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수능영어, "1등급 지난해 절반...또 다시 정시 변별 과목되나?"
어려워진 수능영어, "1등급 지난해 절반...또 다시 정시 변별 과목되나?"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12.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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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 수능 영어가 예년보다 난도 높게 출제되면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정부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반응이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2022학년도 대입 수능 영어가 예년보다 난도 높게 출제되면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정부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반응이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소득수준에 따른 영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던 수능 절대평가가 올해는 취지에 들어맞지 않을 전망이다.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로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으로 만점을 받는다. 그만큼 수험생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 의존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왔다.

하지만 2022학년도 수능 영어는 1등급 비율이 12.66%였던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워 1등급도 반토막인 6%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입시전문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올해 수능 영어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와이튜브 서지원 대표는 "영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다시 변별력에 영향을 주는 과목으로 떠오르고,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반작용이 우려된다"며 "영어영역 난도가 지난해보다 높았기 때문에 평소 영어 등급에 따른 지원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정시에서는 대학별로 영어 반영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학별 반영방식에 주목, "반영 비율 포함 vs 가·감점"

대학들이 정시에서 영어 등급을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하는 방법이 있고, 둘째는 반영 비율에서는 배제한 채 총점에 가산 또는 감산을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두 번째 방법인 가점이나 감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등급별 점수차가 크지 않아 영어로 인한 영향력이 적은 편이다.

서울대는 수능점수 산출 시 영어를 제외한 국어, 수학, 탐구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해 총점 600점 만점으로 계산한 뒤 영어 등급별로 총점에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3등급부터는 전년도에 비해 감점 폭을 늘렸지만 1-2등급 간 점수 차이는 0.5점으로 매우 미미하다.

고려대 역시 감산 방식을 적용하여 총점 1000점에서 영어 2등급은 3점을 감점해 영어의 영향력이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년도에 2등급의 경우 1점만 감점했던 것보다는 커졌지만 여전히 다른 영역에서 1문제만 더 맞혀도 극복할 수 있는 점수다.

반면 연세대는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인문계열은 16.7%, 자연계열은 11%로 영어를 포함시킨다.

영어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5점을 반영하지만, 대학의 수능총점인 1,000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는 인문계열이 8.3점, 자연계열이 5.6점으로 상당히 크다. 지원자들의 수능 점수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어 2등급 이하인 수험생이 지원하기에는 쉽지 않다.

이런 까닭에 영어 2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연세대보다는 고려대 지원에 더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형 총점에 가·감점을 부여하는 대학은 인문/자연계열 기준으로 가톨릭대(간호/약학/의예),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중앙대, KC대, 전북대, 충남대 정도다.

더구나 가·감점 방식을 적용하는 대학끼리도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가 다르고,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포함하는 대학들도 저마다의 환산 점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분화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감점을 적용하는 고려대와 성균관대는 영어 1-2등급의 점수 차이는 3점인데 반해, 25%의 반영비율을 적용하는 서울시립대는 2점 차이다. 예상을 벗어나는 점수 차이다.

■ 전년 대비 변경사항 확인해야

올해들어 영어 영역 등급간 점수를 변경한 대학들이 있다. 전년도와 달라진 사항이 있으면 입시결과를 참고할 때 주의해야 한다. 그만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고려대와 서울대는 전형 총점에서 영어 등급에 따라 점수를 감점하는 대표적인 대학이다. 두 대학 모두 영어 등급 간 감점 폭이 상당히 적어 정시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매우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도 대비 등급 간 차이를 소폭 늘렸다. 경쟁 대학인 연세대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지만 영어 성적이 3등급 이하인 수험생의 지원은 예년에 비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립대는 영어를 25% 반영한다. 올해 자연계열의 영어 반영비율을 높이면서 인문계열, 자연계열의 영어 등급별 배점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인문계열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가 줄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향력이 소폭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자연계열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차이가 크진 않으나 3등급부터는 미미하게 불리해진 상황이다.

중앙대는 1000점 만점 기준에 영어 등급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전년도에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가산점을 다르게 적용했지만 이번 연도에는 동일하게 적용한다. 기존에는 인문계열의 등급별 점수차가 자연계열에 비해 더 컸지만 올해에는 인문열도 자연계열과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면서 인문계열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소폭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외대는 영어 등급 간 점수 차이가 비교적 큰 대학이었지만 올해 점수 차이를 대폭 줄이면서 인문계열, 자연계열 모두 영어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시키지만 모집요강에 제시된 영어 등급별 점수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해당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별 전형총점에 따라 환산되기 때문에 반드시 대학의 점수 산출 방식에 따라 정확히 계산해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