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통합수능 선택과목 유불리, "묻지마 선택보다는 자신에 맞는 과목 찾아야"
커지는 통합수능 선택과목 유불리, "묻지마 선택보다는 자신에 맞는 과목 찾아야"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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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시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이과 통합수능에 따른 특정 과목의 유불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어와 수학영역에 도입된 ‘공통과목+선택과목’ 제도가 특정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인식은 지난 3월 모의학력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탐구영역에 이어 국어와 수학까지 응시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어떤 점을 고려해서 선택과목을 결정했는지는 입시 당국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 선택 학생 꾸준히 증가

지난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수능까지 두번의 문·이과 통합수능을 거치면서 수험생들에게는 국어영역에서는 ‘화법과작문’보다는 ‘언어와 매체’가, 수학영역에서는 ‘확률과통계’보다는 ‘미적분’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통합수능 2년차였던 지난해 2023수능부터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에 큰 영향을 줬다.

2023학년도 대입에 해당하는 작년 시험을 살펴보면, 국어영역 응시자 중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비율은 3월 모의학력평가 때 34.7%로 시작해 수능에서는 35.1%로 증가했다. 이는 2022학년도 수능 당시 언어와매체 선택 비율인 30.0%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비율의 증가폭은 더욱 커졌다. 3월과 6월, 9월 모의평가, 11월 수능에 이르기까지 미적분 선택 비율은 39.1%에서 42.8%, 44.8%, 45.4%로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해 2023수능에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3월 학력평가에 비해 6.3%p나 증가했고, 2022학년도의 39.7%에 비해서도 5.7%p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면서 지난 3월 학력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고3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인데도 작년 3월과 비교해 선택 비율이 언어와매체는 2.9%p, 미적분은 4.3%p나 증가했다.

■ 묻지마 언어와매체, 미적분은 NO..."반드시 과목별 특성 고려해야"

문제는 유불리 문제로 인한 불안감이 '묻지마'식으로 언매, 미적분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언어와매체, 미적분을 응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더라도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과목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학습하기에 더 나은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하 대전중일고 교장(대전진학지도협의회 공동의장)은 "수학 미적분을 보면 확률과통계에 비해 학습량이 상당하다. 동일한 원점수를 받았을 때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확률과통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말 그대로 동일한 원점수일 때다. 시험의 난이도와 학습량을 고려하면 미적분을 응시할 때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많은 공부 시간이 필요한 미적분 때문에 다른 과목에 투자할 시간을 뺏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표준점수 때문에 미적분 선택을 고민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는 "국어영역에서 언어와매체는 화법과작문에 비해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 문법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목이 될 수 있다"며 "반대로 화법과작문은 기본 학습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과목이고, 다양한 지문을 훈련해야 하므로 평소 독서량이 많고 독해력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이처럼 과목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탐구영역 선택, "학교 과목과 연계된 것이 우선"

탐구영역에서도 과목 선택은 고민스럽다. 동일한 점수를 받더라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등급과 표준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전 연도에 특정 과목의 표준점수가 높았다고 해서 올해도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유불리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땐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되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3학년 과목 중 1개는 포함하는 것이 내신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수능을 준비하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다면 응시인원이 많은 과목을 눈여겨 볼 것을 추천했다.

사회탐구는 선택과목 간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성격이 유사하거나 겹치는 내용이 있는 과목들을 선택하면 학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과 윤리’를 선택한 경우 ‘윤리와 사상’이나 ‘사회문화’를 선택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 ‘한국사’와 ‘세계사’ 또는 ‘동아시아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자연계열로 진학하려는 수험생은 관심 대학의 과목 지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 시 수학 영역은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 영역은 과탐 과목만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계열이더라도 모집단위에 따라 확률과통계 및 사탐 응시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있다. 관심 대학의 모집요강이나 전형계획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수능에서는 모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과목은 없다. 과목별 성적, 공부 성향 등 학습 상황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남들을 따라서 막연하게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표준점수나 등급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기에 앞서 과목별로 충분히 공부한 뒤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