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바탈스톤-영웅의 돌 시즌 1] 3화_벌써 빌런(악당)이 등장한다고? 뭐야? 이건..
[연재소설 바탈스톤-영웅의 돌 시즌 1] 3화_벌써 빌런(악당)이 등장한다고? 뭐야? 이건..
  • 박지숙
  • 승인 2024.02.08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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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미소를 부른다고 했던가?
하지만 김탄의 미소는 반장의 미소를 불러오지 못했다.

오히려 심기가 불편한 듯 서 있는 반장에게서 이상함을 느낀 김탄이 입을 열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왜.. 부르셨나요? 반장님.”

“아니, 그게…. 탄아.”

반장은 선뜻 말하지 못했다.
그러자 김탄이 되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반장이 보기엔 김탄은 불량작업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순간 그 부분에 대해선 그냥 넘어갈까 생각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불러봤어.”

대충 얼버무리고는 그대로 뒤로 돌았다.
멀리서 마영식이 마치 감시하는 듯 쳐다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저 자식은 일 안하고 뭐 하고 있어? 진짜.’

반장이 다시 몸을 돌려 김탄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등 뒤에서 아주 멀리 서 있는 영식의 따가운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반장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멀뚱히 서 있는 김탄에게 일단 부품부터 내밀었다.

“탄아. 무슨 일 있는 거니?”

“네?”

“아니 그게 말이다. 42번 샌딩 오전 작업 네가 했다며?”

“아.. 네..”

“그런데 왜 너답지 않게 왜 이렇게 했어?”

“네?”

김탄이 깜짝 놀라 반장의 손에 들린 부품을 잡아들고 자세히 살폈다.
얼핏 보면 보이지 않는 거친 부분이 보였다.
상품 가치가 제로가 된 불량이었다.

“아.. 이런..”

난처해하는 김탄에게 반장이 다시 꾸지람을 했다.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게 성실하고 꼼꼼한 녀석이 이번 작업은 40%가 불량이야.
난 또 영식이 한 줄 알고 애먼 영식이만 잡았지 뭐냐.
그 녀석 평상시 불량 메이커라 뭐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하아~”

김탄이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자 그의 이마에 흐르고 있던 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녀석 무슨 땀을 이렇게 흘려? 일을 열심히 해서 그런 거야?”

그런 김탄을 보고 반장이 걱정스레 묻자 김탄이 머뭇거리더니 웅얼거렸다.

“저기.. 죄송해요.”

“땀 흘리는 게 뭐가 죄송해?”

“그게 아니라.. 제가 지금 몸이 좋질 않아요.
자꾸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고 그리고 또 어지럽고 현기증도 나고.. 막 그래요.”

“아이고 이런.. 그래서 불량을 낸 거구나.”

반장이 김탄의 처지를 이해하자 김탄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은 5월 중순이다.
별로 덥지 않은 계절.


그리고 여기 신우 프로텍은 작업 특성 상 창문이며 출구며 모든 입구는 공기가 통하게 열어 논 상태였다.

절대 더울 수가 없는 상황.
그렇다면 김탄이 흘리는 땀은 더워서 흘리는 땀이 아닌 몸이 쇠약해 나는 식은땀이 분명했다.


그걸 알아 챈 반장은 즉각 자비심이 발동했다.

“이런, 정말 종합병원 수준이었구나.
몸이 안 좋으면 쉬어야지 왜 참아가면서 일해. 원… 욘석도.. 쯧쯧..
납품기일 때문에 그런 무리수를 둔 건 알겠다만 그렇게 한다고 능사가 아니란다.”

순간 탄의 눈가에 맺힌 감동의 눈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반장에게 고마워서였다.

“급한 일이지만 조금 더디더라도 한 번에 할 일을 한 번에 해야 해.
한 번 할 일을 두 번 하게 되면 그게 더 오래 걸려.
네 마음 알았으니 됐다. 오늘은 그만 하고 들어가서 쉬어라.”

“네. 고맙습니다. 반장님.”

반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돌아갔다.

