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내움 프로젝트] 학생기자들이 만난 직업 - 법조인(法曹人)
[세움내움 프로젝트] 학생기자들이 만난 직업 - 법조인(法曹人)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9.11.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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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조수연 변호사를 만나다

 

월진회 전국청소년기자단 고성진(대성중2), 박서진(삼천중2), 이준수(봉명중1), 권민서(삼육초6), 김민선(성모초6), 이예빈(관평초6). 이하린(갑천초6) 학생기자는 진로직업 탐색을 위해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조앤박 대표)를 만나 법조인의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직업들이 몇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법조인(法曹人)이다. 법을 다루는 직업은 다양한데 넓게는 법률에 대한 연구와 해석을 하는 법학자를 비롯해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법조인이라고 하면 대개 법률을 적용하는 일에 종사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를 의미한다. 미래의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꿈꾸는 또래 청소년들을 위해 월진회 청소년기자단이 나섰다. 고성진(대성중2), 박서진(삼천중2), 이준수(봉명중1), 권민서(삼육초6), 김민선(성모초6), 이예빈(관평초6). 이하린(갑천초6) 학생기자는 매헌 윤봉길의사가 제시한 ‘세움내움 운동’을 실천하고, 청소년 진로직업 탐색을 위해 법무법인 조앤박 대표인 조수연 변호사를 만났다. 조 변호사는 38회 사법시험 합격, 대전지방검찰청 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 인천지검, 수원지검 검사를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안녕하세요. 저희는 매헌 윤봉길의사께서 설립한 애국단체인 월진회 청소년기자단 박서진, 이예빈, 이하린, 김민선, 고성진, 권민서, 이준수입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 진로탐색을 위한 명사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박서진)

“먼저 우리 사무실을 찾아줘서 반갑습니다. 법조인이라고 하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인데 요즘은 로스쿨 나와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말합니다. 법조인은 보통 판사, 검사, 변호사로 나뉘는데 요즘은 다양해졌습니다. 회사에 취직한 변호사도 있고,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이 된 변호사도 있어요. 판사는 법원의 민사나 형사 행정 등 모든 사건의 판결을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검사는 범죄수사를 해서 최종 기소를 하거나 형을 집행하거나 하는 역할을 하고, 변호사는 형사 피고인을 변론하거나 각종 민형사상 대리인을 합니다. 법조3륜(法曹三輪)이라는 말이 있는데 판사, 검사, 변호사를 말합니다. (학생들이라면)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검사 출신 변호사이신데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검사를 꿈꾸셨나요?(박서진)

“법대를 진학했고, 대학시절부터 법조인을 꿈꿨습니다. 사실 우리가 권위주의 시대, 억눌렸던 시대를 살아오면서 관은 높고, 백성은 굉장히 낮다는 생각들을 오랫동안 가져왔잖아요. 이런 생각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방안이 시험이라는 제도였어요. 그런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 사법시험이었습니다. 법조인 중에서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는 역할이고, 법관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검사를 선택했고, 10년 정도 근무했어요. 검사는 주로 범죄수사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형을 집행하기도 해요. 교도소에서 형을 집행하지만 궁극적으로 책임은 검사에게 있어요. 또 국가를 상대하는 각종 행정소송이라는 게 있는데 국가를 당사자로 할 때는 공익의 대리인 역할을 합니다.”

- 법조인이 되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었나요?(이예빈)

“포기하고 싶었을 때는 고시에 떨어질 때죠(웃음). 힘드니까 그만 둬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열심히 노력한 시간은 3년 정도 고시원에서 공부할 때예요. 서울 관악구에 신림동이라고 고시생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 있는데 당시에 약 200-300개 정도가 있었어요. 하루 세끼 밥 해주고, 방에서 고시 공부를 합니다. 고시 학원도 있어요. 이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곳도 또 하나의 사회여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수험생이고, 시험공부라는 게 힘들 수밖에 없으니 그런 생활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험에 빨리 붙으면 좋겠지만 떨어지면 좌절감이 생기고 그걸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 일하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이 언제인가요? 또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요?(이예빈)

