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망친 비교과 활동, '교과세특'으로 만회하세요"
"코로나19가 망친 비교과 활동, '교과세특'으로 만회하세요"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05.25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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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윤봉길월진회 청소년기자단, 24일 '세움내움' 특강
박종익 더바른입시 대표, '새학기 비교과활동 준비법'

코로나19로 연기됐던 학교의 등교수업이 지난 20일 고3 교실부터 실시되면서 새학년 새학기 비교과 준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교과는 교과 외 활동이다. 보통 '자·동·봉·진'으로 불리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을 말한다.

사실 '자동봉진'이 중요한 건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서울’ 대학 진학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교육부가 정시 수능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발표를 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주요 대학들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을 줄이지 않고 있다.

인서울 15개 대학의 평균 학종비율은 전체 입시의 40%에 달한다.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수능 비율을 맞추기 위해 수시 전형의 4가지 요소 중에서 논술과 적성전형을 없애 조정했을 뿐 '교과+비교과'를 담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로 진학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도 이점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24일 ㈔매헌윤봉길월진회 대전지회가 개최한 청소년기자단 세움내움 소양교육에서 '새학기 비교과 활동 준비법' 특강을 통해 효과적인 비교과활동을 설명했다.

비교과영역의 외부활동을 교과영역으로 끌고가는 힘을 키우고, 외부활동을 기초역량으로 인식하는 사고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특강의 핵심이자 결론이다. 주요 내용을 Q & A로 정리했다.

Q1. 최근 교육부가 학생들의 입시 공정성을 이유로 외부활동에 대한 미기재와 미반영 등 제한요건을 강화했는데 앞으로는 비교과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미반영 미기재이지 '활동 금지'가 아닙니다. 이게 진짜 핵심입니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으니까 하지 말자고 생각하겠지만 말이 많았던 소논문도 교과진로에 써 넣고 있습니다. 자동봉진에서 봉사는 빼고(이름과 시간만 들어가므로), 자율활동과 동아리, 진로활동에 뭘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자녀들이 활동하고 있는 '월진회'를 헤드에 두고 생각해 보세요. 그 다음에 활동내용을 뭘 넣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들어 학생기자들이 하고 있는 '명사인터뷰'를 재능봉사 영역으로 국한시키지 않으면 사탐이나 국어과목에 써 넣을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바로 교과세부특기 사항입니다. 인터뷰기사를 통해 국어 영역의 활동을 만들고, 사회적 이슈에 적합한 명사를 섭외해서 인터뷰하면 사탐 활동이 됩니다. 이러면 외부활동이더라도 쓸 수 있는 '꺼리'가 됩니다.

Q2. 외부활동을 교과세특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합니다. 

A. 세종에 있는 현역 3학년 학생이 있습니다. 어문계열을 지원하고, 꿈은 아나운서나 기자입니다. 이 학생은 지리시간에 대전의 지리적 특성을 심화보고서로 냈습니다. 어문계열이니까 사투리와 지리관계를 찾아 봤고, 대부분 산맥을 기준으로 나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충남대에 해당 자료가 있다는 것도 찾아내고, 사투리와 국어, 우리말의 기원에 대한 것으로 추가 연구를 했습니다. 이 학생의 사례를 토대로 생각하면 학생기자들의 '명사인터뷰'도 활동내용을 모든 학생이 똑같이 적을 수는 없습니다. 사전 인터뷰지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똑같은 것은 도움 안 됩니다. 과학자를 인터뷰했다면 같은 이공계열이라도 분야가 다릅니다. 나랑 직접 연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연계를 지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공학자의 히포크라테스선서'가 있습니다. 나는 화학을 전공하려는데 기계공학교수를 만나서 뭐해 라는 생각은 잘못됐습니다. 단순히 만나고 안 만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월진회기자단을 통해 카이스트교수를 만났다면 공학자의 마인드에 대한 질문을 하면 됩니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인가, 과학자에게도 윤리는 있는가, 내가 만드는 기술은 반드시 선할까 등을 질문하면서 나의 지적호기심을 드러내는 겁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운전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개발자에 있는지, 운전자에게 있는지, 국가에게 있는지 등을 묻겠다는 생각이 더 중요한 겁니다.

Q3. 봉사관련 외부활동을 어떻게 하면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을까요?

