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시 충원 '이중등록'은 입학 취소 사유...실제 처분은?
대학 정시 충원 '이중등록'은 입학 취소 사유...실제 처분은?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4.01.0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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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수능을 치른 A수험생은 2순위로 희망했던 모 대학교 합격 전화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추가합격 마지막 발표날,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다른 대학교에서 추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A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당 대학에 등록을 해버렸다.

하지만 곧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이중등록 금지 원칙에 따라 입학 취소 처분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 부랴부랴 상황을 설명하고, 학교의 도움을 받아 이중등록 위반을 면했지만 놀란 가슴은 새학기 입학할 때까지 이어졌다.

해마다 A군과 비슷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긴박하게 이뤄지는 정시 충원에서 이중등록은 '아차'하면 발생 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4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시모집에서 합격한 대학에 이미 등록을 한 사람이 다른 대학의 정시모집에 충원 합격해 그 대학에 등록하고자 할 경우에는 먼저 등록한 대학을 포기한 후 충원 합격 대학에 등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나와있다. 따라서 등록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학을 등록한다면, 이는 이중등록에 해당되며 이중등록 금지 원칙에 따라 입학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 등록의 기준, "등록금 입금/환불여부"

이중등록을 판단하는 주체는 대학교육협의회다. 대교협은 대입지원방법 위반 사전예방시스템을 통해 이중등록자를 걸러낸다. 간혹 단순 의사 전달이 등록 또는 등록취소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교협이 판단하는 등록의 기준은 바로 등록금이다.

특히 등록 취소를 할 경우 단순히 의사 전달만 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까지 환불 받아야 등록 취소로 인정된다. 만약 환불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대학을 등록할 경우 이는 이중등록으로 처리된다.

■ 이중등록 왜 발생하나?

이중등록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충원일정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2월 14일부터 대부분의 대학들의 충원 합격자가 발표되고 등록 여부에 따라 다음 차수의 충원이 이어진다. 이때 충원 등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이에 불안감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충원으로 합격한 대학을 먼저 등록한 후 이전에 합격한 대학의 등록 포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위 표의 사례처럼 충원 합격자 통보 마지막 날인 2월 20일의 경우 당일 18시까지만 충원 전화를 돌릴 수 있다 보니 긴박하게 합격 안내가 수험생에게 가게 된다. 대학에 따라서는 등록 또한 다소 급하게 요청하기도 해 불가피하게 이중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이중등록, 정말 입학 취소될까?

대교협 관계자에 따르면, 일시적인 이중등록의 경우 처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충원 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수험생의 실수 또는 무지로 인해 입학 취소라는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시 충원기간에 발생하는 이중 등록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중등록의 진짜 문제는 다른 학생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이다.

이중등록으로 인해 충원하지 못한 인원은 그대로 결원이 된다. 구체적으로 충원 합격자 통보 마지막날의 경우 이중등록자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등록 의사가 없을 경우 빠른 포기를 해야 다른 학생들에게 기회가 넘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환불 신청을 온라인을 통해 받고 있기 때문에 신청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등록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등록 취소를 우선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중등록에도 해당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간절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항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정시 충원기간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이중등록은 불가피한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험생의 무지나 귀찮음의 이유로 등록 취소를 미뤄서도 안 된다"며 "자신에게 간절했던 만큼 그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