“글쎄요.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검사 시절입니다. 일단 검사라고 하면 범죄자를 교도소에 잡아넣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가끔 억울하게 교도소에 가서는 안 될 사람이 구속되는 경우가 있어요. 검사들은 이런 상황을 빨리 알아채고 풀어줘야 합니다. 절차를 빨리 밟아서 억울하게 잘못 구속된 사람을 빨리 풀어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는 검사가 범죄자를 많이 잡고 수사를 열심히 하는 검사보다 훌륭한 검사라고 사법연수원 때 지도교수에게 배웠습니다. 빛나는 영광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검사보다는 억울한 사람을 빨리 석방시키는 검사가 열배 더 훌륭하다는 겁니다. 그런 검사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자랑 같지만 저는 석방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어요. 이렇게 하면 빨리 교도소를 나갈 수 있겠다는 해답을 빨리 알려줬어요. 돈을 조금 못 갚아서 사기죄로 구속된 사람에게 일정 부분 변제하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상습적으로 필로폰 투약한 사람이 있었는데 아들이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었어요. 상습 마약사범은 잘 석방되지 못하는데 생명이 위독한 아들의 수술 때문에 과감히 석방을 시켰습니다. 힘들었던 때라면 대전에서 발생한 ‘발발이 사건’ 때입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유명한 성폭행 사건입니다. 발생돼선 안 될 사건이었죠. 택시기사가 주거 침입해서 주로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어요. 신고된 것만 120건이나 됐습니다. 범인을 잡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지만 결국 체포했고, 무기징역을 이끌어 냈습니다.”

- 우리나라 헌법을 다 알아야 법조인이 될 수 있나요? 변호사님은 사법고시를 패스하셨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변호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이하린)

“헌법은 기본적으로 다 알아야 합니다. 헌법은 고시 과목에 1차에도 있고, 2차에도 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은 거의 통으로 외워야 합니다. 헌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기본권입니다. 국민의 기본권, 인간의 존엄성, 주권 등 가치 있는 겁니다. 지금은 조금 소홀히 취급되는데 우리나라 헌법체계의 기본은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사회민주주의와는 매우 대립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공기와 같습니다. 평소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잘 모르지만 없으면 3분도 못 견디고 죽지요.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는 기본적인 국가 구조이며 헌법 체계예요. 이것은 헌법 개정으로도 바꿀 수 없고,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식 공산주의를 애초에 배격하는 헌법체계이고, 학생들도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북한은 하나의 동포고 형제이고, 우리가 도와주고 장차 평화적 통일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식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따라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런 가치관은 학생들도 분명히 알아야 해요. 헌법 개정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은 고시 준비할 때 철두철미하게 공부했어요. 공산주의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유재산제 같은 제도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니까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는 내재적 한계가 있지만 사유재산제를 통으로 없애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거죠. 인간의 존엄성도 인간을 부속품이나 기계 도구처럼 사용되면 안 된다는 것이고, 고문 금지,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도 헌법 개정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그 다음 질문으로 사법시험은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사법시험의 장점은 오직 성적만 본다는 것입니다. 시험 볼 때도 이름을 쓰고, 채점할 때는 모든 것을 다 가립니다. 1차는 객관식인데 OMR카드로 자동으로 점수 나와요. 2차는 주관식인데 오로지 필기시험이에요. 이름을 쓰고 쭉 답안지를 적으면 이름을 뗍니다. 채점자가 시험 대상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안전장치를 해 놓습니다. 오로지 성적으로만 봅니다. 사법연수원에서도 그렇고, 검사 판사 임용에서도 전과가 없다면 성적으로만 순위를 가렸어요. 그러다보니 성적만능이냐는 말이 나온 거죠. 인품이나 성품은 보지 않고, 성적만 보니까 그런 말이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공정성 부분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고, 누구도 시비하지 못했어요. 성적을 다 공개하니까 승복할 수밖에 없잖아요. 인품을 계량화해서 점수를 매길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사법고시는) 성적 외에는 다른 것은 적용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처럼 상업고를 나온 분도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대전에서 판사 생활하다가 변호사를 한 겁니다. 어느 대학 나왔는지도 따지지 않았고, 오직 성적만 봤어요. 서울대를 나와도 성적이 나쁘면 떨어지고, 지방대라도 성적이 좋으면 다 됐습니다. 가장 공정한 시험이 사법고시였어요. 그런데 사법시험이 없어지고 지금은 로스쿨 제도가 됐어요. 로스쿨도 시험 성적을 보지만 이외에 많은 것들을 평가합니다. 출신학교를 따지고, 성적 외에 다른 것을 많이 봅니다. 그러니 공정성에 의문 생기는 겁니다. 탈락한 사람이 왜 불합격이냐고 물어보면 이유를 대지 못해요. 너는 점수가 몇 점이니까 떨어졌어 라고 하면 승복하는데 종합해 보니 몇 등이야 라고 하는 거예요. 그럼 내가 왜 몇 등이냐고 물으면 면접점수가 어쩌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는 요인이라 승복하기 힘들겠죠. 그런 계량화할 수 없는 것을 많이 집어넣으면 공정성은 손해가 생깁니다. 앞으로 로스쿨 제도가 어떻게 정리되고 개선될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대학 입학에서 수시는 불공정하니 정시를 확대하라고 대통령이 말씀했는데 정시는 수학능력시험으로 입학하는 것이고, 수시는 여러 스펙을 종합하는 겁니다. 학생부종합전형 같은 거죠. 이 학종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공정하냐고 물어보면 사실 의문입니다. 일단 학생부 작성의 책임이 교사에게 있어요. 성실한 선생님은 잘 써주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만나면 그 반 전체가 엉성하게 됩니다.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영역에서 나를 판단하고 지배하고 평가해서 떨어뜨릴 수 있다면 잘못된 거 아닌가요. 사법고시를 없애고 로스쿨 제도가 생기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입학해야 하는데 슬프지만 대학부터 좋은 곳에 가야 합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또 법학적성시험(LEET)이라는 게 있는데 고득점을 받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잘 해야 해요. 사법시험처럼 중·고등학교 때 학업을 게을리해서 대학을 시원찮은데 나왔더라도 나중에 공부해서 법조인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막힌 겁니다. 관리된 학생만 법조인이 되는 상황인거죠. 일단 중·고등학생 때 성실하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 나와야 로스쿨에서 뽑아줍니다. 리트 시험에도 그런 학생이 합격하는 식이어서 오히려 사법시험보다 공정성 문제나 나중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생역전의 사다리가 없어진 느낌이라 걱정입니다. 학생들은 법조인의 꿈을 가졌다면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해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사법고시 폐지에) 반대입니다. 나중에라도 시험 봐서 길이 열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만 하고, (사법고시 존치가) 꿈을 펼치는 기회의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이 어떻게 나뉘나요? 또 검사와 변호사가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이하린)

