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의사, 여자 간호사는 옛말", 의료계 성역할 고정관념 사라진다
"남자 의사, 여자 간호사는 옛말", 의료계 성역할 고정관념 사라진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9.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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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자 간호대 입학생 역대 최대... 전체 20.5% 2249명
올해 여자 의대 입학생 비율 역대 3위...35.1% 1088명
남자 의사, 여자 간호사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2021학년도 대학 의료분야전공에서 남자 간호대 입학생과 여자 의대 입학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SBS드라마 '낭만닥터김사부' 캡처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남자 의사, 여자 간호사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2021학년도 대학 의료분야전공에서 남자 간호대 입학생과 여자 의대 입학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SBS드라마 '낭만닥터김사부' 캡처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묘한 선입관이 있었다. '의사'라는 키워드에는 남성이 떠오르고, '간호사'는 여성이 그려지는 생각이다.

물론 586세대 이전의 이야기일 수 있다. 성역할의 편견이 없는 요즘 청소년들은 다르다. 이는 의료분야에 도전하는 대학 입학생들의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올해 2021학년도 대학 입학자 중에서 남자 간호대생은 2249명으로 전체(1만 993명)의 20.5%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4년제 대학 간호학과 모집이 지난 1974년 삼육대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입학생 성비 비율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기록이다. 전년도 2088명(19.3%) 보다 161명이 증가(7.7%↑)했고, 비율도 1.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맥락에서 2021학년도 대학 입학자 중 여자 의대생은 1088명으로 전체(3099명)의 35.1%를 차지했다. 이는 비교 기준인 2001년 이후 입학자 수로는 역대 최대치이고, 비율로는 역대 3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역대 1위는 2018년 35.3%이고, 2위는 2003년 35.2%다.

여자 의대생 입학생은 전년도 1046명(34.2%)과 비교해 42명 늘었고(4.0%↑), 비율은 0.9%포인트 증가했다.

■ 국내 남학생 간호학과 입학생수 변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대학 간호학과 남자 입학생수는 2001년 33명에서 2021년 2249명으로 약 68배(68.2배)나 늘었다.

간호학과 대학 입학자 중 남자 비율은 2001년 1.3%에서 2021년 20.5%로 15.8배(19.2%포인트)나 상승했다.

최근 21년 동안(2001년-2021년) 간호학과 남자 입학자수와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2005년 남자가 151명으로 처음으로 5%를 넘어선 뒤 2010년 825명(12.0%), 2013년 1467명(15.5%), 2015년 1588명(15.9%), 2017년 1716명(17.0%), 2018년 1830명(18.1%), 2019년 2013명(19.2%), 2020년 2088명(19.3%), 2021년 20249명(20.5%) 등 꾸준하게 우상향 그래프를 보였다.

4년제 간호학과 전체 입학자수도 꾸준히 확대되면서 2001년 2527명에서 2016년 1만 38명, 2020년 1만 800명, 2021년 1만 993명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1학년도 대학별(116개교)로는 경주대가 유일하게 간호학과 입학생 중 남자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입학자 33명 중 17명이 남학생(51.5%)이다. 뒤를 이어 신경대 39.0%, 창원대 37.9%, 한일장신대 37.0% 등의 남자 입학생 비율을 보였다.

또 서울대 20.5%(입학자 73명 중 남자 15명), 연세대 12.9%(입학생 85명 중 남자 11명), 고려대 13.4%(입학생 67명 중 남자 9명)도 주목할 만 하다.

간호학과에 남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이유는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고, 간호사 직업에 대한 남자들의 기피 현상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남자 간호사 합격자수는 2001년 46명에서 2021년 3504명으로 무려 76.2배나 증가했다.

최근 21년간(2001년-2021년) 남자 간호사 합격자수 및 비율 추이를 보면, 2001년 1%도 안 되는 46명(0.4%)에서 2003년 141명(1.3%), 2009년 617명(5.3%)으로 늘었고, 2013년 이후에는 남자 간호사 합격자수가 1000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2013년 1019명, 2014년 10241명, 2015년 1366명, 2016년 1733명 등이다.

또 2017년에는 처음으로 합격자수가 2000명을 돌파하고 비율도 10% 넘어 2134명(11.0%)에 달했고, 2020년 3179명(14.7%), 2021년 3504명(16.1%)으로 확대됐다.

남자 간호사 총수(누적 기준)는 2001년 484명에서 2021년 2만 4546명으로 50.7배나 증가했다.

■ 국내 여자 의대생 입학생수 변화

전국 의대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1970년대와 1980년대는 10% 대를 유지하다가 1990년 20.1%를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1999년 30%를 돌파(30.6%)하더니 2000년 38.6%(1202명)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의대 여학생 입학생 비율은 2001년 1067명(33.2%), 2003년 1085명(35.2%) 등으로 확대되다가 2005년 이후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이후 의대 학부모집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다소 주춤했다.

2005년 학부 의대 전체 입학자 2436명 중 여학생 합격자는 682명(28.0%)으로 집계됐고, 2007년은 1569명 중 407명(25.9%)을 기록했다. 2009년 435명(27.0%), 2011년 397명(25.7%), 2012년 455명(29.6%), 2014년 499명(30.5%) 등이다.

이후 2015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학부 모집으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면서 2015년 학부 의대 전체 입학자 2352명 중 여학생이 706명(30.0%)을 기록했고, 2017년 2584명 중 여학생 876명(33.9%), 2018년 2644명 중 여학생 934명(35.3%), 2020년 1046명(34.2%) 등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별로는 2021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38곳 중에서 원광대가 97명 중 여학생이 절반 이상인 58명(59.8%)으로 여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고(이화여대 100% 제외), 단국대 42.5%, 제주대 41.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33.8%(139명 중 47명), 연세대 37.0%(119명 중 44명), 가톨릭대 27.4%(95명 중 26명), 성균관대 38.6%(44명 중 17명), 고려대 32.4%(108명 중 35명) 등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앞으로도 여자 의대생 비율은 30% 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계 최상위권에서 여학생들이 수시 학생부전형의 내신관리에 뛰어나고, 수능에서도 일정 비율(약 30%) 이상의 고득점자에 여학생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대 여학생 입학생수가 증가한 만큼 현역에서 활약하는 여자 의사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여자 의사수는 1980년 3070명에서 2019년 3만 3142명으로 약 11배 정도 증가했다.

여자 의사수는 1995년에 1만명을 넘어섰고(1만 191명), 2008년에 2만명을 돌파(2만 529명)했다. 2017년에 3만명을 깼고(3만 985명), 현재 매년 1000명 정도씩 여자 의사가 배출되는 상황이다. 2019년 현재 여자 의사수는 전체 의사의 26.1%다.

한편, 한국인 최초의 여자 의사는 박에스더(본명 김점동, 1890년 이화학당 졸업)로 1896년 미국 볼티모어여대 의대에 입학해 최초로 정식 의사가 됐고, 1900년부터 1910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부인 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에서 진료했다. 이후 1956년 1월 15일 회원 75명의 '대한여자의사회'가 창립(초대회장 손치정)됐고, 1972년 4월 재창립을 거쳐 1976년 '한국여자의사회'로 명칭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1학년도 전국 의대 입학자 수 및 남녀 비율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