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자소서는 없다. 'only one' 자소서만 있을뿐
Best 자소서는 없다. 'only one' 자소서만 있을뿐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9.08.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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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작성법 이모저모

대입 전형에서 수시 학생부중심전형이 대세를 이루면서 수험생의 이력을 설명하는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커졌다. 대다수 대학들이 자소서를 요구하고, 학생부에서 드러나지 않는 수험생의 특성을 보완하는 자료여서 평가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물론 수험생들에게는 부담스럽다. 학교생활기록부와 달리 학생들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 서류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막막한 학생들이 꽤 많다. 실제로 대입 전문업체인 진학사가 지난 2018학년도 대입 수험생 1,377명에게 자기소개서를 준비한 시점을 물었더니 '고 3 여름방학부터'라는 응답이 전체의 23%로 가장 많았다.

2018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고3수험생들의 자소서 작성 시기 응답
2018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고3수험생들의 자소서 작성 시기 응답

그렇다면 대입에서 빼먹을 수 없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좋을까? 대전대신고 백승룡 교사(전 대전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는 "자소서에 베스트는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수험생 자신의 진짜 이력을 보여주는 'only 1' 자소서를 만들때 성공적인 대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자소서를 쓰면서 자주 범하는 잘못들만 꼼꼼하게 체크해도 좋은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학사와 백승룡 교사의 도움말로 '망하는 자소서의 조건'을 살펴봤다.

◆ 망하는 자소서에눈 '5가지'가 있다.

① 차별성 없는 일반적인 스토리

자기소개서 1번에서 특히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기울인 노력’으로 성적 상승 스토리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 소재는 대부분 플래너, 예습∙복습, 개념 학습, 또래 튜터링, 공부시간 증가 등 예상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평가자가 자기소개서 1번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은 학습법이 아니라 학생이 학업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지적 호기심을 발현한 경험, 교과목의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한 경험을 통해 적극성, 지적 호기심, 탐구심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우고 느낀 점을 어필해야 한다.

② 활동 내용만 나열, 핵심이 없음

문항과 관계없이 자주 범하는 잘못이다. 동아리나 봉사활동에서 본인이 했던 일들을 쭉 열거만 할 뿐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점을 강조하려고 하는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을 내세우고 싶다면 리더십을 발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전공 관련 탐구심을 강조하고 싶다면 탐구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서술하면 된다.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한 자신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진솔하게 작성함으로써 전공(계열)적합성, 학업역량, 발전가능성, 인성 등을 보여줘야 한다.

③ '무엇'이 빠진 명확하지 않은 진정성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에 많은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낀다. 이럴 땐 평가자의 관점에서 자기소개서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갈등이 있었는데 열심히 설득해서 해결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같은 단편적인 설명 만으로 진정성을 주기 어렵다. ‘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이 글만 읽고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을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해답이 보인다.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썼을 때 글은 읽는 사람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④ 배우고 느낀 점이 없는 식상한 글짓기

많은 학생들이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기소개서를 처음 쓰기 시작한다. 그동안 했던 활동 중에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자기소개서의 소재로 선택하여 활동의 계기, 과정 등을 작성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기소개서를 염두에 두고 활동을 한 게 아니다 보니 막상 소재를 정하고 내용을 적었지만 그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없다. 전공과 연계되는 활동이라도 본인이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점이 없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글을 쓰기 전에, 그 활동을 통해 내가 느낀 점이 무엇인지 먼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 배우고 느낀 점을 먼저 정리하고 나면 내용을 작성하기도 훨씬 쉽고,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⑤ 막연한 지원동기와 진로계획

4번 자율문항은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원동기 및 진로계획을 묻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색해 보았는지는 확인하려는 문항이다. 때문에 추상적인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해서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만 진로계획을 적는다면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지원 학과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로에 대한 동기와 더불어, 왜 해당 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는 대입을 위해 필요한 서류지만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쓰기활동이다. 단순히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무엇을 했나?’가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만든 활동들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으로 접근해보자. 그 대답이야 말로 좋은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는 초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면적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수험생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대학에서 자기소개서를 왜 제출하라고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활동 내역을 열거하는데 이런 것들은 학생부에 다 나온다. 평가자는 학생이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