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지각변동 ‘고교학점제’ A to Z
대입 지각변동 ‘고교학점제’ A to Z
  • 김진환 입시전문 대기자(성균관대 겸임교수, 전 입학사정관)
  • 승인 2019.12.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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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1호 교육공약, '의미와 전망'

정부가 대학 입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른바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 따른 '고교학점제'다.

지난 11월 교육부는 현행 고등학교 체제를 개편해 교육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그동안 자사고·외고·국제고로 유형화된 고교체제는 설립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현행 고교서열화와 사교육비 심화 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오는 2025년 일반고로 모두 전환하고,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소 방안의 핵심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시기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년 3월이다.

단, 일반고 전환 이전 자사고‧외고‧국제고 입학생은 졸업 때까지 신분이 유지된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 전환 이후 학생 선발과 배정을 일반고와 같게 운영하고, 학교 명칭과 특성화 교육과정도 기존과 같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교육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와 맞물린다. 문제는 고교학점제 시행시기 확정에 따른 큰 변화와 위력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 운영단계
고교학점제 운영 단계(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고교학점제란?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완벽한 문·이과 통합교육 첫 세대인 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 자신의 진로에 따라 여러 교과를 선택하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는 수많은 변화를 내포한다. 첫째, 학생은 학습의 주체로서 적성·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학습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등학생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었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업을 듣게 된다. 대학처럼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고 강의실을 찾아가는 개념이다.

둘째, 기존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성취한 등급에 상관없이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지만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목표한 성취 수준에 충분히 도달했다고 판단해야 과목 이수를 인정해 준다. 따라서 배움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

셋째, 기존에는 출석 일수로 졸업 여부를 결정하지만 누적된 과목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이르러야만 졸업할 수 있게 된다. 고교 졸업이 곧 본질적인 학력 인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교육부는 고등학교에서 대학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기본 교과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필수 교과가 최소화되고, 문과와 이과의 교육과정을 통합해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게된다. 평가방식은 수업과 연계한 과정 중심, 등급별 줄 세우기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의 성취평가제를 우선으로 하고, 과목별 성취 기준에 도달해야만 학점 이수로 인정돼 졸업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는 조기 졸업도 가능하지만, 유급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원 또한 수업·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험대에 서게 된다.

■ 고교학점제 도입 단계

고교학점제는 오는 2025년까지 약 3단계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오는 2021년까지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 마련' 시기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345개고 운영을 통해 2015 개정교육과정에 기반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적용한다. 학생의 진로·학업 수요를 반영한 선택과목을 편성·운영하고,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한다. 특히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2019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은 성취도를 대입 전형자료(2022학년도 대입)로 제공한다. 진로선택과목을 통해 시작되고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관심 있는 분야의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성적 부풀리기 등을 방지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목별 성취도와 함께 원점수·과목평균, 성취도 수준별 학생 비율을 제공한다. 이 단계의 키워드는 학생의 선택권과 고교내신 절대평가다.

다음 단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로 '고교학점제 부분 도입'이다. 고교학점제 취지를 반영하고, 현행 교육과정 총론 일부를 개정 고시하면서 학점제를 부분 도입한다. 학점제로의 전환과 적정 졸업학점 기준을 설정하고, 학생 선택권 확대를 위한 과목 개설 활성화 및 학교 밖 이수 과목 인정기준이 마련되는 시기다. 이 기간에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제도의 본격적 시행을 위해 개선·보완이 필요한 사항들을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마지막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본격 시행'이다. 선택과목 재구조화 등 학생별 맞춤형 교육과정 구현을 위한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고, 차기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5년 고1부터 모든 과목 성취도를 대입 전형자료로 제공한다.

고교학점제 도입 단계
고교학점제 도입 단계(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고교학점제 영향력과 향후 지각변동

고교학점제는 대학의 교육과정을 고등학교에서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특목고나 전국단위 자사고에서는 시행하고 있고, 그 범위가 일반고로 확대되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 진로선택과목을 이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물론 고등학교 전 과정이 선택수업제로 운영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인 지식과 실력을 쌓기 위한 공통과목은 기존의 교과배정 방식대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그 외에 진로 선택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래의 표는 과목별 일반공통과목과 진로에 따른 선택과목이다.

일반공통과목과 진로에 따른 선택과목
일반공통과목과 진로에 따른 선택과목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를 시행해야만 가능한 제도이다. 설사 상대평가를 한다 하더라도 학군에 따라 개설 불가능한 과목들이 있을 수 있다. 물리 II, 화학 II가 개설되지 않는 학교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더는 입학하지 않기 때문에 수년 안에 학업 분위기가 나빠질 것이다.

특히 고교내신 절대평가 제도가 시행되면 학점 경쟁으로 대입에서 내신의 영향력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특목고·자사고·일반고의 전환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고등학교와 담당교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대입 구조에서 입시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과목을 이수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임에는 분명하지만 특정 교과목 쏠림 현상과 수능 준비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게 사실이다. 대학들도 입시 결과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에 '대학 서열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