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모두를 포용하는 학교스포츠클럽, DSM여스 파이팅!”
[특별기획] “모두를 포용하는 학교스포츠클럽, DSM여스 파이팅!”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08.12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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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스포츠 클럽 현장을 가다-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여학생스포츠클럽

 

학교스포츠클럽의 긍정적 효과는 학교 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등 신체활동 능력 향상은 물론 교우관계 개선, 사회성 및 협동심 배가, 학습의욕 고취 등 전인교육의 방편으로까지 평가받는다. 1999년 대전에서 태동한 이후 교육부 주최 전국대회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16개 시·도 학생들의 축제로 거듭난 상황만으로도 학교스포츠클럽의 절대적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젝트는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마을단위까지 연계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매년 개최되는 대전 동·서부교육장배 대회와 교육감배 대회, 전국대회 등의 일정이 전면 조정되는 등 학교스포츠클럽이 주춤했다. 하지만 함께 뛰고 싶은 학생들의 열망은 학교와 교실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다양한 현장을 담아본다.

 선생님, 저희도 축구팀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어느날 교무실을 찾아 온 여학생의 한 마디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에 변화를 일으켰다. 전교생 262명 중에 45명 남짓한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여스의 탄생 비화다.

여스는 여학생스포츠클럽의 줄임말이다. 여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하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축구와 농구, 피구 등 전통 종목은 물론 넷볼과 킨볼, 빅발리볼 등 뉴스포츠까지 갖가지 체육활동을 펼친다.

좋아서 하는 운동은 신이 난다. ‘여스의 출범은 마침 대전교육청이 추진하는 여학생 체육활동 프로그램 두런두런(Do Learn Do Run)’과 합이 맞았다. 시너지는 여학생들의 끈끈한 우정으로 뿌리내렸다. 학교와 교실에도 활력소가 됐다.

저는 3년 동안 킨볼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킨볼은 4명씩 3팀이 큰 공을 갖고 경기를 합니다. 소수의 인원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맴버들끼리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전술을 짜는게 매우 중요해요. 킨볼은 제 전공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교라는 학교 특성 때문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소수의 인원이 한 팀이 돼서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는 킨볼을 통해 전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 전술을 짜면서 의사소통을 해본 경험이 취업 면접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3학년 김다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는 전국 최초의 소프트웨어 전문 고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이끌어갈 기술 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정보보완 분야에서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 기술과정을 교육하는 학교다 보니 학생들의 고민은 단연 취업이다. 학생들은 여스가 또래의 고민을 해결하는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운동은 물론 정보교류와 소통의 방법을 시나브로 터득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면서 전공에 대해 선배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비슷한 고민을 선배들과 공유하면서 전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죠. ‘라이트닝 토크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점심, 저녁, 토요일을 활용해 친구들과 넷볼을 즐깁니다. 넷볼은 농구와 비슷한데 서로 몸을 부딪히지 않아서 다칠 확률이 적고, 팀원끼리 소통을 하기 때문에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내년에는 넷볼 대회에 출전해 여스의 협동과 협업을 보여주고 싶습니다.(2학년 안민희)”

라이트닝 토크는 말 그대로 번개처럼 모여서 나누는 대화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정보나 공부 방법을 조언하는 10분 강의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후배 간의 정이 남다른 여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같이의 가치를 몸과 마음으로 만끽한다. 애초에 경쟁이나 대회 수상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 친구들과 선후배가 함께 하는 스포츠 자체가 즐겁고 기쁘다. 대회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믿음은 서로의 실수를 탓하거나 지적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잊지 못해서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스포츠클럽 행사에 찾아올 정도다.

지난해 피구 대회에 나갔을 때 3학년 2학기 취업한 선배들이 특별히 연차를 내서 경기장을 찾아 올 정도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날에는 졸업한 선배들이 함께 와서 스포츠 활동을 즐깁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선배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대회에 나가고 싶습니다.(3학년 방혜리)”

사실 여스의 오늘은 부단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결과다. 앞에서 가르치는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선한 영향력을 줬기에 가능했다. 영향력은 장필준 교사(체육과목)의 학교스포츠 철학에서 비롯됐다. 바로 모두를 포용하는학교스포츠클럽이다. 그리고 개방성다양성’, ‘인문이 핵심가치다.

일단 여스에는 사회체육에서 흔히 보이는 진입장벽텃세가 없다.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종목을 즐기는 오픈형 스포츠클럽은 특정 종목의 편식을 없앴다.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페트라르카의 인문정신까지 체득하게 된다.

제가 여학생 스포츠클럽을 맡게된 계기가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 믿어주고 배려해주는 관계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행복을 더불어서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학생 스포츠클럽이 학생들의 안전지대 역할이 되고, 학생들이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역할과 디딤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육의 방식에는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수직적인 방법이 있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연결하고 이어주는 수평적인 방식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운동종목에 대입했습니다.(장필준 체육교사)”

일단 장필준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직적인 방식으로 종목을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는것을 목표로 했다. 여기서 두가지 의미를 찾고자 했다. 첫째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많은 학생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스포츠클럽 이전에 체육 수업에 대한 고찰이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약간 비틀어서 행복한 건강을 위한 넓고 얕은 운동이라는 키워드로 학생들을 지도하고자 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특정한 종목만이 아닌 다양한 종목을 접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에 나가거나 자신의 전공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을 체육교육의 의도와 목표로 삼았습니다.(장필준 체육교사)”

이렇게 만들어진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교의 여학생 스포츠클럽은 성적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고 소통하는 스포츠클럽으로 성장했다.

여스는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에 뿌리내리고 있는 학교스포츠클럽이 모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현답(賢答)’을 내놓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올해 단 한번도 체육활동을 하지 못했던 여스 맴버가 오랜만에 체육관에 모였다. 여름방학 직전이라도 조촐하게 발대식을 하기 위해서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학생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지도교사의 철학을 닮은 함께하는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는 선한 웃음이 한가득이다.

코로나19로 모이지 못했던 여학생들이 발대식에서 활발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갖게됐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함께 학교스포츠 활동을 통해 땀흘리고,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학교가 되고 있는 모습이 감동스럽습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트고 파이팅!(안희명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