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고·자사고 2025년 일반고 전환
정부, 외고·자사고 2025년 일반고 전환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9.11.07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고 등 일부만 존치, '완전 평준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단, 영재학교와 특수목적고 중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는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고 유지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자사고와 외국어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2025년 이후에는 서울 대원외고 등 기존 외고는 학교 명칭을 그대로 쓰고, 특성화된 외국어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선발권이 없어지고 일반고처럼 학생 선택에 따라 지원해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또 다른 고등학교처럼 무상 교육이 시행된다.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되기 이전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입학한 학생의 신분은 졸업 때까지 유지된다.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하지는 않지만, 영재학교의 지필 평가(문제풀이식 시험)를 폐지하는 등 선발 방식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자사고, 외국어고 등을 폐지하는 대신 5년간 약 2조2천억원을 투입해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학생 수준과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과학, 어학, 예술, 소프트웨어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교과특성화학교도 확대한다.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모든 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여건을 조성한 뒤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2020년 부분 개정하고, 2022년 전면 개정해 2025학년도부터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수업을 골라 듣는 학점제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고 미래 고교교육을 준비하고자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조국 사태'로 고교 교육의 공정성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외국어고와 자사고 등을 20∼30여 년 만에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어서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엘리트 교육의 필요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거셀 전망이다.

특히 이날 발표는 자사고·외고 등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정부가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들을 일방적으로 없앤다는 반발과 함께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단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고교 체계를 대거 손질함에 따라 차기 정권에서도 이를 쉽게 뒤집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학교·학부모·학생들의 반발과 불안감이 커질 수록 차기 정권의 부담은 가중되고, 이를 완화하고자 해당 학교를 되살리는 검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사실상 완전한 고교평준화라는 주장이지만 서울 곳곳에 분포돼있는 자사고·외고가 일거에 사라지면 '강남8학군' 등 이른바 '교육 특구' 선호 현상이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현재 정시 확대까지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수능에 대비에 노하우가 있는 소위 명문 일반고에 보내려는 학부모가 많아질 것"이라며 "80-90년대로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서 과학고·영재고, 외국어고, 자사고, 일반고의 고교 유형별 서열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적인 근거자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