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유교에서 항일운동까지 대한민국 근대사의 중심에 있던 충청남도를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뭉쳤다.
대전·충청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사랑신문 학생재능봉사기자단은 충남남부장애인복지관 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지난 12일과 13일 이틀동안 충남 예산과 홍성에서 기호유교와 항일운동 유적지 탐방 취재를 진행했다. 학생재능봉사기자단은 첫날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과 기념관, 면암 최익현 선생 묘,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와 매헌기념관을 방문했고, 둘째날 홍성의 홍주읍성(조양문, 여하정, 안회당, 홍주아문, 홍주옥사)과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만해 한용운 생가, 남당 한원진 선생 사당인 양곡사를 돌아봤다.
학생기자들의 이번 탐방은 충청남도가 추진하는 '친중국 관광콘텐츠 개발 및 홍보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충남의 대표 문화 관광 콘텐츠를 학생기자들이 직접 손과 발로 발굴, 취재해 국내외에 홍보하는 '학생교류', '학생민간외교'다. 지난 4월 1일 논산지역 탐방 취재에 이어 두번째 행사다.(http://www.edulove.net/news/articleView.html?idxno=30121)
학생기자들이 예산과 홍성지역 탐방에 나선 것은 남당 한원진 선생에서 비롯된 항일운동의 역사적 지역성 때문이다. 논산이 기호유교문화의 중심지라면 홍성·예산의 내포지역은 남당 한원진의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이 뿌리깊게 내린 곳이다. 쉽게 말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같은 인간의 본성을 사물도 똑같이 갖고 있느냐의 문제로 남당 한원진은 '사람과 사물의 성질은 다르다'라는 학설을 정립했다. 이후 인물성이론은 "조선과 오랑캐는 다르다"는 이념으로 개화기 위정척사운동에 사상적 기반이 되고, 홍성과 예산지역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학생기자들은 충남도청소재지인 내포지역(예산·홍성)의 유교문화와 항일운동을 적극 취재해 중국의 또래 학생들에게 적극 알린다는 각오다.
정연우 학생기자(대전 성덕중 2)는 "항일 독립운동가를 취재하기 위해 홍성과 예산지역을 살펴보면서 매헌 윤봉길, 백야 김좌진, 만해 한용운, 면암 최익현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그분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감사하고, 같은 식민지배의 역사를 가진 중국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만세운동' 퍼포먼스는 이번 탐방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학생기자단은 12일 저녁 예산 리솜스파캐슬에서 세미나를 열고, 각자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1부 예산홍성 항일운동 인물소개 포스터 만들기 ▲2부 항일운동의 암호 '태극기를 품어라'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별로 완성된 포스터로 항일운동의 인물과 사건을 소개했고, 항일운동의 의지를 담은 밀지를 받고 팀별 암호를 해독한 뒤 태극기를 완성했다.
학생기자들은 밤새 완성한 태극기를 들고, 13일 오전 예산군청과 홍성군청 앞에서 만세운동을 펼쳤다. 이번 만세운동은 내년 3.1운동 100주년과 상해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순국선열의 숭고한 넋을 학생정신으로 잇기위해 마련됐다.
학생기자단 부회장인 김민상 학생(대전고2)은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3.1운동이 한달 뒤인 4월1일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서 전국적인 평화만세운동의 기폭제가 됐고, 중국 청도의 5.4운동으로 이어졌다"며 "내년 3.1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항일운동의 중심지인 홍성, 예산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만세운동의 함성을 외치면서 중국 친구들과 역사교류의 물꼬를 트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학생기자단의 탐방취재는 중화권 영상 송출 매체인 (주)엔티디코리아(NTD Korea)가 '헬로우코리아'를 통해 중국 각지 15억 중국인들에게 소개할 예정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헬로우코리아는 충남의 유교문화와 항일투쟁의 역사를 직접 취재하는 학생기자단의 활동 등을 오는 6월 경 위성 채널로 방송할 계획이다.
이하린 학생기자(거창 창남초 5)는 헬로우코리아와 인터뷰에서 "1박 2일 동안 잘 몰랐던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알게됐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고, 권민서 학생기자(대전 삼육초5)는 "중국도 오래전에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고 들었다. 중국의 친구들에게 충남의 독립운동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기자들은 충남남부장애인복지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유적지를 탐방 취재를 하면서 불편한 거동을 돕는 등 봉사를 통한 배려와 공감을 선보였다.
이현주 학생기자(공주여중2. 뇌병변장애)는 "평소 접하기 힘든 역사문화유적지를 또래 친구들의 도움으로 재미있게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하나된 나라사랑 정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탐방 취재는 남당 한원진 선생의 사당인 '양곡사'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학생들은 양곡사에서 한원진 선생의 사상이 어떻게 한말 위정척사운동에 영향을 줬고, 홍주의병을 비롯해 지산 김복한, 복암 이설,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매헌 윤봉길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게 사상적 뿌리가 됐는지를 배웠다.
금민준 학생기자(대전 성덕중2)는 "홍성 남당리는 대하축제나 쭈꾸미를 먹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이번 탐방 취재를 통해 남당 한원진 선생님의 유교 사상이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알게돼 놀라웠다"며 "21세기를 사는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남당 한원진 선생님의 사상에서 비롯된 항일투쟁의 역사를 함께 알아가고, 배우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기자단은 앞으로 친중국 홍보마케팅을 위한 '역사취재'와 '학생교류'를 논산, 홍성·예산에 이어 천안·아산, 중국 산동성 곡부·청도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스스로 지역 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찾아 소개하고,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맞는 체험보고서와 취재기사를 통해 국제 평화를 위한 학생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각오다.
또 학생들의 관심 분야도 역사문화를 넘어 △교육·멘토링 △사회·경제 △IT·의료생명과학·국제·번역 △예술·스포츠 등으로 확대해 진로적성에 맞는 취재 활동을 통해 미래 전공분야에서 창의적인 진로탐색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