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 '수능활용지표' 모르면 대학 간판 바뀐다
대입 정시, '수능활용지표' 모르면 대학 간판 바뀐다
  • 김상희 기자
  • 승인 2019.12.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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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성공은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의 퍼즐게임

2020학년도 수능 시험성적이 발표됐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수능 점수로 어느 대학, 어느 학과가 유리한지 계산에 여념이 없다. 초조하기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녀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성적표만 봐서는 도대체 몇점인지, 어느 대학이 안정권인지 도통 알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적혀있다. 상대평가인 국어와 수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이들 3가지가 모두 기록돼 있고,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만 표기돼 있다. 그러니 모를 수 밖에 없다.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수능활용지표'다.

수능활용지표는 대학들이 인재선발을 위해 활용하는 지표들의 조합이다. 거꾸로 수험생은 이 조합과 자신의 과목별 성적의 '합'을 맞춰 봐야 성공적인 대학 입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대학 간판 좌우하는 '수능활용지표'

대학들의 인재선발 기준은 다양하다.  수시와 정시로 나뉘는 전형만 해도 수천개로 갈래를 친다. 성적에 따른 합격과 불합격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은 저마다 정해 놓은 기준이 있다. 바로 수능 영역별 반영과목과 반영비율이다. 이를테면 수학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은 수학 점수가 잘 나온 학생을 뽑고 싶은게 당연한 이치다.

결국 '수능 성적이 같은데도 왜 합격에 유불리가 생기지?'하는 질문은 대학의 인재선발 방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어떤 수능지표를 활용하는지를 알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성공적인 대입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승룡 전 대전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의 퍼즐 조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일단 정확한 의미 이해가 우선인데 '표준점수’는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해 원점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시험이나 과목 간의 난이도 차이를 보정하는 수치다. 평균이 50점인 시험에서 80점을 받은 수험생과 평균이 90점인 시험에서 80점을 받은 학생을 변별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시험마다 평균이나 표준편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원점수에 따른 표준점수는 늘 변하는데 지난 2018학년도 자연계 수학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130점이었고, 2019학년도는 133점이었다.

‘백분위’는 자신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가진 수험생들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100명이 치른 시험에서 자신의 등수가 7등이라면 백분위로는 '93'으로 표기된다.  상위 누적 인원에 따라 표준점수는 다르지만 동일한 백분위에 속할 수 있고, 동점자가 많은 경우에는 백분위 편차가 표준점수 차이에 비해 더 커지기도 한다.

백 대표는 "어떤 과목에서 원점수 93점 이상을 성취한 학생이 모두 1등급을 받았다고 할때 동일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백분위는 차이가 난다"며 "2018학년도 수능에서 원점수 100점과 98점의 학생의 백분위는 100으로 동일했고, 97점과 96점은 99로 동일, 95점, 94점, 93점은 백분위가 모두 98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백분위가 같다고 해도 표준점수는 다를 수 있다.

아래 표는 올해 수학(가)형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의 일부다. 표준점수 127점과 126점은 백분위 94로 같고, 124점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은 123점을 받은 학생과 백분위가 같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일반적으로 상향 지원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위의 학생과 격차를 좁혀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백분위 보다,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아래 학생과 격차를 늘려야 하는 안정적 지원을 원하는 경우에는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백분위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시는 '상대평가'다. 본인의 점수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성적대의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같이 확인해서 어떤 성적 지표가 다른 학생과의 격차를 좁히거나 벌릴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 탐구영역,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도 고민

국어, 수학과 달리 탐구영역은 원서 접수시 선택한 2과목을 치르게 된다. 이때 선택 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차이가 발생한다.

올해 윤리와 사상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62점이지만 경제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72점이다. 또 물리Ⅰ은 66점이지만 지구과학Ⅰ은 74점이다.

탐구영역은 과목 선택에 따라 표준점수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점수차를 보정할 필요가 있다.

대학들 중에는 국어, 수학은 표준점수를 사용하고, 탐구영역은 백분위를 활용하기도 하고, 표준점수나 백분위만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탐구영역 선택에 따른 보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선택 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생긴다.

우 팀장은 "올해 ‘윤리와 사상’을 선택한 학생은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나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 모두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다"면서 "진학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윤리와 사상 원점수 47점을 받은 학생의 표준점수는 60점으로 경제 만점자 72점인 학생에 비해 12점을 손해 보지만 백분위는 78로 경제 만점자 100에 비해서 22점을 손해라는 수치가 나왔다.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손해를 덜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