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하는 '자소서'의 비밀
합격하는 '자소서'의 비밀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8.05.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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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기소개서 A to Z

자소서. 자기소개서의 준말이다. 대학 입시에서 자소서의 영향력은 무궁무진하다. 대입의 70% 이상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전형이라는 점도 자소서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대다수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필수 제출서류로 정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참고자료로 활용해 학생부에서 미처 드러내지 못한, 혹은 포착하지 못한 지원자의 특장점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진학사의 도움말로 자기소개서의 주요 요소와 작성 방법 등을 알아봤다.

■ 자기소개서의 주요 요소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자기소개서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갖고 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자기소개서'다.

우선, 문항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충실하다. 자율문항인 4번을 제외하고 1번부터 3번까지 자기소개서에서 작성하라는 내용은 "~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형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결과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식으로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문항에서 구체적인 활동 경험 또는 실천 사례를 통해 학생의 '변화(성장)하는 과정'을 요구하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결과'를 써냄으로써 질문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게 써 낼지를 꼭 살펴봐야 한다.

둘째, 좋은 자소서는 학생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아 낸다. 그저 '열심히 00한 학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00 분야에 대하여 어떤 이유를 가지고 어떻게 활동해 어떤 점이 성장한 학생'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이런 자기소개서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구체적인 활동 예시를 갖췄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셋째, 학생의 약점을 보완하는 자소서가 좋다. 체육교육과를 지원할 경우, 학생의 체육 성취도가 'C'이고,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별다른 기재내용이 없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리 만무하다. 이때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학생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 등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납득할만 한 이유로 제시한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요즘에는 진로희망이 바뀌거나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특별한 사유를 자소서에 담아낸다면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불리한 요소(성적 하락 등)가 있더라도 낙심해선 안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껴서 본인의 학교생활에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면 자소서의 재료로 써볼 만하다.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

자기소개서를 쓸 때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크게 세가지다. '소재가 없다', '글을 잘 못쓴다', '시간이 없다' 등이다.

일단, '소재가 없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의 결과다. 많은 학생들이 어려운 집안형편 속에서 발군의 성적을 유지하거나 장애를 극복했다는 식의 드라마틱한 소재를 찾아 헤맨다. 그럴 필요 없다. 똑같은 과학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어떤 학생은 필기를 통해, 어떤 학생은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 또 어떤 학생은 직접 실험을 하면서 체득을 해야 공부가 된다.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 속에서 원리를 이해하고, 배움을 터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똑같은 과목을 놓고 배우는 과정과 깨달음의 정도는 학생마다 모두 다르다. 자소서의 소재는 자신만의 이야기면 충분하다. 본인의 경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추상적인 기억으로 흘려버렸기 때문에 쓸 거리(소재)가 없다는 빈곤감을 호소하는 것이다.

'쓸 것이 없다'고 하소연하기 전에 학생부에 선생님께서 기록해 주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각 활동들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떠올려 보자. 해당 활동 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 활동을 한 이유, 구체적인 활동 내용, 배우고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적어보자. 이후에는 자기소개서 1~4번 문항에서 묻고 있는 주제(1번 학업역량, 2번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자기주도성, 적극성, 열정 등, 3번 인성, 4번 지원동기 등)에 맞는 소재를 배치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붙여나간다면 어느새 소재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둘째, '글을 잘 못쓴다'고 자학하는 학생들은 자연계열 학생인 경우가 많다. 물론 자연계열이 아니더라도 글쓰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담아내고 끝내려는 성향이 있다. 한 번에, 만족스럽게 작성해야 하는데 이게 마음대로 안 되다 보니 스스로 글을 못 쓴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붓 한 번 휘둘러서 감탄사가 튀어 나올 만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진학사가 수험생들에게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자소서를 완성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2018년 1월 발표, 진학닷컴 고3회원 1,377명 대상)에서 '6회~10회'라고 응답한 학생이 35.1%(483명)로 가장 많았다. 또래 친구들도 많은 수정 과정을 통해 자소서를 완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때, 수시 지원에 임박해서 급히 자소서를 쓰고, 여러 번 수정하기보다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매 학년마다 자소서를 한 번씩 작성해 보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몇 번을 뒤집고, 다시 쓰고, 고쳐 쓰면서 점점 더 만족스러운 글이 곧 좋은 글이고, 좋은 자소서인 셈이다.

셋째,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모든 수험생의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학생들은 효과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고3 수험생에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본인의 학생부부터 살펴 봐야 한다. 기말고사 시험 한달 전까지 주말 시간을 이용해 학생부를 꼼꼼히 읽어보고, 학생부에 드러난 본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자랑하거나 보완하고 싶은 내용을 리스트로 적어야 한다. 리스트는 각 문항별로 배치하고, 문항별로 배치한 소재의 내용을 간략하게 작성하면서 중복되지 않았는지, 서술내용이 적절한 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학교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개요와 항목별 주제를 잡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작업이 완료된 후,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부터 약 2~3주 동안 집중적으로 자소서를 작성하고, 학교선생님의 첨삭을 통해 초안을 완성시킨다. 초안이 완성된 뒤에도 각 문항별로 4가지 요소(① (활동 등의) 이유, ② 구체적인 활동 내용, ③ 배우고 느낀 점, ④ 배우고 느낀 점을 실천한 사례)가 빠짐 없이 기재됐는지 살펴보고, 부족한 내용을 끊임없이 보완해야 좋은 자소서를 완성할 수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본인에게 의미 있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하되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상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서울시립대, 경북대 등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 등을 통해 모집 단위 별로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자료를 참고하면서 학생 스스로를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