A. 대학가는데 도움이 되려고 외부활동을 시켰더니 학교 밖에서 하는 것은 이제 막는다고 합니다. 그럼 하지 말아야 할까요? 현재 중학생들의 대학 입시는 '교과+학종+수능'이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고난의 트라이앵글이 시작된 겁니다. 뭐하나 포기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 중 학종전형이 관건입니다. 내가 원하고, 진로적성에 맞는 활동이 학교 안에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학교는 사전에 기획한 경우만 기재하겠다고 합니다. 과연 이게 공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안으로 자율동아리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인원수를 맞추는 등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만든다고 해도 문과 이과로 진로가 쪼개지면 또 힘들어집니다. 월진회 청소년기자단처럼 학교가 제각각인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입니다. 봉사활동으로만 사용하려 하면 무의미합니다. 외부활동을 학생의 기초역량, 해당과목이 요구하는 역량, 해당과목을 배우는 이유 등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월진회청소년기자단을 예로 들면 내부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진로분야별로 활동하도록 하고, 그걸 학교 세특항목으로 가져가면 좋습니다. 월진회학생기자단 활동을 기초역량으로 활용하라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과목명을 가리고 세특항목을 읽을 때 해당 과목이 뭔지 알 수 없으면 좋은 세특 기록이 아닙니다. 공대 진학이 목표인 학생이 국어 세특항목에 'A라는 작품을 쓴 작가의 B작품을 찾아 읽고, 작가의 초기와 후기 작품의 변화에 대해 비교 분석한후 느낀점을 그림과 도표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설명했다'고 기록돼 있다면 어떨까요? 평가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록입니다.

Q4. 앞으로 비교과영역과 교과영역이 점점 더 모호해지는 것 아닌가요?

A. 결국 비교과 활동을 왜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대학 가는데 도움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비교과와 교과를 칸막이 치면 학생부가 따로 놀게 됩니다. 비교과는 동기가 중요합니다. 보통 어머님들이 SKY, 카포,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 등으로 뭉쳐서 대학 순위를 따집니다. 건동 아래는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은 뭘 아느냐'고 묻습니다. 전공적합성을 의미하는 겁니다. 2등급 후반 3등급 초반은 과목별 성적이 둘쑥날쑥하니까 최소한 너가 오고 싶은 학과를 위해 뭘했는지를 묻는 겁니다. 하지만 더 상위권 대학들은 '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묻습니다. 화학1, 화학2를 배우는 과정에서 어떻게 지식이 성장했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전공적합성, 학과적합성, 계열적합성이 있다고 합시다. 최상위권 대학들은 계열적합성을 선호합니다. 일반고 학생이 독어독문학과를 지원하려는데 다니는 고교에 독일어수업이 없으면 지원하지 못할까요? 전공적합성만 따지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업역량과 계열적합성을 따지는 최상위권 대학은 '어문계열'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봅니다. 아까 그 학생처럼 사투리와 언어, 문화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뒀다면 독일어 안 배웠어도 뽑습니다. 코로나19로 백신, 전염병, 검진, 확진 예상모델 등이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생물1, 생물2 등에서는 '면역폭풍'이라는 키워드도 많이 회자됩니다. 이걸로 고교 교실에서는 너도 나도 보고서를 만들겁니다. 경영경제나 정치외교분야는 아닐까요? 재난지원금, 소비진작, 국가간 단절, 미중 분쟁, 신냉전, 포스트코로나 국제관계 등 수없이 많습니다. 월진회학생기자단에서도 학생들이 모여서 모둠형태의 세미나를 열고,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져가면 외부활동이 학교 활동으로 연결되는 훌륭한 기초역량이 될 수 있습니다.

Q5. 학생부 등에서 '셀프보고서'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어떻게 기록할 수 있나요?

A. 맞습니다. 셀프보고서나 완성형 학생부를 써 가면 안 됩니다. 하지만 '자기역량평가보고서'라는 게 있습니다. 스스로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적어 갈 수 있습니다. 학교는 이걸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외부에서 만들어 올까봐 기말고사 막바지에 갑자기 적어오라고 합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평소에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일기 쓰듯이 기록해 둬야 합니다. 기억은 기록을 이길수 없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도 좋습니다. 수업 중에 하는 질문도 좋습니다. 외부활동에서 교과와 연계돼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질문을 통해 교사와 소통하고, 이걸 기록하는 방법도 쓸 만 합니다. 비교과 뿐만 아니라 교과영역에서도 학교에서는 교사가 확인하지 못하는 수행평가는 금지하고, 기록해 주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현행 고교 과정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처럼 두 세 시간 동안 연강하는 것이 아니면 고교에서 수업시간 동안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그나마 쪽지시험 정도가 대안입니다. 이걸로 학생들의 성취도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학생 스스로를 어필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발표와 탐구보고서, 탐구조사가 수업 중에 이뤄지면 됩니다. 교육부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가려고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대부분 수업은 교사가 학생부를 위해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