김탄의 눈에는 그런 그의 뒷모습에서 후광이 비쳐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지저스처럼.. 마치 석가모니처럼..

자애롭고 자비로운 반장님 때문에 김탄은 마음의 불편함을 놓았다.
그 때문인지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왔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은지.. 그냥 반 차 쓸걸..’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던 김탄은 일단 샌딩 머신기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휴~”

가볍게 한숨을 훅 내쉰 김탄은 즉시 회개모드로 들어갔다.

‘반장님 말이 맞아. 모두 내 잘못이야.
어차피 할 일은 한 번에 끝내는 게 능률적이지.
괜히 미안한 마음에 일을 엉망으로 해 버려서 미안하네..
그래도 반장님이 이해해줘서 고맙다.’

회사에 오더가 많았기에 손 하나를 빼버리면 남은 동료들이 힘들어지게 되는 걸 잘 알고 있는 김탄이었기에 이런 참사를 낸 것.
즉 잘 하려고 한 마음 때문에 벌어진 참사.

손해가 막심한데도 또 잔업을 다른 동료에게 떠넘기게 됐는데도 모든 걸 이해해주는 반장이 김탄은 정말 고마웠다.

그가 그 마음을 담아 이미 멀리 가버린 반장의 뒷모습을 다시 쳐다 보며 빙긋이 웃었다.

탄에게는 언제나 좋은 사람.
그가 진짜 어른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에 나와 마주친 어른 중 가장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


반장을 바라보는 김탄의 얼굴에 띤 미소가 더욱 커졌다.



쿵! 쿵! 쿵! 쿠쿵!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다.
깜짝 놀란 탄은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시.. 심장 마비?’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하나의 심장에 또 하나가 감싼 듯한 느낌.
그리고 그 두 개의 심장이 엇박으로 뛰고 있는 느낌이었다.

‘뭐지? 이건? 아까부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이상해. 정말.’

두 달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선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럼 일시적 현상이란 뜻이다.
두 달 만에 심장이 두 개로 나뉘거나 협심증 혹은 부정맥이 오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왜 이런 일시적 심장 이상이 오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말없이 손으로 심장이 들어 있는 가슴을 토닥였다.

마치 아기가 잠이 들길 바라는 엄마의 손길처럼..
그래도 심장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쿠쿵! 쾅!

그 김탄의 심장 이상의 원인.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어느 산에 충돌했다.

충격파는 산기슭의 나무들을 무참히 쓰러뜨렸다.

운석은 그 처참함의 범인이라는 듯 대기권을 빠져 나오느라 뜨거워진 몸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열을 식히고 있었다.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면 뉴스에 나온다.
하늘에서 폭설이 내리면 그것도 뉴스에 나온다.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으니 대한민국에 있는 티비에는 온통 운석 뉴스로 도배가 되었다.

“긴급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2시 40분경.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야산 인근에 운석이 추락했습니다.”

티비 속에서 아나운서가 딱딱한 표정으로 그리고 딱딱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말한 운석은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낙하운석이었다.

운석.
사람들은 이것을 또 다른 말로 하늘에서 온 로또라고 표현했다.

한 예로 러시아 체바르쿨 호수에서 발견된 운석은 당시 가치가 1조 4400억이었다.

진짜 말 그대로 로또였다.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일은 로또 발행보다 적었으니 희소가치가 높기에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였다.
소유권이 최초 발견자에게 가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운석은 대한국에 떨어지는 바람에 로또로서의 가치가 명실불부해졌다.
그 이유는 2019년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마 2014년 이전에 떨어졌다면 운석 발견자는 지금쯤 호화 요트에서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년도는 달랐다.

2014년 12월.
대한민국 국회는 운석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
또 운석은 등록제로 관리가 되었다.

즉 2014년 이후에는 대한민국에서는 로또로서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지금 떨어진 운석의 관심이 많은 사람은 당연히 돈보다는 가치를 원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여기 대략 80살 정도로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티비에 나오는 운석 뉴스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볼륨을 2단계 높여.”

