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정시 합격자 발표가 나오고 있다. 아직 충원합격자 발표까지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고 또 추가모집이라는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지만 이미 재수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도 상당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입시의 문턱을 넘을 때 재수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원하는 대학, 학과에 낙방했다는 자괴감과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고민이다. 아쉬움과 억울함, 자신감과 기대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을 수험생들에게 진학사의 도움말로 재수를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기
지난 1년여 간의 수험생활이 편안했던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후회 없는 수험생활을 한 것도 아니다. 각자마다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지난 1년간을 뒤돌아 보았을 때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학생은 수업들을 통해 배운 내용들은 많지만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 여유가 없었을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수험생이라는 부담감을 수다, 운동 등 즐거운 시간들로 극복하려 했을 수 있다. 또, 공부는 많이 했지만 시험 때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을 수 있다. 공부를 할 때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처럼, 나의 1년간을 평가해보고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또 그것들을 내가 고칠 수 있는 학생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막연히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에 재수를 결정한다면 1년 뒤에도 비슷한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
지난 1년의 오답노트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그것들을 바꿀지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재수를 한다는 것은 공부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성적이 상승하는 학생들은 많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상승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올라가는 것 보다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각 등급의 인원 비율을 생각했을 때 당연한 일이다.
1) 국어 영역
EBS의 집계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중 오답률이 높은 7 문항은 독서지문 4문항, 문법 2문항, 화법과 작문 1문항이었다. 국어영역에서는 독서지문이 문학이나 화법과 작문 등에 비해 오답률이 높은 편이다. 매년 그 내용과 소재가 까다로워 지고 있고 이는 내년 수능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독서지문은 글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출이나 EBS 지문으로 훈련을 많이 하고 가장 중요한 공부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신문의 사설이나 과학, 경제, 철학 관련 주제에 대한 글을 찾아 글의 정확한 내용 파악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읽고, 문제를 풀이할 때에도 근거를 정확히 찾아 풀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2) 수학 영역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려운 것은 모든 과목이 마찬가지겠지만 수학은 특히나 그렇다. 수험생 시절 학교와 학원 진도 등을 따라가느라 기본 개념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문제 풀이에 급급했다면 실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재수기간에는 공부시간이 많이 늘어나지만 수학 전체 범위를 기본기부터 고난도 문제 해결력까지 1년 만에 다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수학 목표 등급과 내가 1년 동안 커버해내야 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 수학은 결국 난도가 높은 문제를 맞추는 싸움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는 기출 문제 풀이를 통해 해결력을 기른 후, 시간을 정해두고 문제 풀이하는 연습을 하며 시간 관리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3) 영어 영역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에서 응시생의 약 55%가 3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또, 대학마다 그 기준의 차이가 있지만 정시에서 등급간 점수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 곳이 많고 이는 올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9학년도 전형계획에 따르면 동국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 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작년도와 정시 영어 반영 방법이 다르지 않다. 이는 올해에도 영어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걸 뜻한다. 이에 내신 평가를 치르지 않는 재수생의 경우 영어 공부에 소홀할 수 있다. 하지만 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처럼 영어 난도가 쉽지 않은 경우에 1등급 비율은 5.39%, 2등급은 12.35%, 3등급은 17.7%로 3등급 이상의 학생이 35.44%에 머물렀다. 비교적 좋게 받을 수 있는 영어 등급을 베이스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려 하거나,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뜻하지 않게 낮은 등급을 받을 경우 그 손해가 막심하다. 따라서 영어 공부를 등한시 하지 말고 어휘 암기와 기본적인 문제 풀이를 꾸준히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 입시 전략
재수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은 수시보다는 정시에 집중하게 된다. 또 수시에서는 다른 전형들보다 논술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재수생활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학생기록부의 내용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해서 더 나은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수능과 논술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전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수능과 논술에 있어 재수생이 강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논술전형은 너무 높은 경쟁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입에 실패한 학생들은 보통 본인의 비교과에 장점이 없다고 생각하여 이를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떨어졌던 학생부라고 해서 반드시 다음해에도 불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학생부에 적합하지 않은 학과에 지원을 했다든지, 자기소개서 내용을 학생부 내용의 반복처럼 작성했다든지, 너무 높은 대학에만 지원을 했다든지 여러 가지로 지원 전략에 부족한 점이 있었을 수 있다. 재수를 하며 수능에 집중하여 정시로 좋은 결과를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나 수시의 기회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재수를 선택할 때는 훌륭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목표에 어울리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현 상태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