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은 대전에 있다? 없다?"
"도산서원은 대전에 있다? 없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8.04.22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찾는 '대전충청의 문화유산'

 

"도산서원은 대전에 있다?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도산서원은 경북 안동에 있지"라고 답한다. 그런데 "있다"가 정답이다. 대전사람에게도 참 아리송한 답이다. 대전은 토박이 인구가 10% 남짓하다. 지역 문화재에 어지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섰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찾아 발굴하고, 홍보하겠다는 학생들이다. 대전·세종·충남지역에서 모인 교육사랑 학생재능봉사기자단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지난 4월 1일 충남 논산에서 '기호유교' 알리기에 나섰던 학생들은 22일에는 대전의 '도산서원'을 테마로 지역 문화재 알리기에 나섰다.

'대전의 도산서원(道山書院)'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행사는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타이틀로 고등학생 형, 누나들이 사전 취재를 통해 기획을 하고, 초등학생 동생들이 직접 발품을 파는 형태로 진행됐다.

도산서원은 서구 탄방동에 있는 조선시대 서원이다. 1693년(숙종 19)에 지역 선비들이 뜻을 모아 만회 권득기(1570~1622)와 그의 아들인 탄옹 권시(1604~1672)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인근에 탄옹 권시의 묘가 있다. 서원은 조선 중기 이후 학문연구와 선현제향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설 교육기관인 동시에 향촌 자치운영기구다.

초등학생 어린이탐방단 17명은 오전 9시50분 도산서원 명교당에서 옛 선비들처럼 과거시험을 치렀다. 과거 시제는 '매사필구시 무락제이의(昧事泌求是 無落第二義·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것을 구하고,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말라)'로 권씨 문중 탄옹공파의 가훈(만회공 십자훈)을 따라 썼다.

사진=권민서 학생기자(대전 삼육초5)
사진=권민서 학생기자(대전 삼육초5)

과거시험에서 한자쓰기와 한글쓰기에서 각각 장원에 뽑힌 엄원호(세종 새롬초6), 이승훈(대전 도안초3) 학생은 "도시 한 가운데에 서원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더구나 유명한 선비라는 점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시제처럼 늘 옳고 의로운 일을 하는 어린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유명 한복디자이너인 권진순 옛옷 대표(사단법인 헤리티지코리아 대표)가 방문해 갓과 유건, 유생복을 증정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권진순 대표는 "탄방동은 안동 권씨 집성촌이면서 제가 어린 시절 뛰어 놀던 추억이 많은 마을"이라며 "이곳에서 나고 자랐는데 마침 어린 학생들이 도산서원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행사를 한다고 해서 옷가지를 마련하게 됐다. 조선시대의 큰 어른이었던 탄옹 권시 선생님처럼 모든 학생들이 나라의 대들보가 돼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진=유명 한복디자이너인 권진순 옛옷 대표가 어린이탐방단에게 유생복을 전달하고, 지역을 너머 한국의 동량으로 커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유명 한복디자이너인 권진순 옛옷 대표가 어린이탐방단에게 유생복을 전달하고, 지역을 너머 한국의 동량으로 커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날 어린이탐방단은 오후 행사로 인근 남선공원에서 격구와 말타기, 활쏘기 등 '향사례'를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향사례는 어질고 재능 있는 사람을 왕에게 천거할 때, 선택을 위해 행하는 활 쏘는 의식이다. 지덕체(智德體)를 고루 갖춘 인재인 지를 판가름하는 행사인 셈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교육사랑 학생기자단 회장 여혜인(세종 두루고2)과 부회장 김민상(대전고2), 정준혁(대성고2) 학생은 "도산서원을 떠올리면 모두들 안동에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이건 고정관념이예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도 얼마든지 훌륭한 문화유산과 스토리텔링이 있어요"라며 "도산서원에서 과거 시험을 실시하고, 남선공원에서 향사례를 재현한 것도 우리 지역의 문화재에 더욱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