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손으로 알린 충남의 유교와 항일운동, 중국서 대장정
학생 손으로 알린 충남의 유교와 항일운동, 중국서 대장정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8.08.19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사랑학생기자단, 14-17일 산동성 제남, 청도에서 만세운동 펼쳐

학생·청소년의 손으로 충청남도의 유교문화와 항일운동을 국내외에 알려온 교육사랑신문 학생재능봉사기자단이 중국 산동성 제남과 청도에서 4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쳤다.

교육사랑학생기자단은 지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산동성 제남과 태안, 곡부, 청도 등을 방문해 충남의 역사문화를 알리고,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홍보하는 활동을 펼쳤다.

학생기자단의 중국 방문은 충청남도의 ‘친중국 관광콘텐츠 개발 및 홍보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학생들은 지난 4월 1일 충남 논산을 시작으로 홍성·예산(5월12-13일), 천안(7월8일)에서 기호유교와 항일운동의 발자취를 발굴 취재했다. 이번 중국 방문은 충남의 유교 및 항일운동 콘텐츠와 산동성의 역사적 문화 접점을 찾기 위해 추진됐다.

충남은 한국에 두 곳 뿐인 공자의 사당 궐리사(논산)가 존재하고, 위정척사운동의 사상적 기틀을 제시한 남당 한원진 선생의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홍성)이 뿌리 내린 지역이다. 때문에 수많은 선비들과 우국지사가 일제강점기 동안 분연히 일어섰다.

학생기자들은 20세기 분서갱유로 불린 중국의 문화대혁명 동안 단절된 중국내 공자의 사상이 어떻게 충남에서 유교의 본질을 지켜왔는지를 취재했고, 남당 한원진 선생의 ‘인물성동이논쟁’에서 촉발된 충남의 항일애국지사들의 나라사랑정신이 어떻게 일제강점기동안 잠들어 있던 중국 대륙을 깨웠는지를 밝혀왔다.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 바다를 건너 산동성 청도에서 5.4운동으로 점화된 역사적 동질성을 찾아냈다.

교육사랑신문 학생재능봉사기자단의 충남 알리기의 첫 걸음은 한국 유교의 본산인 논산에서 시작됐다.
교육사랑신문 학생재능봉사기자단의 충남 알리기의 첫 걸음은 한국 유교의 본산인 논산에서 시작됐다.
학생기자들은 대한민국 항일운동의 성지인 충남 홍성과 예산에서 김좌진, 윤봉길, 한용운 등의 위대한 애국지사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그들의 숭고한 나라사랑에 커다란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남당 한원진 선생의 심오한 우주론도 배웠다.
학생기자들은 대한민국 항일운동의 성지인 충남 홍성과 예산에서 김좌진, 윤봉길, 한용운 등의 위대한 애국지사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그들의 숭고한 나라사랑에 커다란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남당 한원진 선생의 심오한 우주론도 배웠다.
학생기자들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하면서 유관순 열사의 민족자결 의지가 바다 건너 중국에서 5.4운동으로 점화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학생기자들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하면서 유관순 열사의 민족자결 의지가 바다 건너 중국에서 5.4운동으로 점화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학생기자단의 중국 방문은 충남과 산동성의 동질성인 유교와 항일운동의 교집합을 알려 얼어붙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민간외교인 셈이다.

학생들은 첫날인 14일 제남 대명호와 천성광장에서 역사적인 첫 충남 유교문화 및 항일운동 알리기에 나섰다. 천성광장은 ‘제남의 응접실’로 불리는 곳으로 광장 건축물에는 산동성 지역 출신의 역사적 인물상을 세워놓았으며, 벽면에는 그들의 활약상을 부조로 묘사해 놓았다. 제남은 공자와 맹자, 손자병법의 손무와 제갈량 등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인물을 배출한 곳이다.

'제남의 응접실'로 불리는 천성광장에서 학생기자들이 한국과 중국, 충남과 산동성의 역사적 동질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제남의 응접실'로 불리는 천성광장에서 학생기자들이 한국과 중국, 충남과 산동성의 역사적 동질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산동성 제남은 순임금과 공자를 비롯해 맹자, 손무, 제갈량, 왕희지, 편작 등 걸출한 위인을 배출한 곳이다.
산동성 제남은 순임금과 공자를 비롯해 맹자, 손무, 제갈량, 왕희지, 편작 등 걸출한 위인을 배출한 곳이다.
천성광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교육사랑학생기자들.
천성광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교육사랑학생기자들.

15일에는 중국의 오악(五岳)의 하나인 태산의 정상에 올랐고, 맹자의 사당인 맹묘(孟庙)를 방문해 학생·청소년기자로서의 각오와 호연지기를 다졌다.