노인이 말을 하자 티비의 볼륨이 높아졌다.
음성명령이었다.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는 보고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만 자세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

방송국에서 현장을 보여준다는 말에 노인이 거만하게 꼬고 앉았던 다리를 풀고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정말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티비 화면으로 헬리콥터에서 찍은 크레이터가 보이자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흠~”

긴장을 풀기 위해 내는 소리 같았다.
그걸 증명하듯 노인의 손이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안광이 서렸다.

티비 화면이 전환됐다.
그에 따른 멘트가 흘러나왔다.

<네, 여기는 운석 현장입니다. 보시다시피 정부는 혹시 모를 방사능 유출이나 안전 문제로 사고 지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

티비 화면으로 무장한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운석 현장으로의 모든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화면을 본 노인은 전화기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날세.”

노인의 전화기 너머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회장님. 회장님도 보고 계십니까? >

“그래. 지금 보고 있네.”

<시작할까요? 회장님. >

“그래. 하거라. 이번엔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먼..”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뚝.

통화가 종료되었다.
다시 뉴스에서 아나운서 멘트가 흘러나왔다.

<운석은 다행히 주거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야산에 추락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현장 관계자의 말이 있었습니다. >

“꺼!”

노인의 명령에 티비가 저절로 꺼졌다.

“그럼 맞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지.”

혼잣말로 나직이 중얼거린 노인이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노인은.
전화기 목소리가 말한 회장님.

이름은 왕종철.
그는 재계 총수였다.

돈 많은 그가 운석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운석을 통해 그 이상을 원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석이 무엇인지 아는 자라는 소리이다.

운석 속에 든 바탈 스톤.
그는 그 신비한 돌을 찾길 원하는 자였다.

왕종철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취향인 듯 고풍스럽고 정갈한 가구들 사이로 배치된 책장 쪽으로 향했다.

책장 앞으로 간 노인은 책장 속에 진열된 책들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그의 직업에 어울리게 경제학과 경영학, 마케팅 그리고 역사 서적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책들을 훑어 보던 그의 시선이 멈춘 건 한 책이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그가 그 책을 꺼내자 책장 세로로 된 칸 중 한 열이 문이 열리 듯 열렸다.

그 안에는 벽이 있었고 그 벽엔 금고 하나가 박혀 있었다.
일반 금고와 달랐다.
매끈한 하이글로스 재질의 표면은 다이얼도 없었고 버튼도 없었다.

왕종철이 검버섯이 핀 주글주글한 손을 그 표면에 가져다 댔다.

삐-

지문 인식을 시키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신분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음성을 인식하겠습니다. 패스워드를 말해주세요.>

“아르보르”

<잠금이 해제되었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하십시오. 왕 종철 회장님.>

음성이 끝나자 금고의 하단이 서랍처럼 앞으로 천천히 튀어 나왔다.

그 안에는 금궤, 다이아몬드, 채권 같은 물건은 없었다.
대신 아주 오래된 골동품 같은 나무로 만든 상자가 들어 있었다.

왕종철이 그 나무상자를 꺼냈다.

무언가 두려운 듯 경직된 얼굴로 상자를 묵묵히 바라보던 그가 뚜껑을 천천히 열었다.
여는 것과 동시에 붉은 빛이 그의 얼굴을 휘감았다.
나무 상자 안에는 붉은 빛이 나는 돌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붉은 빛이 나는 돌은 맥이 뛰듯 빛이 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걸 경이스럽게 본 왕종철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흠. 맞았어. 파눔의 심장이 맥동하기 시작했구나.”

한참을 설레는 표정으로 파눔의 심장을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창가로 발을 옮겼다.

창가 앞에 선 그가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힘의 상징인 듯 마천루 최상층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아주 작았다.

도심 사이를 지나가는 자동차.
인도를 걸어가는 사람들.
도심을 형성하는 낮은 건물들.
모든 것이 작게 보였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왕종철이 혼잣말로 조용히 읊조렸다.

“그래, 이제 모든 게 선명해지겠구먼.”

창에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왕종철의 뒷모습은 후광이 비치는 듯 보였다.
마치 신성한 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