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전국 최고 페어플레이, "성룡티볼 파이팅!"
[특별기획] 전국 최고 페어플레이, "성룡티볼 파이팅!"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9.12.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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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스포츠클럽의 긍정적 효과는 학교 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등 신체활동 능력 향상은 물론 교우관계 개선, 사회성 및 협동심 배가, 학습의욕 고취 등 전인교육의 방편으로까지 평가받는다.
1999년 대전에서 태동한 이후 교육부 주최 전국대회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16개 시·도 학생들의 축제로 거듭난 상황만으로도 학교스포츠클럽의 절대적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젝트는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는 대전에서 초·중·고 20개 학교가 참여한다. 고교 두런두런 프로젝트 지원도 올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마을단위로까지 확대 운영한다. 올해는 대덕구를 대상으로 모델링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
매년 개최되는 대전 동·서부교육장배 대회와 교육감배 대회, 전국대회를 비롯해 올해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다양한 현장을 담아본다.

올해 3월 결성된 대전성룡초 여자티볼동아리는 괄목할 만한 성적으로 대전교육감배 우성과 전국대회 페어플레이상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3월 결성된 대전성룡초 여자티볼동아리는 괄목할 만한 성적으로 대전교육감배 우성과 전국대회 페어플레이상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츠를 즐기는 것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 시작하는 낯선 운동에 호기심을 가지면서 기본기를 다지는 시기가 있고, 어느 정도 경기규칙에 익숙해져서 승부욕에 발동을 거는 열정의 시기가 있다. 그리고 대회 규모에 개의치 않고 정정당당한 경기정신을 선보이는 스포츠 매너의 시기다.

스포츠 매너의 시기쯤이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일갈했던 성철 스님의 경지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스포츠 매너의 다른 이름이 ‘페어플레이(Fair play)’다. 페어플레이는 스포츠가 내재하고 있는 경쟁적 행동의 원리와는 사뭇 다른 사랑의 원리가 작용한다. 특히 학교스포츠와 학생클럽에서는 승리 지상주의의 대척점에서 더욱 빛이 난다.

대전성룡초(교장 최철영) 여자티볼동아리 학생들도 승부보다는 땀의 가치와 공정하고 당당한 경기력으로 박수갈채를 받은 팀이다. 제12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대전지역 대표로 참가해 전국 유수의 팀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가장 값진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성룡초 여자티볼팀은 올해 팀을 꾸린 새내기팀이다. 5학년 학생을 주축으로 14명의 선수가 모였다. 티볼 규칙도 생소했고, 배트와 공을 처음 만져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8시에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에 모여 구슬땀을 흘렸다. 땀의 가치는 멋졌다. 토너먼트로 펼쳐진 대전교육감배 대회에서 강팀과의 첫 대결에서 마지막 10번 타자가 홈런을 쳤다. 첫단추부터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더니 전승으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윤선 지도교사는 티볼의 티자도 몰랐던 팀을 이끌고 대전교육감배 우승의 역사를 썼다. 선수들에게 스포츠의 진짜 재미와 매너를 일깨워준 참스승이다.
이윤선 지도교사는 티볼의 티자도 몰랐던 팀을 이끌고 대전교육감배 우승의 역사를 썼다. 선수들에게 스포츠의 진짜 재미와 매너를 일깨워준 참스승이다.

당시를 떠올리는 이윤선 지도교사(6학년 담임)의 표정에서 감개무량함이 묻어났다.

“대전교육감배 대회만 생각하면 지금도 흥분됩니다. 저나 학생들 모두 티볼의 규칙도 몰라서 인터넷을 뒤져 공부해가면서 훈련했는데 결성 첫해에 큰일을 해냈어요. 학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고, 팀워크를 십분 발휘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룡초 여자티볼팀 학생들이 대전교육감배 대회에서 영광스러운 1위에 오른뒤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성룡초 여자티볼팀 학생들이 대전교육감배 대회에서 영광스러운 1위에 오른뒤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티볼은 뉴스포츠다. 야구와 비슷하지만 투수가 없다. 대신 티 위에 정지된 공을 타격하고, 뛰고, 잡고, 던지는 등 간단한 규칙 때문에 학생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학교스포츠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협력을 해야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협업력, 책임감을 기르는데 탁월한 스포츠다.