태산(泰山)은 중국의 오악(五岳)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산이다. 높이 1,532m로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봉선의식을 거행했다. 산 정상까지 7,412개의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한번 오를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태산 정상에 오른 학생들의 저마다“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며 양사언의 시조를 읊었다.

태산은 중국 산둥성 중부 타이산 산맥의 주봉(主峰)이다. 중국의 5대 명산(名山) 가운데 동악(東岳)으로 신성하게 여겨져 왔다.
태산은 중국 산둥성 중부 타이산 산맥의 주봉(主峰)이다. 중국의 5대 명산(名山) 가운데 동악(東岳)으로 신성하게 여겨져 왔다.
학생기자들은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로 오른 뒤 정상으로 향했다. 짙은 산안개가 태산의 높이를 가늠케 한다.
학생기자들은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로 오른 뒤 정상으로 향했다. 짙은 산안개가 태산의 높이를 가늠케 한다.

김민수 학생기자(대전중1)는 "태산 정상에 오른 것이 중국에서 가장 인상깊은 일이 될 것 같다.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것도 재미있었다"며 "태산 할머니에게 기도를 드리면서 한국은 여전히 무덥다는데 태산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웃음)"고 말했다.

맹묘는 맹자의 사당으로 ‘아성묘(亞聖庙)’라고 불리는 곳이다. 성인(공자)에 버금간다는 의미다. 인근에 맹자의 직계후손이 사는 저택인 맹부가 있다.

맹자는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참된 용기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기자들은 맹모삼천지교를 상징하는 비석 ‘모교일인(母敎一人)’ 앞에서 참교육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윤주연 학생기자(괴정중2)는 "맹묘와 맹부 등을 돌아보면서 맹자의 어머니가 새삼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식을 위해 공동묘지와 백정마을, 시장통을 거쳐 학교 옆으로 이사를 해 세계적인 인물을 키워낸 것에 감동 받았다"며 "다만 맹자의 어머니 사당이 다른 가족들(특히 한량으로 소문난 맹자 아버지)에 비해 너무 초라한 상태여서 뿌리 깊은 남녀차별에 속이 상했고, 거꾸로 더욱 위대한 어머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맹묘는 문화혁명 기간 동안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나 1980년부터 복원작업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맹묘는 문화혁명 기간 동안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나 1980년부터 복원작업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어머니가 한 사람을 가르쳤다'는 비석의 내용은 세 번 이사를 다니며 가르쳤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한 사람을 가르쳤다'는 비석의 내용은 세 번 이사를 다니며 가르쳤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이야기다.
맹부에는 도로 곳곳에 맹자의 어록이 써 있다. 학생기자들 뒤의 글은 ‘맹자’ 고자장구 상(上)의 스무번째 글귀인 “예지교인사(羿之敎人射), 필지어구(必志於彀)”다. 내용은 활쏘기를 배울 때는 과녁에 맞는지 안 맞는지 보다는 원칙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이다. 학생기자들에게 꼭 맞는 구절이다.
맹부에는 도로 곳곳에 맹자의 어록이 써 있다. 학생기자들 뒤의 글은 ‘맹자’ 고자장구 상(上)의 스무번째 글귀인 “예지교인사(羿之敎人射), 필지어구(必志於彀)”다. 내용은 활쏘기를 배울 때는 과녁에 맞는지 안 맞는지 보다는 원칙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이다. 학생기자들에게 꼭 맞는 구절이다.

16일은 공자의 고향인 곡부를 방문했다. 곡부에는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와 공자 후손들의 집무실과 거처인 공부(孔府), 공자와 그 후손들이 잠들어 있는 거대한 가족묘지인 공림(孔林)이 있다.

곡부는 춘추전국시대 약 800년 동안 노나라 수도였고, 유교를 연 공자의 출생지다. 이른 아침 학생기자들이 공묘를 향해 걷고 있다.
곡부는 춘추전국시대 약 800년 동안 노나라 수도였고, 유교를 연 공자의 출생지다. 이른 아침 학생기자들이 공묘를 향해 걷고 있다.

공묘(孔廟)는 공자께서 돌아가신 지 2년 뒤(B.C. 478)부터 짓기 시작해 이후 역대 왕조가 규모를 확장 개축했다. 현재 전해지는 건축물은 청나라 때 지은 것이다. 공묘의 건축물은 규모가 궁궐을 방불케 한다. 면적은 약 20만㎡가 훨씬 넘으며 전체 건축물의 방의 개수가 466개에 이른다. 공묘의 본전인 대성전은 북경 고궁의 태화전 다음으로 큰 중국 제2의 건축물로 높이 24.8m, 폭 45.7m, 길이 24.9m에 달한다.

