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행평가, "뭣이 중헌디?"
고교 수행평가, "뭣이 중헌디?"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8.03.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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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A to Z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현장에서 수행평가는 주목받지 못했다. 대충해도 다른 학생들과 점수 차이가 거의 없는 항목이었고, 많은 학생들이 ‘귀찮은’ 활동 쯤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실제로 내신시험이나 성적에 큰 영향도 없고, 시간 만 뺏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은 확 바뀌었다. 수행평가 활동에 대한 학생의 역할이나 기여도에 따라 교실 내 평가가 달라진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커졌고, 수행평가는 평소 학교생활에 대한 성실성, 과목을 대하는 태도,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수행평가 관리가 중요해졌다.

따라서 고1, 2 학생들은 수행평가 활동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지금부터 정확히 인식하고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수행평가의 의미와 관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수행평가의 의미 부터 알아야

수행평가를 도식화하면 ‘수행평가=교과 연계 활동’으로 볼 수 있고, ‘수행평가=지적호기심+자기주도성+학업성실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이전의 입학사정관 제도와 달리 교과 뿐만 아니라 교과와 연계된 활동이 중요해졌다. 교과 연계 활동은 비교과보다 대학들이 선호하는 자기 주도성이나 지적 호기심을 드러내기에 훨씬 더 효율적인 도구다. 이 때 교과 연계 활동으로 실시되는 것이 바로 수행평가다.

원래 수행평가는 학업고사와 같이 지식암기 중심, 일회성 평가에 대한 보완책으로 시행됐다. 학생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여 답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며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하는지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는 것은 과제 수행 능력과 더불어 학업 성실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의 기본기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

학생들 중 일부는 어려운 문제를 풀 수는 있지만, 정작 그 문제를 위해 필요한 기본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행평가를 통해 자신의 기본기를 확인하는 과정 안에서 이러한 점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지식과 개념을 수행평가를 활용하여 습득해야 한다.

때문에 수행평가 점수도 교과 성적의 일환이 된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비해 큰 비율을 차지하진 많지만, 수행평가 점수 1~2점으로도 내신 등급이 결정될 수 있다. 특히 ‘변별력 있는 수행평가+쉬운 시험’의 조합이라면 수행평가가 성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수행평가는 과목을 대하는 일종의 ‘태도’를 측정하는 도구다. 단순히 시험을 잘 보는 것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는 태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즉, 수행평가가 성적이 아닌 학교생활 전반의 성실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간혹 수행평가가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오히려 과목의 기본기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항목"이라며 "수행평가는 보통 문제풀이, 퀴즈, 발표 등의 방법을 통해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개념 중심의 과제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고, 수행평가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지만, 대부분 기본기를 확인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평소 학습이 충실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결코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별과제와 같이 협력이 필요한 과제에서는 친구들과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그 과정을 통해 몰랐던 개념과 원리를 재정립하는 등 학업 효과가 있다"며 "이와 함께 학생의 리더십과 협동심 등의 인성 요소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수행평가를 위한 '주의사항'

수행평가 제출 기한과 시험 준비 기간이 겹치면 공부와 수행평가 두 가지를 같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버거운 상황이 오곤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인드 컨트롤’이다. 수행평가도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해보자. 많은 학생들이 ‘시험만 잘 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수행평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좋은 수행평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최종 성적도 떨어지게 된다. 수행평가는 누구나 열심히 한다면, 비슷한 결과물을 제출하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태근 이투스 평가이사는 수행평가로 성적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수행평가 관리 TIP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 이사는 "많은 고1 학생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분명 잘 봤는데 등급이 뒤쳐지는 경우 크게 당황을 한다"며 "바로 딱 0.5점 깎인 수행평가 점수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시험의 난이도가 낮을 때 수행평가의 비중은 높아지게 된다. 수행평가의 작은 점수 차로도 등급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볼 때 꼼꼼하게 한 문제, 한 문제 검토했던 것처럼 수행평가도 꼼꼼하게 준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수행평가의 1점은 시험에서의 1문제 이상과 같은 경우가 많다. 시험에서의 간절한 한 문제를, 찰나의 귀찮음과 맞바꿀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어떤 과목, 어떤 형태라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김 이사는 “어떤 과목의 수행평가도 최선을 다해서 학업 성실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시험은 실력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수행평가는 공부보다는 성실성, 노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행평가는 보통 일정 기준 정도만 넘으면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많은 점수를 얻지 못해도 선생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수행평가를 통해서 성장한 이야기는 본인의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는 동시에, 학교생활을 성실히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수행평가를 그저 숙제라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가치 있는 활동으로 생각한다면 수행평가가 내신 성적은 물론 길고 긴 대학 입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