼쳐진 청란여고의 작은 축제는 단체 기차놀이, 풍선탑 쌓기, 풍선 옮기기 릴레이, 미션 훌라후프, 과자 따먹기, 댄스 배틀(만보기 많이 찍기), 스페셜 워킹 릴레이 등 13개 종목에서 학생들의 협업능력과 지덕체(智德體)를 고루 겨루는 경연장이 됐다.

그야말로 학생들의 젊음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무대였다. 아직 대입 결과는 진행중이지만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여유가 신명을 돋웠다.

배광수 부장은 “아이들이 1학년일 때부터 시작해온 학년 특화사업인데 올해는 이틀에 걸쳐 메리 올림픽스와 요가 첼린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신체활동을 통해 수능 이후 제각각인 학생들의 마음을 학교와 교실로 끌어 모으고, 자아 성찰과 자아 존중감, 사랑과 배움의 즐거움을 되새기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첫해는 실수 연발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서툴렀고, 참여하는 학생들도 시큰둥했다. 일종의 ‘귀차니즘’이 축제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말 잘 듣는 1학년(?)’이었기에 그럭저럭 절반은 성공했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차츰 학생들도 선생님의 마음을 알게 됐다. 수능과 2학기 기말고사를 끝낸 마음은 스승이나 제자나 매한가지다. 다른 데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찾을 필요가 없다. 교사와 학생들이 한 데 어우러져 뛰고, 춤추고, 한바탕 웃는 곳에 참교육이 뿌리를 내렸다.

특히 올해는 학생들의 반응과 참여가 정점을 찍었다. 165명인 3학년 전체가 참여해 자신의 차례에선 최고의 끼를 선보이고, 친구들의 차례에선 왁자지껄한 응원과 웃음을 보탰다.

무엇보다 고교 3년 동안 쌓였던 입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고, 내년을 기약하는 좋은 도약의 자리가 됐다.

이수연 학생은 “지난 3년 동안 참여하면서 공부에 치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좋은 기회가 됐고, 올해는 힘들었던 대입 수험기간을 위로해 주는 좋은 축제로 기억될 것 같다”며 “친구들과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움직일 기회가 없는 학창 생활동안 잠시나마 체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 행사였다”고 말했다.

청란여고의 수능 이후 축제는 다양한 신체활동과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추억 뿐 만 아니라 매년 새해의 목표를 다짐하는 심기일전의 발판도 됐다.

배광수 부장 교사
배광수 부장 교사

배광수 부장은 “올해 입시에서 건양대 의대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충남대 등 인서울과 국립대 진학률이 예년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며 “한해 평균 7000여 명의 학생이 줄어드는 대전지역 고교 현실에서 청란여고가 좋은 입시실적을 낸 데는 수능 이후 신체활동을 통해 정신을 다잡고, 학생과 교실에서 공동체 의식이 싹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첫 선을 보인 ‘수능 이후 고교 체육활성화 사업’도 고3 수험생들의 수능 이후 스트레스 해소, 건강증진 및 체력향상, 심신 수련, 학사관리와 교육과정 정상화 등을 목표로 마련됐다.

대전시교육청 오광훈 장학사(체육예술건강과)는 “지난해 연말 강릉에서 개인체험학습(교외체험학습)을 하던 학생들이 불의의 사망 사고를 당하면서 수능 이후 학사운영의 내실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스포츠 활동을 통해 수능 이후 수업 공백을 메우고, 학생들에게는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연말 분위기를 학교 안에서 발산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오광훈 장학사
오광훈 장학사

한편, 대전시교육청의 ‘수능 이후 고교체육활동 활성화 프로그램’에는 34개 고등학교가 참여해 학교별로 특색있는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