대성전은 공묘의 본전이다. 궁궐을 방불케 하는 건물은 28개의 돌기둥이 있는데 정면 10개 기둥에는 휘감고 올라가는 2마리의 용(龍)이 생동감있게 조각돼 있다.
대성전은 공묘의 본전이다. 궁궐을 방불케 하는 건물은 28개의 돌기둥이 있는데 정면 10개 기둥에는 휘감고 올라가는 2마리의 용(龍)이 생동감있게 조각돼 있다.
공묘의 본전인 대성전은 공자의 위패를 모신 집이다. 내부에는 공자와 제자들의 상(像)이 안치돼 있다.
공묘의 본전인 대성전은 공자의 위패를 모신 집이다. 내부에는 공자와 제자들의 상(像)이 안치돼 있다.

학생기자들은 공묘와 공부, 공림에서 중국과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의 사상적 뿌리인 공자의 가르침에서 인(仁)과 예(禮)의 철학적 개념을 되새겼다. 또 한국 충남의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문명국가(文明國家)’의 가치를 떠올렸다. 바로 문명국가라는 자부심이 훗날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정신적 기반이 됐음을 새삼 깨달았다.

김민상 학생기자(대전고2)는 "공자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공묘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특히 청나라때 건축된 대성전과 주변의 2100여개의 비석은 글씨체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웅장한 크기도 장관이었다"며 "공자의 가르침을 직접 체험하면서 그동안의 생활습관이나 태도를 반성했고, 앞으로는 매사에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공자님의 사당을 지켜 온 논산이 충남 기호유교문화의 중심지라면 홍성·예산의 내포지역은 남당 한원진 선생의 ‘인물성이론'이 뿌리깊게 내린 곳이다. 쉽게 말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같은 인간의 본성을 사물도 똑같이 갖고 있느냐의 문제에서 남당 한원진은 ‘사람과 사물의 성질은 다르다’고 주장했고, 훗날 “조선과 오랑캐는 다르다”는 이념으로 개화기 위정척사운동과 김좌진, 윤봉길, 한용운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충남의 애국지사인 윤봉길 의사는 상해 홍커우공원에서 폭탄 의거를 단행해 중국 100만 대군도 해내지 못한 일을 조선 청년 혼자 해냈다는 격찬과 함께 중국 대륙의 항일투쟁을 이끌어 냈고, 상해임시정부가 중국의 후원으로 세계에 공인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숭고한 첫걸음이었다.

또 천안 아우내에서 불타오른 유관순 열사의 민족자결의 정신은 바다 건너 중국 청도의 5.4운동으로 점화되면서 중국내 대규모 민중저항운동으로 이어졌다.

교육사랑학생기자단은 중국 대장정 동안 매일 저녁 조별 스터디를 실시했다. 당일 방문지에 대한 토론과 회의를 통해 지식의 폭을 넓혔고, 충남의 유교와 항일운동에 대한 근원적인 화두를 탐구했다.
교육사랑학생기자단은 중국 대장정 동안 매일 저녁 조별 스터디를 실시했다. 당일 방문지에 대한 토론과 회의를 통해 지식의 폭을 넓혔고, 충남의 유교와 항일운동에 대한 근원적인 화두를 탐구했다.

학생기자들이 마지막 17일에 방문한 청도 5.4광장은 충남과 산동성의 역사문화적 연결고리의 방점을 찍은 곳이다. 광장의 랜드마크 조형물인 ‘5월의 바람(五月的风)’은 높이 30m, 직경 27m로 바람처럼 휘감기면서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마치 타오르는 횃불처럼 우뚝 서 있다.

교육사랑학생기자단은 뜨거운 여름의 끝에 중국 산동성에서 대장정을 펼쳤다. 마침 태풍이 북상했고, 5.4광장에서는 빗방울이 거셌다.

'5월의바람'이 붉게 타오르는 청도 5.4광장에는 태풍이 몰고온 비가 세차게 내렸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굵었지만 세계평화를 위한 학생기자단의 만세삼창은 힘찼다.
'5월의바람'이 붉게 타오르는 청도 5.4광장에는 태풍이 몰고온 비가 세차게 내렸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굵었지만 세계평화를 위한 학생기자단의 만세삼창은 힘찼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교육사랑학생기자단의 산동성 대장정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 ‘그 여름의 끝’이 떠올랐다. 2018년의 여름 끝에 찾아간 산동성의 곳곳에서 학생들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은 나무 백일홍처럼 나라사랑의 붉은 꽃을 피워냈다.

품에서 꺼낸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흔든 청도 5.4광장에는 세계평화를 위한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고, 충남의 항일애국지사와 선비정신을 힘껏 알리며 굵은 빗방울 속에서 한·중우호를 소망하는 희망의 횃불을 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