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뜨거운 감자다. 환호와 불신의 극과 극의 찬반양론에서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것이 '공정성'이다.

사실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이해하면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사라진다. 100점짜리가 탈락하고, 98점이 합격한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학부모도 전공에 대한 이해는 하나도 없으면서 공부만 잘한 학생을 뽑겠냐는 질문에는 머뭇거린다. 학종은 점수로 뽑는 대입에서 관련 이력으로 뽑겠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해하면 편하다.

하지만 수긍하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블라인드 면접'이다.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 각 대학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블라인드 면접은 앞으로 더 많은 대학에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 블라인드 면접이 뭐지?

수험생의 출신고교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된다면 공정하지 못한 선발 방식이다. 아버지의 직업이 유명 작가여서, 어머니의 직업이 의사여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그동안 출신고교에 따라, 가족구성원의 지위에 따라 합·불이 결정됐다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관련된 우려를 지우기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것이 지난 2018년의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 및 운영 실적’이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결해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도록 유도했다.

각 대학은 면접관에게 응시자의 개인정보 인적사항 (수험번호, 출신고교, 성명 등)을 제공하지 않으며,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질문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 수험생들에게도 면접 시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안내하며 복장 역시 교복을 착용하지 않도록 한다.

■ 블라인드 면접에 대한 반응

블라인드 면접에 관한 수험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단국대와 명지대, 서울여대가 공동연구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2018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따르면 블라인드 면접 참여 결과 공정성이 확대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81.2% (매우 그렇다 40.7%, 대체로 그렇다 40.5%)였고, 본인에게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85.2% (매우 그렇다 42.3%, 대체로 그렇다 42.9%)에 달했다.

이는 2019학년도 서울시립대의 면접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블라인드 면접 및 서류기반 확인 면접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무려 95%를 웃돌았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블라인드 면접 방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교과 교육과정으로 고교 유형을 파악 가능하고, 지역 소재지나 수상, 프로그램명 등을 통해 고교 추정이 가능해 완전한 블라인드 면접에 한계가 있다.

또 일반적으로 면접 평가에 앞서 이루어지는 서류 평가에서 학생부, 고교프로파일, 자기소개서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블라인드 면접의 도입 의도가 제대로 달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면접 시 일어날 수 있는 수험생들의 실수나 돌발 발언에 대한 대학들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학생들이 면접 중 실수로 본인의 이름을 이야기했다면 평가에서 바로 불이익을 줄 것인가의 문제다. 부모의 우월적 지위나 지원자에게 유리한 성장배경이 아닌, 열악한 가정환경에 대한 언급 역시 평가에 불이익으로 연결 지어져야 하는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대학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해결과제다.

■ 블라인드 면접 유의사항

대학은 지원자의 이름, 수험번호, 출신고교명, 부모(친인척 포함)의 실명 및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낼 수 있는 직업명, 직장명, 직위명 등을 답변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를 추정할 수 있게 만드는 자신의 이름이나 출신고교명을 활용해 만든 활동, 프로그램, 수상명 등 까지도 언급하지 않도록 한다.

대학은 이런 유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평가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밝히고 있는데 이 때의 불이익은 당락을 좌우할 정도다.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oo학과 교수이신 어머니가~’, ‘oo회사에 다니시는 큰아버지를 방문하여~’와 같은 표현은 지원자의 유리한 성장배경 등을 의도적으로 전달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반복되지 않는 단순 실수로 판단 가능한 경우에는 불이익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교복 착용이 금지되었는데 이를 입고 오는 경우에 대학은 대기실에서 대학 졸업 가운 등을 이용해 교복을 가리고 면접실에 입장하게 돕기도 한다. 면접관들의 질문이 개인신상을 유도하지 않는 주제로 이루어지게끔 교육하기도 한다. 블라인드 면접의 의도가 누군가를 탈락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면접 준비과정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대학에 제출한 학생부나 자소서 등의 서류를 다시 확인하며 예상질문을 뽑아보고 답변을 준비하면 되며 굳이 학교명이나 집안환경 등을 언급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