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유교문화와 항일운동, '추사 김정희'
충남의 유교문화와 항일운동, '추사 김정희'
  • 학생기자단
  • 승인 2018.05.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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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학생기자(대전 성덕중1학년)

2018년 5월 12일. 나는 교육사랑신문 학생재능봉사기자단의 일원으로 충남의 유교문화와 항일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예산과 홍성을 방문했다. 우리는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세미나를 열고, 나아가 같은 또래의 중국 학생들에게 충남의 유교문화와 항일투쟁을 알리는 기획을 세웠다.

학생기자들은 5.12(토), 13(일) 이틀간 추사 김정희 고택과 기념관, 면암 최익현 선생 묘, 만해 한용운 생가,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를 탐방하고, 충남의 유교문화와 항일 운동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여러 위인들 중 나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삶과 예술적, 학문적 업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추사 김정희는 두 말할 나위없이 조선의 대학자이자 서예가로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추사고택을 찾아간 날, 비가 내렸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옛 선비들처럼 잠깐의 여유를 느껴봤다.
추사고택을 찾아간 날, 비가 내렸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옛 선비들처럼 잠깐의 여유를 느껴봤다.

그는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유년기를 보내며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당시 채제공이 어린 추사의 필체를 보고 명필이 될 것이라 예언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뛰어난 재능이 널리 알려져 세간의 큰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뛰어난 자질이 있었기에 추사는 박제가 같은 훌륭한 스승을 만날 수 있었으며 타고난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

유복했던 그에게도 시련이 닥친다. 어머니를 결혼 직후인 16세에 잃고, 20세에는 아내를 잃고, 계모를 잃고, 스승 박제가 마저 잃게 된다. 추사는 이런 시련과 슬픔에도 굴하지 않고 책과 붓 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추사기념관에서 김정희 선생의 일대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추사기념관에서 김정희 선생의 일대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추사는 23세에 사마시에 합격하였다. 사마시에 합격한 추사는 호조참판에 오른 아버지 김노경(金魯敬)을 따라 북경에 따라가게 되면서 당시 유명한 청나라 학자들과 만나 교류하게 된다. 금석학(金石學)의 대가였던 옹방강(翁方綱)과 완원(阮元) 등 당대의 석학들과 학문을 교류하며 고증학(考證學)을 익히게 된다. 이 때 추사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청나라의 학자들 모두 추사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는 명불허전이다. 그의 글씨는 마치 그림같다.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는 명불허전이다. 그의 글씨는 마치 그림같다.

추사는 서예 뿐만 아니라, 경학(經學), 금석학(金石學), 문자학(文字學), 사학(史學), 지리학(地理學), 천문학(天文學)까지 두루 섭렵하였다. 북한산의 비석이 신라 진흥왕순수비(新羅 眞興王巡狩碑)임을 고증하기도 하였다. 또한, 화가로서는 널리 알려진 세한도(歲寒圖) 말고도 불이선란(不二禪蘭), 묵란도(墨蘭圖), 묵죽도(墨竹圖)를 남겼다. 이 중 세한도는 제주로 유배를 간 추사에게 책을 보내주었던 제자 이상적에 대한 고마움을 세한송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이다.

55세(1840)에 추사는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후로 제주도와 함경도 북청에서 10여년간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말년에는 부친 김노경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과천에서 생활하다 71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명문가의 자제로 타고난 재능까지 겸비한 추사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모진 풍파와 시련 속에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추사체가 탄생하기까지 "벼루 10개, 붓 1,000자루를 썼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경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추사의 삶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지 '노력' 만은 아닐 것이다. 출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으면서도 언제나 어디서나 글씨를 쓰고, 저술활동을 하고,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며 묵묵히 추사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우리는 예산 덕산리솜호텔에서 묵으며 모둠별로 조선유교와 항일운동가에 대한 세미나을 열고, 발표회를 가졌다.
우리는 예산 덕산리솜호텔에서 묵으며 모둠별로 조선유교와 항일운동가에 대한 세미나을 열고, 발표회를 가졌다.

청소년인 우리 학생기자들이 추사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자신 만의 삶의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다. 타고난 영재성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고, 추사처럼 우리 청소년도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조선유교에서 항일운동에 이르는 충남의 선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님의 침묵'을 낭송했다.
조선유교에서 항일운동에 이르는 충남의 선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님의 침묵'을 낭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