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제도 공정성? 학생과 학부모 "울고싶다"
학종 제도 공정성? 학생과 학부모 "울고싶다"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0.02.02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안별 시행년도 제각각, 실효성도 의문

정부가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당장 방안별 시행연도가 모두 다른 것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대부분 2022학년도부터 적용되지만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의 투명성 및 전문성 강화’는 2021학년도 입시에 바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설령 즉시 적용된다고 해도 대학 측의 입장과 수험생들의 눈에는 마뜩치 않다. 시행하기도 쉽지 않고,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목소리다.

도대체 ‘학종 운영의 투명성 및 전문성 강화 방안’은 뭐가 문제일까? 실현 가능성과 효과 등을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대입제도 공정성 위한 '블라인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

수험생 입장에서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출신고교의 후광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고교정보를 '블라인드(blind) 처리’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교육부가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고교 정보를 제외하고, 블라인드 평가를 대입 전형의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즉, 종래에는 면접평가 과정에서만 블라인드 평가를 하던 것에서 서류평가에서도 고교정보를 가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교 프로 파일도 전면 폐지’해 고교 정보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렇다면 '고교 프로파일 폐지'와 '고교 정보 블라인드 처리'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입시 전문가들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이수과목 정보 만 봐도 출신고교의 유형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블라인드 서류 평가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미다.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주요 동아리 개설 현황이나 특색 프로그램 이름만 봐도 어느 학교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게 현실이다.

더구나 교육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고교알리미 정보와 비교해도 일정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블라인드'는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외국어고는 전공어 관련 교과목 개설 상황으로도 외고인게 드러나고,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과학 교과의 심화과목 개설만 보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재학교는 무학년·졸업이수학점제를 실시하므로 과학고와도 쉽게 구별된다.

다만, 광역 자사고의 경우는 일반고와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기 힘들어서 고교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되면 전국단위 자사고에 비해 어필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기는 하다.

결국, 고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없애겠다는 교육부의 의도는 좀더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으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명문대 출신을 덜 뽑으려고 블라인드 채용을 했더니 명문대가 더 뽑혔다는 취업 시장의 예를 보면 될 것"이라며 "출신교의 정보를 가려 학교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선발할 경우 자사·특목고 등 명문고 출신들이 오히려 돋보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또 "강화 방안에 언급된 고교정보 서류 블라인드 평가와 입학전형별 출신고교 선발 결과 정보공시제도가 상충되는 걸로 보이는데 이 문제는 또 어찌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학종 운영의 투명성 측면에서 내놓은 '전형유형별 고교유형 및 지역별 선발결과, 신입생의 국가장학금 소득 구간별 수혜율 등 정보공시 확대’도 고교 정보 블라인드 평가와 상충될 수 있으므로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과정의 공공성 강화도 "글쎄"

정부가 내놓은 평가과정의 공공성은 ▲외부 공공사정관의 평가 참여 ▲입학사정관 취업제한 규정 위반 제재 규정 신설 ▲평가 과정에 학외(學外) 인사 참관 ▲면접 등 평가과정 녹화 및 보존 ▲면접관의 동일모집단위 연임 금지 등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다.

우선 ‘외부 공공사정관의 평가 참여’는 대학 입장에서 외부 공공사정관을 일종의 감시자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또 '퇴직 입학사정관 취업제한 규정 위반 시 제재 규정 신설'도 퇴직 사정관들이 거리낌 없이 사교육기관에 취업하는 현실에서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오히려 취업 제한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어 헌법 소원을 낼 경우 교육당국이 패소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 큰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다. 정부는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과 함께 올해 대학교육협의회와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규정을 개정하고, 실효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위의 표에서 밝힌 주요 개정 내용 가운데 ▲1인당 평가시간 확보 ▲서류평가 시 전임사정관 1인 이상 참여 ▲평가 세부 단계에서 다수위원 평가 의무화 등은 결국 전임 입학사정관의 충원이나 학종 선발인원의 축소가 전제돼야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현하기 힘든 내용이다. 정부가 대학들이 알아서 잘 대처하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모든게 꼬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만기 소장은 "대학들이 이번 정부의 대입 정책의 주요 골격이 정시 확대와 학종 축소이니까 뭔가 따르는 모양새를 취한다 해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이의신청 처리기준 절차 마련 건만 해도 불합격자들이 대거 합불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고, 폭주할 경우 대학들이 어떻게 대처 할지 난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올해 당장 시행해야 하는 변경사항인 만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시행방안을 하루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조변석개하는 대입 제도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울고 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