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야구野설] 한화의 야구는 미래가 보이는 푸른 신호등
[박용진의 야구野설] 한화의 야구는 미래가 보이는 푸른 신호등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5.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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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는 5월 15일 현재 35전 14승 21패로 승률 0.389로 9위에 랭크돼 있다. 10위 롯데와 1게임 차다. 2위와 6경기 차이로 낙망할 처지는 아니다. 작년에 한화는 144경기 46승 95패 승률 0.326 꼴찌인 10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 한용덕 감독이 2020년 6월 7일 대전 NC전을 패하며 사퇴했다. 14연패란 불명예의 기록을 가지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한화는 이러한 참혹한 현실에 국내 지도자로 더는 헤쳐나갈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3명의 미국인 코치를 영입하며 획기적으로 팀 개편에 착수했다. 이런 방법은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에는 쉽지않다. 그러나 수베로는 꼼꼼한 야구의 하나인 투구마다 수비 시프트를 사용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에 선수들은 매우 당혹해했으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 선수들의 동기유발에 성공하고 있고, 내용이 좋은 경기를 자주 펼치며 활력 있는 팀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팀의 조직력과 응집이 아직은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점점 강화되고 있기에 한화 야구는 희망이 있어 보인다.

야수 쪽에 신예 노시환(3루수), 최재훈(포수), 박정현(유격수), 장운호(중, 좌익수), 저 년차인 하주석(유격수), 정은원(2루수)이 성장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투수 쪽으로 김민우, 김범수, 강재민, 윤호솔, 윤대경, 등 성장해야 할 재목들이있는데, 이들이 성장하기까지 실전을 쌓으며 전투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선수 성장은 단계를 거치며 이뤄지는 것이므로 성과를 조급한 마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다만 코치진이 선수들과 강한 신뢰가 형성돼 있느냐도 성공의 중요한 대목이다.

선수들이 수베로 감독의 새로운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 팀 강화 차원으로 희망적이다.

이것은 수비 시프트에만 국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문으로 연동되어 야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베로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유격수로 뛰었던 내야수 출신이다. 2001년 마이너리그 코치가 됐을 때부터 모든 선수에게 피치 카운트, 주자 상황, 타구 방향에 따라 움직이라고 주문하며 창조적인 야구를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베로에게 수비 시프트를 일깨워준 멘토는 누구일까? '베이스볼 파파'라고 불리는 그라시아노 라벨로(graciano ravelo)는 세상에서 가장 야구 지식이 뛰어나고 정교함에 강한 분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야구이론에 탁월한 분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라벨로는 수베로 감독과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 야구인으로 1957년 멕시칸리그에서 뛴 기록이 남아 있다.

수베로 감독의 '정교한' 야구는 탁월한 스승인 그라시아노 라벨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훌륭한 스승과의 만남과 가르침이 수베로에게 야구에 눈을 뜨게 했고, 좋은 지도자의 길을 걷게 한 동기가 됐다. 그리고 한국의 한화이글스 감독직을 맡게 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복이 있어야 한다.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새로운 야구에 '개안(開眼)' 중이다. 명장 밑에 약졸이 없다고 했다지만.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