대전 대표로 전국대회에 처녀 출전한 성룡초 여자티볼팀이 페어플레이상을 받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선 대회에 참가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했다. 승부에만 집착한 채 정작 중요한 ‘재미’와 ‘팀워크’를 놓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덕분에 매 경기 시끄럽고(?), 지면서도 해맑게 웃는 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실 시끄러움에는 이유가 있었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친구들과 작전을 주고받고, 소통했기 때문이다. 또 잘하면 잘했다고, 실수하면 괜찮다고 파이팅을 외쳤기 때문이다.

“시합에 나서기 전에 우리 모두 엄청 떨렸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실수에 대한 조언을 해줬죠. 실수를 하면 누구 보다 당사자가 가장 힘든데 ‘너 때문’이라는 말은 더 상처를 준다고 했어요. 그럴 땐 묵묵하게 대신 커버를 들어가 주는 모습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팀워크가 살아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실수를 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자고 했어요. 오히려 자신의 뒤에 친구들이 있다는 신뢰를 갖고, 서로 미안하지 않는 대회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대전성룡초 여자티볼팀은 올해 3월 결성된 신생팀이다. 매일 오전 8시 학교 운동장에서 흘린 구슬땀은 전국 최고의 페어플레이팀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대전성룡초 여자티볼팀은 올해 3월 결성된 신생팀이다. 매일 오전 8시 학교 운동장에서 흘린 구슬땀은 전국 최고의 페어플레이팀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윤선 지도교사의 당부는 제대로 먹혔다. 실수를 해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니 매 경기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가 놓친 볼을 외야 끝까지 따라가는 모습에서 모두 힘을 냈다.

“모든 경기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전국대회에서 심판들이 그렇게 점수 차가 나는데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더라구요.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상대팀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했더니 창피한 게 없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도 평소보다 잘했는데 상대팀이 더 잘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대회 첫 경기부터 큰 점수 차로 지면서도 왁자지껄하고, 깔깔거리는 팀을 이상하게 생각한 심사위원들의 눈도 점차 바뀌었다. 경기를 하면서 소통하고, 실망하지 않고,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의 폼을 교정해주고 격려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페어플레이상 ‘감’이었다.

최철영 교장선생님
최철영 교장선생님

“신생팀이다 보니 많은 것이 서툴렀습니다. 심지어 전국대회에 나서면서 구호도 없었어요. ‘성룡티볼 파이팅’을 급히 만들어서 출전했는데 다른 학교들은 라임이 살아 있을 정도로 세련된 구호를 외치더라구요. 경기를 하면서 승부도 중요하지만 학교를 대표하는 멋진 구호 하나 만들자는 학생들의 요청에 시달렸습니다.(웃음) 매 경기 소통하고, 업그레이드되면서 이런게 진짜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대전성룡초 학생들의 꾸밈없고 맑은 모습은 최철영 교장의 교육철학과 대전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추진해 온 학교스포츠클럽 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고 있다는 ‘청신호’라는 평가다.

최철영 교장은 “1200여명의 전교생이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건강과 체력 증진 뿐 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우고, 소통하며, 배려하는 진짜 공부를 하도록 각 지도교사들이 안내하고 있다”며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정’과 ‘도전’, ‘협동’이라는 덕목을 갖춰나가고, 참여와 배려의 참뜻을 이해하는 건강한 청소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6학년 강미나 학생은 “올해 처음으로 티볼을 하게됐는데 친구들과 함께 뛰면서 협동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대인관계가 좋아지다 보니 학교생활도 즐거워졌고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학년 문지민 학생은 “학교스포츠클럽으로 티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책임감을 키웠다”며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성룡초는 티볼 남녀팀을 비롯해 ‘담임선생님과 함께하는 성룡팡팡 줄넘기 클럽’, 배구, 풋살 등의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면서 도전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키워내고 있다.

12월의 추운 바람도 성룡초 여자티볼팀의 열정을 막을 수 없다. 학생들이 어김없이 오전 8시에 모여 연습 시작을 알리는 힘찬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월의 추운 바람도 성룡초 여자티볼팀의 열정을 막을 수 없다. 학생들이 어김없이 오전 8시에 모여 연습 시작을 알리는 힘찬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