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줄 넘고, 두런두런(Do Learn Do Run) ‘웃음꽃 활짝’
[특별기획] 줄 넘고, 두런두런(Do Learn Do Run) ‘웃음꽃 활짝’
  • 김상희 기자
  • 승인 2019.12.08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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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스포츠클럽 현장을 가다- 대전 태평초 줄넘기동아리

 

학교스포츠클럽의 긍정적 효과는 학교 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등 신체활동 능력 향상은 물론 교우관계 개선, 사회성 및 협동심 배가, 학습의욕 고취 등 전인교육의 방편으로까지 평가받는다. 1999년 대전에서 태동한 이후 교육부 주최 전국대회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16개 시·도 학생들의 축제로 거듭난 상황만으로도 학교스포츠클럽의 절대적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젝트는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는 대전에서 초·중·고 20개 학교가 참여한다. 고교 두런두런 프로젝트 지원도 올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마을단위로까지 확대 운영한다. 올해는 대덕구를 대상으로 모델링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 매년 개최되는 대전 동·서부교육장배 대회와 교육감배 대회, 전국대회를 비롯해 올해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다양한 현장을 담아본다.

줄 하나로 온 국민이 웃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 물론이다. 줄넘기가 대표적이다.

줄넘기는 땅에서 두 발을 떼는 도약의 즐거움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도구인 ‘줄’이 어우러져 자연적으로 생긴 놀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서 스포츠로도 각광받고 있다.

줄넘기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는 일도 쉽다. 두 손으로 줄을 잡고, 타이밍에 맞춰 줄을 넘는 동작만으로도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근육에 긴장과 이완을 준다. 음악과 율동을 더하면 풍부한 레크리에이션이 완성돼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개인 뿐 아니라 단체 줄넘기도 인기다. 학교 체육을 중심으로 ‘30초 스피드릴레이’나 ‘긴줄 뛰어들어 함께 뛰기’, ‘8자마라톤’ 등 이색적인 종목을 겨루는 스포츠클럽 줄넘기대회도 활성화되고 있다.

단체 줄넘기의 묘미는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호흡이다. 대전 태평초(교장 차영환) 줄넘기동아리는 단체 줄넘기에서 대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차영환 교장은 “태평초는 다양한 스포츠 동아리활동과 스포츠클럽을 통해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더하는 놀이교육을 실현하고 있는데 줄넘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체 줄넘기를 통해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일체감과 협동심을 배양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전지역 대표로 선발돼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등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힘을 기울여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전한 학교생활을 통해 우리나라를 이끌 동량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성장기 학생들에게 줄넘기는 최고의 운동이다. 주로 발바닥 앞부분으로 뛰는 특수한 상하운동이어서 10분만 시간을 내서 뛰는 것만으로도 발목, 장딴지, 무릎, 허리 등 온몸에 충분한 운동효과를 줄 수 있다.

리드미컬한 도약을 연속하는 사이에 뼈의 증골세포가 자극을 받는데 청소년들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같은 의미로 성인들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좋은 건 아이들이 먼저 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태평초 학생들의 ‘픽(pick)’도 단연 줄넘기다. 줄넘기의 매력과 즐거움을 물으니 막힘이 없다.

방현호 학생(5학년)은 “줄넘기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운동기능이 향상되고, 체력이 좋아졌다”며 “무엇보다 1교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소연 학생(6학년)은 “줄넘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단합하고 더 친해질 수 있었고,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대전시교육감배대회 우승과 전국대회 진출이라는 기쁨을 맛봤다”며 “비록 전국대회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었고, 앞으로 후배들이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빛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줄넘기의 효과를 손꼽아 보는 학생들의 얼굴은 웃음꽃이 가득했다. 같은 취미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다양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가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워내겠다는 대전시교육청의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젝트의 결실이 빛나는 순간이다.

학생들이 줄넘기의 매력에 푹 빠진 데는 줄넘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펜싱으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김경자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에페)가 지도 선생님이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주종목 대신 줄넘기지도자로 변신한 것도 흥미롭다.

김경자 강사는 “엘리트 펜싱 국가대표선수로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뒤로 학교 스포츠클럽의 중요성을 깨닫고 강사로 10여 년간 근무했다”며 “요즘 아이들은 어른처럼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이 달려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이게 줄넘기지도자를 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줄넘기와 피구를 새롭게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엘리트체육 못지않은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공부도 최고, 운동도 최고여야 하는 학생들의 일상 속에 줄넘기를 통해 함께 사는 법과 인성을 가르쳐 줄 수 있고, 한번 이기고 지는 것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고, 설령 지더라도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게 학교스포츠클럽의 진정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김 강사는 “대전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선도적으로 학교스포츠클럽의 기반을 넓히고 있고, 학교를 거점으로 마을단위까지 참여폭을 키우고 있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라며 “스포츠가 경쟁보다는 참여와 재미를 느끼는 진짜 운동으로 거듭나는데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평초등학교 학교스포츠 줄넘기 동아리는 단순히 뛰는 줄넘기지만 재미와 흥미,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스포츠의 참의미를 찾고 있다.

남녀 학생 40명이 아침 0교시부터 줄넘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단체 줄넘기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기초체력과 양방향성 협업능력, 성장기 키 성장과 심폐지구력 향상 등의 효과를 내고 있다.

김 강사는 “여자학생들이 대전지역대회에서 우승해 전국대회에 진출했는데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각 종별로 전국에서 한 팀만 받는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남녀 모두 전국대회에 출전해 페어플레이상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 태평초야 말로 ‘줄 하나로 온 국민이 웃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최고 답이 됐다. 줄넘기를 통해 이기려고만 하는 스포츠가 아닌 참여와 즐거움이 있는 스포츠의 묘미를 찾아낸 태평초 스포츠클럽 동아리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