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삼광중학교를 아시나요? 대전 중학교 최초 '대전경덕중 학교역사관' 눈길
[특집] 삼광중학교를 아시나요? 대전 중학교 최초 '대전경덕중 학교역사관' 눈길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6.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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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개교 57년 역사 담은 '역사교육관' 문 열어
김현철 교장, "삼광중-여자 졸업생 자료 수집 계속하겠다... 연락 달라"
대전경덕중학교는 지난해 10월 대전지역 중학교 최초로 '학교 역사교육관'의 문을 열었다. 역사교육관은 개교 57년 동안 경덕중학교가 만들어 온 기억의 아카이브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대전경덕중학교는 지난해 10월 대전지역 중학교 최초로 '학교 역사교육관'의 문을 열었다. 역사교육관은 개교 57년 동안 경덕중학교가 만들어 온 기억의 아카이브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역사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학교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학교는 늘어나는 나이테 만큼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교실을 거쳐간 수많은 학생들의 추억 만큼 매일 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게 학교다.

대전경덕중학교는 대전의 오랜 변두리인 대덕구 오정동에 위치한 작은 학교다. 올해 54회 졸업생을 배출했으니 57년의 역사를 간직했다.

사실 경덕중학교는 이름이 두 개다. 아마도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대전 남자라면 ‘경덕중학교’ 대신 ‘삼광중학교’라고 소개하면 활짝 웃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흔살이 넘는 여성이라면 “내가 그 학교 나왔어요”라고 말을 건넬 수도 있다.

맞다. 경덕중학교는 4회 졸업생까지 남녀공학이었다. 그리고 1993년 경덕중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이 바뀐 이야기만 꺼내도 반갑고,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그게 학교다. 누구나 학교 어딘가에 젊음의 편린 하나 쯤은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빛나거나 어둡거나 반짝이거나 세월이 지나면 어느 것이든 상관 없다. 그 시절이 그리울 뿐이다. 누구에게나 학교는 기억의 아카이브다.

김현철 교장이 역사교육관 한쪽 벽에 조성된 역대 교장과 교사들의 사진을 보며 추억을 이야기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김현철 교장이 역사교육관 한쪽 벽에 조성된 역대 교장과 교사들의 사진을 보며 추억을 이야기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게 도시의 성쇠(盛衰)는 달갑지 않다. 도시가 몸집을 키울수록 온전히 제 자리를 지켜 온 학교가 드물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심으로 옮기거나 학생수가 줄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추억의 나이테에 생채기가 생긴다.

경덕중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한 반에 60여명씩 7학급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1학년 2학급, 2-3학년 3학급으로 덩치가 줄었다. 학생수도 학급당 20명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도 학교와 교실에 빨간불을 켰다. 언제든 학교의 역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궁하면 통한다. 경덕중학교는 과거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김현철 교장과 전 교직원이 전화기를 붙들고, 퇴직한 선배 교직원들을 찾아나섰다. 간단한 안부인사와 동시에 학교와 관련된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졸업한 동문들을 수소문했다. 시간 속에 켜켜이 놓여있던 ‘학창시절’이 소환되는 순간이다.

‘아무개의 학창시절’은 지난해 10월 29일 문을 연 ‘경덕중학교 역사교육관’으로 모였다. 20평 남짓한 공간 속에 학교의 역사들이 소박하지만 하나 둘씩 늘어났다. 옛 교복과 교과서, 공책, 필기구, 경덕중학교에서 근무했던 역대 교사들의 증명사진 속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철필로 긁어 등사기로 인쇄한 시험지는 당장이라도 사그락거리는 쇳소리가 날 것같다.

대전지역 중학교 최초의 ‘학교역사박물관’은 그렇게 탄생했다.

경덕중학교 역사교육관은 대전지역 중학교 최초의 학교역사박물관이다. 학교 교직원의 설립 취지를 듣고 김석진 이사장이 흔쾌히 이사장실을 내줘서 20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됐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경덕중학교 역사교육관은 대전지역 중학교 최초의 학교역사박물관이다. 학교 교직원의 설립 취지를 듣고 김석진 이사장이 흔쾌히 이사장실을 내줘서 20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됐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역사교육관 개관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는지는 벽에 걸린 사진 만 봐도 알수 있다. 1회 졸업생들의 자료는 수학여행 사진 한 장 뿐이다. 역대 졸업앨범도 딱 한 개씩만 갖췄다. 김현철 교장은 역사교육관에 보관된 자료 하나 하나 입수 경로와 과정을 설명했다.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과거와의 대화가 그만큼 어려웠고, 절실했다는 이야기다.

“대전도 수십년 동안 엄청나게 발전했잖아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도 있고, 다들 신도심으로 이사하거나 장성해서 분가하면서 학창시절 자료가 제대로 남아 있을 수가 없죠. 정말로 자료 하나 하나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퇴직한 선배 교직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그나마 수월했어요. 졸업생 동문들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만큼이나마 역사교육관을 만든 게 뿌듯합니다. 경덕중 재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씨앗이 되고, 졸업생 동문과 전현직 교직원들에게는 든든하게 내린 뿌리를 확인하는 창고가 되고 있습니다.”

경덕중 역사교육관에는 옛 교복과 교과서, 필기구, 철필로 등사한 시험지, 역대 졸업앨범 등 57년의 학교 역사가 오롯하게 모였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경덕중 역사교육관에는 옛 교복과 교과서, 필기구, 철필로 등사한 시험지, 역대 졸업앨범 등 57년의 학교 역사가 오롯하게 모였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대전경덕중학교의 학교 역사 찾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대전시민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혹시 삼광중학교 졸업생이거나 졸업한 사람을 알고 있다면 주저없이 경덕중학교로 전화하면 된다. 1회부터 4회 졸업한 여자 졸업생들의 자료도 애타게 찾고 있다. 신고 전화는 지역번호 '공사이(042)'에 '육삼이 칠팔이삼(632-7823)번부터 오(5)번'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