“검사와 변호사는 주로 형사법정에서 역할이 많이 나뉩니다. 검사는 기소하는 역할, 변호사는 방어하는 역할을 해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기록을 철저하게 보고, 당사자를 만나서 면담해서 충분히 사건내용을 청취합니다. 변호사는 당사자의 좋은 쪽을 부각시키려고 많이 변론하고 선처를 요구하고, 검사는 반대로 죄를 추궁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내려달라고 합니다. 판사는 양쪽 의견을 듣고 적정한 형을 선고합니다. 역할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적절한 형량을 선고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 처음 법정에 섰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은 무엇인가요?(김민선)

“처음 법정에 섰을 때 누구나 떨리죠. 더 철저히 준비할 걸 하는 마음도 들고. 어떤 판사들 말로는 덜덜 떨어서 재판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말도 합니다. 검사나 변호사들 다 떱니다. 기억에 남는 재판은 아까 말했던 발발이 사건입니다. 제 경우는 검사 시절에 강력사건 전담이어서 학생들에게 말하기가 조금 무겁습니다. 살인사건도 많았고, 엄중한 형량 선고했던 사건이 많았어요. 대전도 그런 사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 변호할 사람이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변호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경우 마음의 부담이 굉장히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반대로 변호한 사람의 억울함이 풀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김민선)

“그렇죠. 변호할 사람이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이면 예를 들기도 그렇죠. 누가 봐도 정말 잔인하고, 손가락질할 만한 사람이 있어요. 대전교도소에 가면 수두룩합니다. 우리가 흔히 마약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범죄로 보기 힘들어요. 진짜로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사건들이 있어요. 대형 사기 사건처럼 순진한 사람들을 꾀어서 수천억대 사기를 치거나 수십 번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잔인하게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등 누가 봐도 손가락질 받을 만한 강력 사건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변론하는 것은 피고인과 같이 재판정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처를 빌고, 반성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을 변호하는 것이)마음의 부담이 커요. 그래도 변호사는 이런 사람들이 변론을 의뢰하면 개인 감정으로 거절하면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의 상황을 파악해서 변론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변호사의 기본적인 마음자세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 나쁜 놈이니까 변론 안 해, 이건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변론을 통해 억울함이 풀리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무죄가 선고 되면 의뢰인과 같이 기쁨을 나눕니다. 꽤 있어요. 지금 뉴스에 나오는 화성연쇄살인사건 들어봤나요. 한 20-30년 전에 경기도 화성에서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 10여 차례 있었는데 그중에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닌 사람이 옥살이를 했어요. 몇 십 년이나. 그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진범이 자백을 한 겁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판사나 검사나 변호사가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백하는 사건도 수십 번 물어보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만약 재판에서 패한 변호사는 어떻게 되나요? 재판에서 지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으실 텐데 어떤 방법으로 푸시는지 궁금합니다.(고성진)

“(웃음)스트레스 많이 받죠. 지면. 그런데 질만한 사건으로 예상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패소는 드물어요.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가 100만원 청구하면 100만원이 다 인용되면 전부패소지만 50만원만 인용되면 반은 승리고, 반은 패소예요. 반대편도 그렇겠죠. 이렇게 일부 인용 일부 패소가 대부분입니다. 전부패소, 전부승소는 드물어요. 사실 승소율 몇%라고 과장 광고하는 변호사들이 있는데 다 가짜예요. 있을 수 없어요. 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됐건 재판에서 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이럴 땐 운동이 가장 좋아요. 내가 뚱뚱해 보여도 배드민턴을 좋아합니다. 그걸로 스트레스 푸는 거죠.”

