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타고, 북한학과 뜰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타고, 북한학과 뜰까?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0.02.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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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단 두 곳, 동국대와 고대 세종캠에서 총 62명 모집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북한 관련 학과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기리에 종영되면서 대학 입시에서 '북한 관련 학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의 월북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진전되었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남북관계도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나온 이색적인 드라마다.

때문에 매체와 문화에 영향을 받는 학생·청소년들에게 '북한'에 대한 호기심은 관련 학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북 전문가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북한 관련 인재들을 양성하는 대학에 대한 진학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북한 관련 학과, 전망은?

북한 관련 학과는 그동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요동쳐 왔다.

북한학과는 지난 1990년대 초반 탈냉전 기류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동국대, 명지대, 선문대, 관동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조선대 등 6개 대학에 설치됐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북한학과의 입지도 좁아졌다. 핵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대북 사업에 나섰던 기업들이 위축됐고,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줄었다.

수요가 줄면서 대학들도 학과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관동대와 조선대가 북한학과를 없앴고, 명지대와 선문대는 각각 정치외교학과와 글로벌한국학과로 통합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도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북한학과를 사회과학과와 통합해 현재는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로 개편했다.

때문에 현재 북한 관련 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동국대와 고려대 세종캠 두 군데 정도로 보면 된다.

물론 전망은 긍정적이다. 대북정책과 상관없이 안정적이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술적인 성과를 내려면 꾸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교류 확대를 예상하면 중장기적인 북한 전문가 양성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질적인 남북교류가 이뤄지면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것이고, 북한학과 출신 전문가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동국대 북한학과

전국의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북한학과’라는 명칭으로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동국대다.

1994년 한국 대학 최초로 북한학과를 설립한 이래 수많은 북한 연구자를 양성해온 북한학 분야의 선구이자 독보적인 대학이다.

정시 경쟁률을 보면 지난 2017학년도 6.57대 1, 2018년 7대 1, 2019년 9.4대 1 등 상승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속되는 학령 인구수 감소 상황에서 지난해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2020학년도 경쟁률은 6대 1로 다소 주춤했다.

단, 동국대 사회과학대 8개 학과 중에서는 북한학과가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인문계 수험생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전공보다도 경쟁률이 높았다는 점에서 동국대 북한학과는 특별한 전공 분야로 볼 수 있다.

■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통일외교안보전공'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에 북한 관련 학과인 '통일외교안보전공'을 두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가 한국 최초의 북한 관련 학과라면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최대 규모의 대학이다. 2021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에 따르면 수시와 정시를 포함한 전체 정원에서 동국대는 15명을 선발하지만 고려대는 수시 통일외교안보 전공 25명, 정시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22명 등 47명을 모집한다.

동국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경쟁률은 6.81대 1로 전년(7.68대 1)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인 ‘미래인재전형’에서는 공공정책대학 내 6개 전공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은 7대 1을 기록했다.

두 대학의 수시/정시 등 모든 전형을 통틀어서 2020학년도 북한 관련 학과 최고 경쟁률은 동국대 ‘Do Dream 전형’(학생부 종합)으로 7명 모집에 124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무려 17.71대 1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북한관련 전공은 동국대와 고려대 세종캠에만 있는 희소한 학과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망이 나쁘지 않다"며 "사랑의 불시착 처럼 북한 관련 드라마를 통해 청소년들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늘고, 남북관계나 북미관계가 화해 무드로 돌아선다면 관련 학과 정원이 늘어나거나 대학들이 학과를 신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