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수능 1호' 2022 자연계열 인문계 교차지원 합격생 55.9%, "지원 후회한다. 반수하겠다"
'문‧이과 통합수능 1호' 2022 자연계열 인문계 교차지원 합격생 55.9%, "지원 후회한다. 반수하겠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4.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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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유지충원율 비상... 2023 대입 N수생 증가 불가피

사상 첫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자연계열이면서 인문계 교차지원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지원을 후회하고, 반수(半修)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주목된다. 반수는 대학에 합격한 뒤 재수를 결정하는 사례다.

이같은 내용은 입시전문기업 ㈜유웨이의 유웨이닷컴(uway.com)이 조사한 '인문계 모집 단위로 교차지원한 자연계 수험생들의 반수 여부 1차 설문조사' 결과다.

■ 교차지원 만족 못해, 반수 고민 학생이 절반 이상

2022학년도 대입에서 인문계 모집 단위로 교차지원한 자연계 수험생들의 반수 여부를 묻는 1차 설문조사에서 교차지원 후 만족 비율은 59.9%에 그쳤다. 반대로 반수를 고민한다는 응답은 55.9%로 조사됐다.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학생들은 대학 새내기로서 한달 동안 느낀 학교생활에 대해 만족과 불만족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대학의 평판도와 적성 부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원 대학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해 합격했는데 왜 다시 반수를 결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40% 가까운 학생들이 "대학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38.8%)"라는 같은 답변을 한 것.

이어 "평소 가고 싶어 하던 학과를 가기 위해(28%)", "현재 대학이나 학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18.1%)", "취업과 관련하여 인문계 공부를 해서는 경쟁력이 없을 듯해서(11.7%)"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 4명 중 1명은 반수 결심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반수 의향'이다.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후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2023학년도에 재도전(반수)할 의사는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에 "현재 반수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7.5%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이 넘는 수치다.

"현재는 반수에 대한 생각이 없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재도전할 수도 있다"는 응답도 28.4%로 나타나 55.9%가 반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현재 반수 의향이 없다" 27.5%, "잘 모르겠다" 16.1%로 나타났다.

■ 교차지원 만족 60%, 후회한 적이 있는 수험생 42.6% 

새학년이 시작된지 한 달 만에 만족도를 묻는 설문은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출발점 행동'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이어질 설문과 비교자료로 유의미하고, 수업 경험이나 과제물 및 보고서 제출, 각종 시험 등의 학교 경험이 많지 않은 검을 전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년초지만 응답자의 46.9%가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답했고, 13%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반면 부정적 의사 표시를 한 학생은 21.3%였고, "매우 만족스럽지 않다(4.6%)",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다(16.7%)" 등이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8.3%로 나타났다.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후,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후회한 적이 있다(42.1%)", "후회한 적이 없다(57.5%)" 등으로 조사됐다.

■ 교차지원 왜 했을까?.. '대학간판이 목적'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목적에 대한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간판'을 꼽았다.

"사회적인 대학 평판도, 이른바 지원 가능 대학의 간판을 따기 위해"라는 응답이 40.7%에 달했다. 이어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25.3%)", "취업 등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 같아서(20.5%)", "평소 가고 싶어 하던 학과여서(13%)"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입시기관을 중심으로 자연계 성적으로 인문계를 지원하면 대학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2022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미적분과 기하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보다 높게 나오고, 과학탐구도 어렵게 출제되어 표준점수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면서 자연계생이 유리했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 판단 과정은 어땠을까?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하고자 하는 결정은 수험생 스스로 내린 경우가 반이 넘었다.

53.7%가 남의 권유를 받기보다는 본인이 판단하였다고 응답했고, "가족이나 친지(18.3%)", "사교육 관계자(11.7%)", "공교육 교사(8.1%)", "친구나 선배(7.7%)" 순으로 조사됐다.

■ 주로 선택한 모집 단위, '경영경제 및 회계' 35.7% 가장 많아

교차지원한 인문계 모집 단위는 '경영경제 및 회계' 관련 모집 단위가 35.7%로 제일 많았다.

'언어 문학' ’관련 모집 단위 18.7%, '인문학(철학, 역사 등)' 15.6%, '법학 및 사회과학' 15%, '교육 관련' 14.5% 등이다.

경영경제 관련 모집 단위 비율이 높은 것은 인문계에서도 취업 전망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교차지원 반수가 초래하는 향후 문제점

일단 교차지원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반수'는 여러모로 부작용이 크다.

학생들의 반수 의향이 신입생들의 중도이탈로 이어지고, 인문계 학과의 고사는 물론 대학 전체의 유지충원율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유지충원율은  대학 평가에 중요한 평가 요소다.

최상위권 주요 대학들은 자연계에서 인문계 교차지원으로 합격한 비율이 50% 전후로 알려져 있고, 중상위권 대학도 30-40%대여서 무시하기 힘든 수치다.

때문에 일부 대학들은 새학년 시작부터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지원 동기 등을 묻는 설문조사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023학년도 대입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계열별 유‧불리가 극심했던 문‧이과 통합수능에 따라 이른바 '이과 침공(侵攻)'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유웨이는 입학 직후의 생각(1차 설문 조사 결과)과 어느 정도 수업을 받은 후에 가질 생각(2차 설문 조사 2022년 6월 예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두번의 설문조사가 2023학년도 이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는 대학 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최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반수생들은 수시모집 논술 전형, 정시모집 수능 전형에서 강세를 보이므로 재학생들은 이를 생각해서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학생부 교과 전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 조사는 2022년 4월 1일부터 3일까지 총 454명의 수험생이 참여했고, 응답자의 분포를 보면 성적대는 1등급대(8.1%), 2등급대(15.4%), 3등급대(32.2%), 4등급대(26.9%), 5등급대(12.1%), 6등급 이하(4.8%)다.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은 각각 56.2%와 40.7%였고, 미응답자 3.1%다. 모든 설문 문항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