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최상위 '의·치·한'에 인문계도 지원할 수 있다?
자연계 최상위 '의·치·한'에 인문계도 지원할 수 있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06.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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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치대, 한의대 수시 선발인원 2592명 중 259명 인문계 선발

자연계 최상위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치·한'에 인문계도 지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올해 의대와 치대, 한의대 수시 선발인원 2592명 가운데 259명을 인문계 학생 중에서 선발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문·이과 구분 없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려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연입시전략연구소 박기철 대표는 "의료 분야는 직업 특성상 계열과 상관 없이 많은 학생들에게 선호가 높은 모집단위이지만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 왔고, 2021학년도 대입도 비슷하다"면서도 "융복합 인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커질 수록 인문계열 학생들에게도 의·치·한의 문턱이 유연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의대 92명, 치대 2명, 한의대 165명 인문계 학생 선발

2021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의·치·한' 선발인원은 총 2592명(정원 내 일반전형)이다. 의예과 1796명, 치의예과 361명, 한의예과 435명을 뽑는다.

이중 인문계열 선발 인원은 의예과 92명, 치의예과 2명, 한의예과 165명이다. 인문계 학생이라면 한의예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의예과 모집단위에서 인문계열을 선발하는 대학은 고신대와 순천향대 2곳이다. 고신대는 '학생부교과 일반고 전형'과 '지역인재 전형'에서 계열 구분 없이 총 5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순천향대도 계열 구분 없이 총 42명을 '학생부교과 일반학생 및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한다.

이들 대학은 인문, 자연 계열의 구분 없이 통합 선발을 하지만 수능최저학력기준을 계열에 따라 다르게 설정한다. 계열별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가능 여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치의예과는 원광대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2명을 선발한다.

한의예과는 경희대, 대구한의대, 대전대, 동국대(경주), 동신대, 동의대, 상지대, 세명대, 우석대, 원광대 등 10개 대학에서 165명을 선발한다.

■ 수능 최저 없는 의학계열 선발대학, 기회 될 수도

인문계열 학생이 지원할 수 있지만 수능최저가 설정돼 있는 대학 및 모집단위가 아닌 대학도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을 늘리면서 수능최저학력기준를 완화하는 흐름에 따른 결과다. 이같은 환경 변화는 인문계열 학생들의 '의·치·한' 진학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2020학년도 대입부터 신설된 건양대 지역인재전형(교과) 전형은 의학과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이지만 수능최저학력기준 제한이 없다. '과학교과 중 학년/학기 구분 없이 최고 8개 과목 이수(또는 과학교과 이수단위 80이상)'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지원할 수 있다.

물론 합격자들의 교과 평균 성적은 높다. 작년도 입시결과를 살펴보면 합격자 교과 평균 등급은 1.04였고, 최저 등급은 1.12였다. 결국 교과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이 합격한 셈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의대는 가톨릭대 가톨릭지도자추천전형,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일반) 등 12개 대학에서 수능최저 없는 학종전형을 실시한다.

치대는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등이 그렇다. 이들 대학은 계열에 따른 지원 제한도 없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 중 의대와 치대에 관심있다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단, 지원 자격의 제한이 없을 뿐 경쟁은 동일하기 때문에 수험생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어필할 수 있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인문계열 학생은 의학계열에 대한 관심과 지적호기심을 꾸준히 활동하는 여건이 자연계에 비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이런 환경적인 부분을 어떻게 극복했고, 어떤 결과물을 냈는지를 보여주면 학종전형에서는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6개 수시 지원 카드 중 1개 정도는 의·치·한에 써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의·치·한에 도전하는 인문계 학생이라면 자신이 지원하려는 모집단위에 대한 종합적인 역량과 특성을 갖추고, 대학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자연계열 학생과 경쟁해서 과학 교과 이수, 관심 분야 관련 활동, 수학 교과에 대한 역량 등을 끌어올린 결과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대학도 확신을 갖고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