- 평소 의뢰가 없을 땐 어떤 일을 하시나요?(고성진)

“의뢰가 없으면 놀아요. 솔직히.(웃음) 아까 말한 대로 배드민턴을 치거나, 등산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가곤 합니다.”

- 훌륭한 검사, 변호사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법조인이 되려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는 무엇인가요?(권민서)

“그러게요. 훌륭한 검사나 변호사의 기준은 제가 보기에는 성실성 같습니다. 의뢰인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성실변론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특히 검사는 진실이 무엇인가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성살인사건처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례가 또 생깁니다. 이것 말고 몇 건이 있어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검사는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자백하는 사건일수록 또 확인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훌륭한 법조인은 성실성이 중요합니다. 실력은 기본이죠. 법조인이 되려는 학생이라면 명심하세요. 예전에는 법조인을 정말 조금 뽑았어요. 희소성이랄까 조금 뽑았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1년에 5명 뽑은 적도 있어요. 다 떨어지라는 시험인거죠. 1983년까지는 1년에 50-100명 밖에 안 뽑았습니다. 변호사는 얼굴 보기도 힘든 직업이었죠. 희소성 덕분에 변호사 자격증만 있어도 경제적인 부나 사회적 지위가 높았어요. 그런데 최근 4년 동안 1년에 2500명씩 변호사 뽑았습니다. 4년 동안 1만명입니다. 지금은 1년 1500명씩 변호사가 배출돼요. 희소성은 없어진 겁니다. 제가 대전에서 10년 전 개업할 때 변호사가 14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300명이 넘습니다. 희소성은 없어졌고 변호사도 일반적인 직군과 거의 동일해졌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는)변호사가 돼서 돈을 벌거나 명예를 갖겠다는 생각 대신 성실한 변론으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 돕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변호사님께서 존경하는 멘토가 있으신가요?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권민서)

“저는 멘토가 한 명은 아니에요. 여러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친한 형님도 있고, 실명을 거론하기 힘든데 어려울 때 꼭 묻습니다. 사실은 가장 많이 상의하는 사람은 집에 있는 아내입니다. 가족들에게도 물어보고, 동네 변호사들에게도 자주 묻습니다. 그런 면에서 (멘토라는 것이) 특정 한 개인보다는 여럿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에게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교차질문을 합니다. 학생 여러분도 한명에게 묻고 의존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권민서 학생은 어려울 때 누구에게 묻나요.(웃음)”

-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나 귀감이 될 만한 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이준수)

“책 보다는 책은 여러 개가 있는데 변호인 영화 봤나요. 굉장히 유명한 영화예요. 한번 찾아서 보세요. 옛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영화인데 1980년대 초반 부산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수사기관의 고문을 통해 얻은 자백이 법정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 법관과 검사가 권력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였나, 그리고 간호사와 인권 변호사가 홀로 찾아냈던 노력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영화입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꼭 보세요. 법조인에 대한 꿈을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법이란 무엇인지 질문 드리겠습니다.(이준수)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덕과 법은 구별돼야 하는데 상식의 최소한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겁니다. 도덕은 안 지키면 욕을 먹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지만 법을 지키지 않으면 욕도 먹고 처벌도 받죠. 법은 도덕의 최소한, 상식의 최소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회의 최소한의 합의계약인 겁니다. 그래서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 다만 권력의 자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악법은 어떻게 하죠? 그것은 안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저항의 대상이죠. 현명한 시민들은 그것이 악법인지를 비판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꾸준히 함양해야 합니다. 단순히 수동적이고, 소극적이고, 순응하는 시민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이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학습하고, 토론과 독서를 많이 해야 해요. 그래야 권력이 함부로 시민을 억압하고 누르지 않습니다. 법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지배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법도 사람의 얼굴을 하는 것이고, 정의의 얼굴을 한 법 만이 우리를 지배할 수 있는 겁니다. 시민도 노력하고, 법을 만드는 권력도 노력해야 합니다. 추가로 질문이 있나요?(웃음) 오늘 학생들 우리 사무실에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